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집 물건너갔다".. 대출한도 늘어도 '7월 빅스텝'설에 무용론 '솔솔'

조은임 기자 2022. 6. 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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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최초 구매자 대출 풀어줬지만 "금리상승 부담"
"주담대 금리 5%되면 경기 급랭..하우스푸어 양산"

서울 강서구·영등포구 일대에 집을 알아보던 대기업 직장인 A씨(36세·남)는 매수 결정을 주저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A씨와 같은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에 한해 대출규제를 완화해주겠다고 했고 마음에 드는 집도 찾았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너무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리고 있다. A씨는 “금리가 너무 상승할 것으로 보여서 부담이 된다”면서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를 것 같지도 않다”고 했다.

오는 7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한번에 0.50%포인트(p) 오르는 ‘빅스텝(Big Step)’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택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특히 ‘내 집 마련’을 꿈꾸며 대출규제 완화를 기다렸던 수요자들은 실망감이 역력하다. 정부가 생애최초 주택구매자를 시작으로 대출규제를 풀어줬지만, 대출금리가 너무 뛰어 섣불리 매수에 나서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가파른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부르면서 주택시장에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에 나서기는커녕 ‘거래절벽’이 고착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뉴스1

20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부터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지역, 주택가격, 소득에 상관없이 80%로 완화된다. 대출한도는 기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된다.

정부의 이 같은 대출규제 완화에도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에 선뜻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한은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지난 4월 3.9%로 2013년 3월(3.97%) 이후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선 은행에서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최고치의 경우 7%를 돌파했다. 지난 1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 범위는 연 4.33~7.09%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대출금리는 빠른 속도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5일(현지시각) 정책금리를 한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을 단행하면서 우리나라 역시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7월에 0.50%p 올리고 나머지 세 번 모두 금리를 인상해 연말이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3%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주택가격에 대한 하향안정 전망이 나오는 것도 첫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고민거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2% 떨어져 3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 지표인 매매수급지수는 6주 연속 하락해 88.8을 기록하고 있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점으로 하는데, 현재는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은 상태로 분석된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인상기에 전반적인 매수세도 하락하고 있어 내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가 5%에 달하면 ‘하우스푸어’가 양산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하우스푸어란 무리한 대출로 인한 이자부담으로 집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빈곤하게 생활하는 사람을 일컫는데, 2010년대 초반에 빈번하게 발생했다.

당시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는 5%대였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일 때 생애최초 주택구매자가 대출 최대금액인 6억원을 은행에서 빌릴 경우 매월 250만원의 이자를 상환해야 한다. 월 실수령액이 약 650만원인 연봉 1억원인 직장인이 갚기에도 부담이 될 수 있는 수준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한은의 ‘빅스텝’이 가장 우려되는 일”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경기가 급속하게 침체되면서 2010년대 초반과 같이 하우스푸어가 나오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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