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장에 면화 재고 쌓여간다..미 '강제노동 금지법' 여파, 의류산업 등 타격 불가피

이종섭 기자 2022. 6. 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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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장지역에서 재배되는 면화. 신화연합뉴스

중국 신장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미국의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 제정 여파로 신장지역에 면화 재고가 쌓여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제재 효과가 가시화된 만큼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중국의 의류·섬유 산업 등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신장지역 면화 공장들에 현재 300만t 이상의 면화 재고가 쌓여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이는 예년보다 100t 이상 늘어난 것이며, 지난해 가을 수확된 면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올해 신장지역 면화 재고 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미국이 제정한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 때문이다.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은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된 제품을 모두 강제노동의 산물로 간주해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12월 미국 상·하원을 통과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친 이 법은 21일(현지시간) 정식 발효된다.

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이미 관련 기업들이 미국의 수입 제재를 우려해 신장산 면화 구매를 꺼리면서 재고 물량이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신장지역의 한 방적공장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면화였던 신장 면화가 이제 가장 싼 면화가 돼 1t을 팔 때마다 2000위안(약 38만원)씩 손해를 본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아무도 사려는 사람이 없고, 해외 시장을 노리는 고객들은 더 이상 신장 면화를 사용할 엄두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은 신장지역 면화 판매에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 내 의류·섬유 공장의 상당수가 신장지역 면화를 원료로 사용하는 데 강제노동 금지법에 따르면 이들 제품 역시 모두 수입 금지 대상이 된다. 이로 인해 미국 의류 회사들의 중국 내 제품 주문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에 있는 면화 컨설팅업체 ‘코튼 아웃룩’은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일부 중국 기업은 주문량이 30%나 줄어들었다”며 “기업들은 미국 일부 주요 의류 브랜드들이 더 이상 중국에 제품을 주문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의류 기업들은 이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대체 공급처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적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중국 의류·섬유 산업은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해 중국의 의류와 섬유 수출액은 3000억달러(약 389조원) 이상으로 중국 전체 수출의 10% 가량을 차지했다. 공급망 전문가인 류카이밍(劉開明) 당대사회관찰연구소 소장은 “세계 최대 섬유 생산·수출국으로서 중국은 강제노동 금지법이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며 “미국과 유럽 시장의 주문이 계속 줄어든다면 중국에서 생산을 줄이거나 문을 닫는 섬유·의류 기업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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