누리호 결함, 전화위복 삼았다..항우연 "능력 업그레이드 기회"
국산 로켓 누리호(KSLV-II)가 비바람과 레벨센서 이상으로 두 차례 연기됐지만 관련 연구진은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발사일이 미뤄지면서 한때 낙담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완벽하게 결함을 보완해 우주 역사를 새로 쓰겠다는 의지가 충만하다.
오승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20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한 누리호 준비 현황 브리핑에서 '2차례 발사 연기에 따른 연구원 분위기를 전해달라'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오 부장은 "발사일이 지연되고 새로운 발사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구진도 의기소침하거나 실망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면서도 "그렇지만 거쳐야 하는 길이고, 저희들이 이런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발사에 성공하면 우주 발사체 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누리호는 지난 16일 발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15일 점검 과정에서 '1단부 산화제 탱크 내부' 레벨센서 이상이 파악돼 발사를 취소했다. 그럼에도 연구진이 50시간 만에 결함을 보완해 오는 21일 다시 발사에 도전한다. 각종 점검 결과 이상이 없으면, 기상 상황을 고려해 발사 당일 정확한 시각까지 정한다. 현재로선 오후 4시가 유력하다.
오 부장은 이날 누리호가 발사대로 이송된 뒤 "레벨센서는 정상 작동했다"고 밝혔다. 다만 긴장을 늦출 순 없다. 영하 183℃ 극저온의 산화제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밸브가 정상 구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점검을 거듭하겠다"고 강조했다.
오 부장은 2000년대 초 러시아 기술로 개발된 나로호(KSLV-I) 경험이 '축적의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당시 경험 덕분에 누리호의 독자 개발과 결함 파악이 가능했다는 의미다. 오 부장은 또 "누리호 발사 성공을 기원해주시는 분들과 고생해주시는 유관기관에 감사하다"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한민국이 우주로 가는 길을 꼭 열겠다"고 했다. 아래는 이날 진행된 취재진과의 일문일답.
-문제가 됐던 레벨센서 오늘 점검에선 이상 없었나
▶1단부 산화제 탱크 내부 레벨센서는 이상이 생긴 당일과 이튿날 기술적인 검토를 수행했다. 전기적 문제로 파악돼 1·2단을 분리하지 않은 채 주말까지 센서에 대한 교체 작업을 마무리했다. 주말 동안 전기적 점검이 조립동에서 수행됐다. 오늘 발사대에선 모든 전기적 점검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비바람 등 날씨로 인한 발사 연기 가능성은
▶내일을 발사일로 잡을 때만해도 발사 당일 오전에 비 예보가 있었다. 실제로 비가 와도 시간을 변경하거나 하루 정도 순연해 발사를 준비하면 문제 없다는 생각이었다. 기상청과 다른 쪽 예보를 보면 다행스럽게도 내일 오전에는 우천이 없다고 한다. 예상컨대 내일 오전 작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발사를 추진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라디오존데(1회용 대기요소 측정기기, 지표면에서 성층권까지 데이터 파악 역할)로 고층풍을 점검했나
▶오늘도 측정했다. 측정 결과 고층풍 기류변화가 거의 없고 안정적이었다. 내일 발사 전 추가적으로 4번 더 고층풍을 측정할 계획이다.
-발사 앞둔 연구원 분위기는 어떠한가
▶날씨로 지연될 때만해도 누리호 기체의 문제는 예상 못 했다. 다만 하루 전 작업에서 센서 문제가 발생했다. 선진국의 발사체에서도 수시로 발생하는 오류다. 그래서 '발사예비일'을 두는 것이다. 연구진도 발사일이 지연되고 새로운 발사일을 잡는 과정에서 의기소침하고 실망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거쳐야 하는 길이다. 이런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발사에 성공하면 우주 발사체 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좋은 기회다.
-마지막 변수는 무엇인가
▶발사체 하드웨어의 기계적인 문제나 밸브류 문제다. 항상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조립동 점검과 시험을 통해 문제들을 파악했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 때 실패했던 3단 산화제 탱크의 구조물도 지상시험을 통해 성능을 확인했다. 안전하게 준비해서 크게 걱정하진 않고 있다. 지난번 발사 때 1·2·3단 분리와 점화, 위성 분리 등 모든 이벤트가 정상 진행됐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성공적으로 잘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누리호 결함 파악이 빨랐다
▶모든 연구원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나로호 때부터 최소한 20년 이상 발사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나로호 때 2번의 실패 이후 3번째만에 성공했다. 2번의 실패 과정에서 러시아 전문가들과 함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또 누리호는 1·2·3단 시스템을 독자 설계·제작하고 시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담당자별로 문제 파악과 해결까지 가능한 기술적 역량을 갖췄다. 이번 레벨센서 결함도 빠르게 보완했다. 과거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극저온 액체 산소가 주입될 때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시험 발사체를 운용할 때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다. 누리호에는 수백여 종의 밸브가 들어가는데, 극저온 추진제가 투입될 때 밸브 구동이 정상적으로 구동하지 않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극저온 산화제와 연료가 정상 충전돼 구동되면 발사 시퀀스에 따라 오후 4시를 목표로 정상적인 비행 준비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내일 발사를 앞두고 소감 한 마디를 부탁한다
▶많은 분들이 성공을 기원해주셔서 감사하다. 발사 안전과 재난 대응을 위해 유관기관도 고생해주고 계시다. 감사드린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겠다. 대한민국이 우주로 갈 수 있는 길을 꼭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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