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마저 깨진 코스피, 바닥은 어디일까.."2200까지 떨어질 수도"

노자운 기자 2022. 6. 2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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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 올해 20% 넘게 하락
"경기 공포, 주가에 너무 많이 반영돼" vs "호재 없어..10% 더 빠지고 반등할 가능성"

코스피지수가 2500에 이어 2400선까지 내준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저점’이 어디일지에 대한 공포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에도 기준금리를 75bp(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만큼, 우리 증시가 바닥을 뚫고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스피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해 증권가의 전망은 둘로 나뉜다. 먼저 우리 증시가 이미 바닥까지 내렸다는 분석이 있다. ‘바닥론’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수준에 근접했다고 본다. 현 수준에서 더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코스피지수가 일시적으로 2200선까지 내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가격 매력은 충분하나, 증시가 반등할 만한 긍정적인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픽=이은현

◇ 올해 20% 빠진 코스피…“공포 심리 지나치다”

2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04% 내린 2391.03으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2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연초까지만 해도 3000선 회복을 노렸으나 1월 말 2600대 초반으로 주저앉은 후 반년 내내 옆걸음을 쳤으며, 이달 들어서는 낙폭을 더 키우며 2380대까지 떨어졌다.

현 코스피지수가 저점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국내 상장사들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에 주목한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현재 주가 기준 평균 주가수익비율(PBR)은 0.93~0.94배에 불과하다. 지난 17일까지만 해도 0.98배에 머물렀으나, 20일 코스피지수가 추가 급락하는 바람에 밸류에이션도 더 낮아졌다.

PBR을 기준으로 계산한 우리 증시의 레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다. 당시 유가증권시장의 평균 PBR은 0.83배였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물가 상승으로 기업들의 장부가치가 높아졌는데 이것이 아직 주당순자산가치(BPS)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증시의 실제 PBR(주가를 BPS로 나눈 값)은 드러난 수치보다 더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가 저점에 근접한 수준까지 도달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코스피 바닥론’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우리 증시가 공식적으로 약세장(베어마켓)에 접어든 만큼 코스피지수가 반등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 연구원은 유로화 가치의 상승으로 인한 미 달러화의 약세가 국내 외환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음 달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ECB가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유로화 가치가 오르면 미 달러화의 상대적 가치는 낮아질 것이며, 이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봉쇄로 인해 중단됐던 중국의 인프라 부양책이 하반기 중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증시를 끌어올릴 만한 요인이다. 강 연구원은 “중국의 높은 실업률과 낮아진 경제 성장률을 고려할 때, 인프라 부양책 집행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달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한 달 전보다 0.2%포인트 상승한 18.4%를 기록했다. 도시 실업률은 5.9%로 한 달 전과 비교해 0.2%포인트 낮아졌으나, 여전히 목표치(5.5%)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지난 달 세계은행이 제시한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4.3%였다. 종전 대비 0.8%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유가 진정 가능성 역시 증시에는 호재로 해석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유가 수급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이라며 “수급은 원활한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유가가 급등한 만큼, 기름 소비가 많은 미국의 드라이빙시즌(6~8월)이 끝나고 9월이 되면 유가가 많이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중동을 방문하는 것이 유가 진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달 14~15일(현지 시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예정인데, 주요 외신들은 순방 목적이 치솟는 유가의 안정에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바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불확실한 변수들이 글로벌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지금의 공포 심리는 경기 상황을 너무 앞서가고 있다”며 “경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는 충분히 낮아진 만큼, 앞으로 발표될 경제지표가 증시에 충격을 주기보다는 안도감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경기 우려 완전히 반영 안 돼…10% 추가 하락할 수도”

증권업계 일각에는 아직 코스피지수가 ‘바닥’을 찍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과거 경험상 주가지수가 많이 빠지는 시기에는 밸류에이션이 ‘누가 봐도 말도 안 될 수준’까지 떨어진 후에야 반등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현재 코스피 PBR이 0.9배 수준이지만 추가로 10% 가량 하락할 여지는 남아있으며, 일시적으로 2200선까지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에 대한 우려가 아직 우리 증시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하락장의 원인이 인플레이션에 있다면 유가의 진정 여부를 봐야겠지만, 경기 침체 때문이라면 ‘경기 바닥’ 시점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공급자관리협회가 400개 회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산출하는 ISM지수는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50 이하면 경기의 수축을 의미한다. 현재 ISM지수는 56.1이다. 즉, 지수가 50선에 근접하며 경기 침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증시가 ‘바닥’을 찍었다고 속단하기 어렵다. 이 연구원은 ISM지수가 50까지 떨어지려면 최소 1~2개 분기가 더 소요될 수 있다고 봤다.

주가지수가 반등할 만한 트리거(방아쇠)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시의 저가 매력은 충분하나,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우려 및 중국의 재봉쇄 등 악재가 투자 심리를 한동안 더 억누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향후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큰 종목을 피해야 한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말한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많이 빠졌더라도 향후 이익 추정치가 대폭 낮아질 수 있는 기업은 경계해야 하며, 긴축 구간에서 버틸 수 있는 저밸류에이션 종목들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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