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CEO 인터뷰 "2030년 40% 전기차로.. SK온과 배터리 협업"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2. 6. 2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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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CEO가 16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마라넬로 페라리 본사에서 열린 '페라리 캐피탈 데이' 행사에서 페라리의 전기 스포츠카 생산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페라리는 모빌리티(이동수단) 회사가 아닙니다. 럭셔리(고급 명품) 회사입니다.”

대당 수억원을 자랑하는 고가 스포츠카의 대명사 페라리. 자동차 팬들이 갖고 싶어하는 ‘드림카’ 중 첫 손에 꼽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 페라리 브랜드의 수장인 베네데토 비냐(53)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6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북부 마라넬로 본사에서 본지를 만났다. 그는 이날 주요 주주와 투자자들을 초청해 연 ‘페라리 캐피탈 데이’ 행사를 통해 페라리의 향후 사업 계획과 브랜드 전략들에 대해 발표했다.

◇ “페라리는 모빌리티 회사가 아니라 럭셔리 회사”

비냐 CEO는 자리에 앉자마자 “페라리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특별한 ‘경험’이자 라이프 스타일(lifestyle·사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페라리는 본래 레이스카로 시작한 회사입니다. 모든 페라리에는 승리를 향한 열정(passion)과 의지가 담겨 있어요. (성능과 디자인에서) 항상 최고를 추구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최고의 것을 소유하고 누린다는 ‘감성적 만족’에 호소하는 명품 브랜드의 논리를 충실히 따르는 셈이다. 그는 “페라리의 시장 점유율은 0.3%”이라며 “이를 무리하게 늘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수요가 높아도 공급량을 조절해 희소성을 유지한다. 비냐 CEO는 “하지만 페라리는 가방이나 향수 같은 럭셔리 제품과는 확연히 다르다”고도 했다. 이른바 “최신 테크놀로지(기술)의 총체”라는 것이다.

페라리의 전기차 시장 진출 역시 그는 “테크놀로지의 진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냐 CEO는 이날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2026년에는 전체 출고 차량의 5%를, 2030년에는 40%를 순수 전기차로 만들어 판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2025년에 첫 전기차 모델을 내놓겠다”는 목표뿐이었다. 페라리는 2016년 당시 세르지오 마르키오네 CEO가 “전기로 움직이는 페라리는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할 만큼 내연기관 차량에 강한 애정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경쟁사 독일 포르쉐는 2019년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을 출시해 전 세계적으로 4만2000대 이상을 판매하고, 크로아티아의 리막(Rimac) 등 이른바 ‘전기 슈퍼카’를 출시한 스타트업이 나오는 와중에도 전기차를 내놓지 않았다.

비냐 CEO는 이에 대해 “페라리는 이미 10여년전부터 F1 경주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를 통해 전기차 기술을 갈고 닦아 왔다”며 “전기차에 늦은 게 아니라, 페라리가 추구하는 최고의 성능과 운전 경험을 실현할 수 있는 전기차가 이제서야 가능해진 것일 뿐”이라고 했다. 전기차 기술이 성숙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F1 경주차 개발팀을 포함한 페라리 최고 기술자들이 전기차용 핵심 기술과 부품,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라며 “관련 부서와 생산 시설이 입주할 ‘E-빌딩’도 새로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빌딩은 다음달 중 착공할 예정으로, 페라리는 이곳에서 모터와 배터리팩, 인버터 등 핵심 부품을 직접 만들 계획이다.

◇ “전기차도 페라리 DNA 살릴 음향 기술 등 따로 개발 중”

그는 스스로 페라리의 전기차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유럽의 대표적 반도체 기업인 ST마이크로의 아날로그 반도체 부문 대표로 일하다 지난해 9월 전격적으로 페라리의 CEO가 됐다. 스마트폰과 휴대용 게임기, 자동차 에어백 등에 들어가는 3차원 모션(움직임) 센서를 발명한 공학자로도 유명하다. 페라리는 그의 영입 당시 “비냐 신임 CEO는 첨단 기술 분야에 폭넓은 이해를 갖고 있는, 페라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사람”이라고 했다. 자동차 업계는 이를 ‘페라리의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진출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그가 CEO가 된 이후 페라리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전기 기술 엔지니어 등 전기차 개발에 필요한 인재를 속속 영입했다.

페라리의 전기 스포츠카 탄생에는 한국 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비냐 CEO는 “현재 4개의 배터리 셀(cell·배터리 기본 단위) 공급업체와 협력하고 있다”며 “그중 하나가 한국의 SK온”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솔리드스테이트(액체 전해질이 없는 고체형) 배터리 개발 능력까지 염두에 두고 배터리 셀 공급업체를 정했다”고 강조했다. 비냐 CEO는 “페라리의 전기 스포츠카는 모든 면에서 페라리의 DNA(유전자)를 보여야 한다”며 “기존 내연 기관 페라리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줄 음향 기술과 차량 제어 기술도 따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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