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격차 벌린다" 삼성·하이닉스, 차차세대 '3D D램' 승부수

강해령 기자 2022. 6. 20. 17: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반도체 기술개발 속도전
이재용, EUV장비 등 확보에 사활
이석희는 "3D D램 개발" 언급도
메모리 분야 美中 도전 심화되고
TSMC·인텔 잇달아 과감한 투자
韓, 글로벌 경쟁서 고지 선점 힘써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VLSI 2022 행사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회사의 3D D램 콘셉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VLSI 2022 기조연설 캡처화면
[서울경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양대 반도체 회사가 ‘차차세대’ 반도체 구현을 위해 속도를 올리고 있다. 기존 반도체 패러다임을 깬 3차원(D) 반도체 개발, 차세대 반도체 공정을 결정지을 최첨단 노광 장비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R&D)로 미국·중국 반도체 회사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14일(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반도체 학회 ‘VLSI 2022’에서 ‘인공지능(AI) 시대에서의 메모리 반도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섰다.

이 사장은 강연에서 ‘3D D램’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청중의 주목을 끌었다. SK하이닉스가 ‘차차세대’ 메모리 구조인 3D D램 개발 현황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3D D램 개념도. 트랜지스터를 3D 낸드플래시 셀처럼 평면이 아닌 수직으로 쌓은(Stackable) 것이 특징이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이 사장은 SK하이닉스가 개발 중인 3D D램 콘셉트를 선보였다. 그는 “SK하이닉스는 3D D램을 구현하기 위한 기초 기술을 정립했다”며 “기존 D램이 가진 동작 원리와 유사하지만 성능은 크게 개선된 새로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3D D램은 기존 패러다임을 깨는 새로운 구조의 메모리 칩이다. 기존에는 평면(2D)에 수백억 개의 기억장치(셀)를 만들었다. 3D D램은 기억장치를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반도체 회로 폭 축소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혁신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 구현 난도는 높다.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은 이 기술을 ‘게임 체인저’로 인식하고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D램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 역시 차차세대 D램 리더십 선점을 위해 3D D램 기술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차차세대 반도체 장비 확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14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을 찾아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공급에 관해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페터르 베닝크 최고경영자(CEO) 등 ASML 주요 경영진과 최첨단 하이 뉴메리컬(NA) 장비를 살폈다. 이 장비는 대당 5000억 원이 넘는 고가 장비인 데다 아직 양산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삼성전자·인텔·TSMC 간 장비 선점 경쟁은 치열하다. 2㎚(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회로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비이기 때문이다.

이재용(오른쪽 세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ASML 네덜란드 본사를 방문해 하이-NA 노광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ASML 방문 다음날에는 벨기에 반도체 연구소인 아이멕(IMEC)을 방문해 미래 반도체 기술 동향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있었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생산 인프라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한층 치열해진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 때문으로 풀이된다. 칩 미세화 한계, 반도체 부족 현상에 따른 주요국 간 기술 경쟁으로 한국 반도체 리더십이 흔들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국내 업체의 아성을 깨려는 시도가 세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한국 회사들보다 먼저 연내 10나노 5세대급 D램, 238단 낸드플래시 등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양산 계획을 밝혔다.

후발 주자인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러지(YMTC)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끊임없는 견제에도 불구하고 5월 중국 우한 지역에 제2 낸드플래시 공장 건립을 완료하고 하반기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업계도 마찬가지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인 대만 TSMC의 견고한 독주는 삼성전자가 시장점유율을 올리기에 어려운 조건이 되고 있다. 지난해 파운드리 재개를 선언한 인텔의 과감한 투자와 장비 확보 선점 경쟁도 매섭다.

따라서 향후 기술 ‘초격차’ 유지를 위한 국내 업체들의 새로운 메모리 패러다임, 첨단 반도체 공정 로드맵 확보전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업계 매출 1위가 기술 경쟁력 1위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고급 인력 확보와 유연한 조직 운영이 차차세대 기술 개발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