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 앞두고 새 정부 경제정책 회의 참석한 최임위 공익위원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한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동계에서는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객관성·중립성이 요구되는 최임위 공익위원이 정부 주관 회의에 참석하는 게 적절하냐는 것이다. 공익위원들은 최근 최임위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주장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자고 제안하면서 ‘정부 입장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오전 윤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회의’에 참석했다면서, 이 자리에 정부·기업·학계 인사 50여명 중 한 명으로 최임위 공익위원 간사인 권 교수가 참석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어려울수록, 위기에 처할수록 민간·시장 주도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확 바꿔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제도와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말한 회의다. 권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문가 참석을 요청 받아서 갔던 것”이라고 했다.
최임위는 노동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독립기구로, 정부가 위촉하는 공익위원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노사 입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터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익위원은 객관성·중립성이 요구된다. 최임위는 현재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심의를 하고 있으며, 법정 시한(6월 말)에 임박해 가뜩이나 민감한 시기다.
특히 공익위원들은 윤 대통령의 경제정책 회의가 진행된 당일 오후 열린 최임위 4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의 연구용역을 제안했다. 최임위는 표결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에는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연구용역을 통해 시행 방법을 검토하자는 게 공익위원들 주장이었다. 회의에서 권 교수가 간사로서 공익위원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고 한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4차 전원회의 당일 오전 윤 대통령이 노동·연금개혁 이야기를 하던 자리에 권 교수가 참석했던 사실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악’에 함께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 하고 매우 부적절하다”며 “신중하고 공정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할 공익위원이 정부 정책이 발표되는 자리에 참여해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폴리페서(현실정치에 적극 뛰어든 대학 교수)의 전형적 모습”이라며 “공익위원은 정부 입장을 대신하는 자리가 아니며,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민감한 시기인 만큼 행동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오는 21일 최임위 5차 전원회의에서는 업종별 차등 적용 연구용역을 진행할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은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해 노동자 생계를 보장한다는 최저임금 제도 취지에 어긋나는데, 연구용역은 그 시행 물꼬를 터주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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