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분쟁 화약고 에티오피아 오로미아, 무장세력 총격에 주민 200명 이상 사망

박효재 기자 2022. 6. 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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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에티오피아 북부 암하라주에서 친정부 민병대에 합류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군사 기본 훈련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족 간 분쟁이 잦은 에티오피아의 오로미아주에서 19일(현지시간) 2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고 AP통신이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망자들은 대부분 암하라족이며 목격자들은 반군단체인 오로모해방군(OLA)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AP는 최근 에티오피아 민족 간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 중 최대 규모 피해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고 전했다.

오로미아주 김비 마을 거주민인 압둘 시드 타히르는 AP에 “지금까지 수습한 시신을 세어보니 230구였다”면서 “민간인이 희생된 것 중에서는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숨진 이들을 집단 매장지에 묻고도 여전히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며 “이제 연방정부 군이 도착했지만 그들이 떠나면 공격이 또 이어질까 두렵다”고 호소했다. 샴벨이라고만 이름을 밝힌 또 다른 목격자는 “30년 전 재정착 정책에 따라 현재 주거지에 온 암하라족 사람들은 닭처럼 죽임을 당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대량 학살이 또 일어나기 전에 이주할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2019년부터 오로미아주에서 정부군과 내전을 벌이고 있는 OLA가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오로미아 지방정부도 성명을 통해 OLA를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정부군이 작전을 개시하면서 버틸 수 없게 되자 이번 공격을 감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OLA는 이를 전면 반박했다. 오다 타비 OLA 대변인은 AP와 인터뷰에서 “김비 마을에서 우리의 공격을 받아 후퇴하던 현 정권 군부와 지방 민병대가 우리를 지지하는 이들을 공격하고 재산을 파괴한 것”이라며 “공격이 일어났을 때 우리 군은 그 지역에 도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인구(1억2000만명)가 두번째로 많은 에티오피아는 80여개 민족, 10개 준자치 지방정부로 구성된 연방국으로 민족 간 갈등이 잦다. OLA는 전 반군단체인 오로모해방전선(OLF)의 한 지파로, 스스로를 에티오피아 인구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오로모족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야당 조직이라고 주장한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정부가 2020년 11월 티그라이주 북부 지역 정파인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며 군사 대응에 나서면서 내전이 시작됐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이날 참사의 주범으로 지목한 OLA도 연방정부에 대항하며 TPLF에 합류한 상태다. 내전이 길어지면서 수천명이 숨지고 200만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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