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LUENCER] 도박판 얼씬도 마세요, 눈 뜨고 코 베입니다
밑장빼기·야바위 속임수 등 낱낱이 공개
현란한 손놀림 아닌 경각심 심어주기 초점
22만명 구독.. "확실한 도박 방지 캠페인"
'타짜 유튜버' 김슬기
"무엇이든 덕심으로 못할 건 없다"라고 외치며 당당히 '덕밍아웃'을 한 사람이 있다. 그가 깊은 사랑에 빠진 것은 다름 아닌 '타짜'. 수많은 '덕질' 분야 중 생소하기 그지없는 곳에 꽂혀 10년 넘게 덕질을 이어오고 있는 이 사람, 바로 '타짜 유튜버' 김슬기다.
유튜브 채널 '김슬기'의 운영자인 그는 다양한 사기도박 기술을 소개하고 시연하며 구독자 22만 명을 거느린 인기 유튜버다.
전직 마술사이자 카지노 딜러, 사기도박 전문가인 다윈 오티즈의 제자기도 한 그는 실제로 타짜였던 적은 없다. 순수한 호기심에 사기도박 기술을 연구하고 습득한 '타짜 기술 덕후'일 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K-Culture 플랫폼 보이스오브유가 제공하는 인플루언서 랭킹(IMR)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월 타짜 유튜버로 본격적 활동을 시작한 김슬기는 1년 3개월여 만에 구독자 10만 명을 끌어모으며 빠르게 대세 유튜버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에도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채널 규모를 늘려, 지난해 11월에는 20만 명의 고지마저 넘어섰다. 현재 구독자 수는 22만 명, 116개 동영상에 대한 누적 조회 수는 3400만 회에 달한다.
채널 내 최고 인기 영상 '직접 야바위를 해봤습니다 - 유럽 야바위꾼 수법 공개'는 400만 회에 가까운 조회 수를 올리고 있으며, 구독자 수를 뛰어넘는 조회 수를 올린 영상만 40개가 넘는다.
두꺼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김슬기는 어떤 매력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무엇보다 그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타짜의 세계'를 낱낱이 공개해 눈길을 끈다. 각종 책과 영상, 강연, 전문가로부터의 가르침, 다른 '덕후'들과의 교류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사기도박 '덕후'에서 '전문가'로 거듭난 그는, 부단한 노력의 산물인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다른 이들과 아낌없이 나눈다.
야바위부터 밑장빼기나 바꿔치기 같은 카드 기술까지, 다양한 사기도박 장비와 기술에 얽힌 정보를 알려주고 흠잡을 데 없이 능숙한 기술 시연을 해 보인다.
그의 시연 영상 아래에는 "손은 눈보다 빠른 게 맞네요", "눈 뜨고 코 베인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겠다" 등 구독자들이 남긴 놀라움과 감탄의 댓글이 달려있다.
또 다른 인기 비결에 대해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 박사(현 보이스오브유 선임연구원)는 "타짜들의 비열하고 치졸한 '진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그 어떤 도박 근절 캠페인보다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순진한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야바위 현장을 공개하고, '진짜 타짜'들의 삶을 인터뷰에 담아내며 끊임없이 도박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준다. 그가 선보이는 영상들은 타짜 기술이 얼마나 신기하고 대단한지가 아니라 얼마나 위험한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마치 '음지의 숨은 고수'처럼 그려진 타짜가 사실상 '사기 도박사', 즉 한낱 '범죄자'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이러한 그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구독자들은 "이 영상이 가장 확실한 도박 방지 캠페인", "유튜브의 순기능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시"라는 평가와 함께 "도박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의 댓글을 남기곤 한다. 누군가를 속이고 골탕 먹이기 위해 탄생한 타짜 기술이 이제는 누군가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하는 '쇼피스'(showpiece·관심이나 존경심을 일으키는 뛰어난 표본)로 사용되길 바란다는 김슬기. "타짜 기술 덕후지만 도박에는 하등 관심 없다. 앞으로도 쭉 없을 것이다"라고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도박 본능 앞에서 이성이 절대 무력하지 않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그가 우리 사회에 전하고 있는 선한 영향력이 앞으로 더욱 널리 퍼지기를 바라본다.
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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