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준비 완료'..누리호, 21일 우주 가는 길 연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발사 준비가 마침내 끝났다. 새로 잡힌 21일 발사예정일에 날씨가 예상보다 좋아진다는 예보가 나왔고, 누리호 내 부품들도 문제없이 작동하면서 발사 성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한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1t급 위성을 쏘아 올리게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일 오후 누리호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대로 이송한 뒤 누리호에 전원과 연료, 산화제를 공급할 각종 케이블을 연결했다고 밝혔다.
누리호는 이날 오전 7시20분 우주센터 내 조립동을 나와 이송 차량에 실린 채로 발사대까지 1.8㎞를 이동했다. 안전을 고려한 저속 주행으로 인해 이동에는 약 1시간20분이 걸렸다. 발사대에서 시야를 가릴 정도의 연무가 나타났지만, 누리호 동체를 90도 일으켜 세우는 ‘기립’은 별 무리 없이 오전에 완료됐다.
현장 기술진은 오후에 발사대에 서 있는 높이 48m짜리 탑인 ‘엄빌리칼 타워’와 누리호 사이를 전원과 연료, 산화제를 공급하는 케이블로 연결했다. 이날 날씨는 이런 야외 작업을 하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늘은 흐리거나 구름이 많았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풍속도 깃발이 가볍게 펄럭이는 초속 1~3m 수준이었다. 초속 10m 내외의 강풍이 불어 누리호를 발사대로 옮기지 못했던 지난 14일과는 달랐다.
이날 발사대에서 누리호를 설치해 케이블을 연결하는 작업에선 지난 15일처럼 기술적인 문제가 다시 나타나지 않을지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점검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다.
이날 오후 나로우주센터에서 브리핑에 나선 오승협 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누리호에서 문제가 됐던 ‘산화제 레벨 센서’를 이날 오후에 점검했다”며 “산화제 레벨 센서뿐만 아니라 모든 부품에 대한 점검에서 정상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산화제 레벨 센서는 지난 15일 누리호를 발사대에 세워놓고 다음 날 발사를 위해 점검하던 도중 고장이 확인된 부품이다. 이 부품은 누리호 동체에 들어간 산화제의 양을 계측하는 기계다. 이 문제 때문에 지난 16일 발사는 좌절됐다. 그 뒤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은 산화제 레벨 센서의 핵심 부품을 교체했고, 이날 점검에서 아무 문제도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누리호의 새로운 발사 날짜인 21일에는 날씨도 누리호를 도와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까지만 해도 21일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됐지만, 이날 기상예보에선 흐리거나 구름은 많아도 강우는 없을 것으로 수정됐다. 비 자체는 발사에 장애물이 되지 않지만, 비에 번개가 동반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번개는 발사체 전자장치를 손상시킬 수 있다. 그런 변수가 사라진 것이다.
오 부장은 “현재 고층에서 부는 바람도 기류 변화 없이 안정적이라는 관측 결과가 나왔다”며 “21일 발사 전에 네 차례 더 측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발사체는 고층 대기권을 뚫고 상승하기 때문에 지상뿐만 아니라 높은 고도에서 부는 바람도 세면 안 된다.
과기정통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은 21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발사 일정을 유지할지 결정한다. 발사가 확정되면 연료와 산화제 주입을 거쳐 발사 10분 전부터 자동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누리호는 21일 오후 4시 지상을 박차고 우주로 떠난다. 누리호가 중량 162.5㎏짜리 성능검증위성과 1.3t 가량의 위성 모사체를 연속해 정상 투입한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1t급 위성을 자력 발사한 것이 된다.
오 부장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겠다”며 “대한민국이 우주로 가는 길을 꼭 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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