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 세우다 화들짝 놀랐는데.."물가상승, 아직 정점 아니야"

뉴욕=임동욱 특파원, 박진영 기자 2022. 6. 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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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i(인플레이션)시대 생존전략 (上)

[편집자주] 팬데믹은 세계를 멈추게 했고, 각국은 돈을 풀어 세상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다. 이런 유동성 파티는 이제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는 후폭풍을 부르고 있다. i(인플레이션)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서 버스 탈 줄이야…" 풍요의 나라가 변했다 [i시대 생존전략]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의 한 주유소. 주유 시 현금과 신용카드 가격이 다르다. 2022. 6. 10 /사진=임동욱 특파원

"환율을 적용하면 미국 휘발유 가격은 이미 리터당 1700원 수준입니다."

자신의 차로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자택에서 뉴욕 맨해튼 사무실로 출퇴근 하는 한국기업 주재원 A씨는 "기름값 싸기로 유명했던 '자동차 왕국'에서 운전이 부담스러운 것은 상상도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른 기업의 주재원 B씨는 지난달부터 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의 일반휘발유 평균가격은 갤런당(1갤런= 약 3.785리터) 5.004달러를 기록하며 5달러대를 돌파했다.

12일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더 오른 5.010달러. 이를 원/달러 환율과 환전비 등을 적용해 리터(ℓ)당으로 계산하면 1700원이 넘는다. 한국 내 전국 휘발유 판매가격이 리터당 2000원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일 수 있지만, 이는 전국의 '평균 숫자'일 뿐. 캘리포니아주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6.434달러로, 리터당 2176원에 달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6월12일 3.077달러에서 1년 만에 63% 올랐다.

뉴저지주 클로스터의 한 주유소 2022. 6. 12 /사진=임동욱 특파원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싼 주유소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주변에서 가장 싸게 휘발유 파는 곳을 찾기 위해 '가스버디'(Gas Buddy), '가스 구루'(Gas Guru) 같은 앱을 사용한다. 주유할 때마다 갤런당 25센트씩 할인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는 '업사이드'(Upside)는 미국 애플 전체 앱 스토어 순위 10위권에 오를 정도로 인기다.

지역 내 가장 저렴한 주유소로 알려진 코스트코와 샘스 클럽은 차량들의 긴 행렬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주변 교통정체가 심해 경찰이 출동할 정도다. 12일 뉴저지 테테보로의 코스트코 일반휘발유 판매가격은 갤런당 4.85달러로, 버겐카운티 평균 가격(5.049달러)보다 4%가량 낮았다. 그러나 이곳 주유소는 회원만 기름을 넣을 수 있다.

C씨는 최근 가족들과 여름 여행 계획을 세우다가 손을 들었다. 미국 국내선 항공권 가격이 지난해 봤던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수치로 확인된다. CNBC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권 가격지수는 25% 급등했는데, 이는 1989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항공요금은 전년 동기 대비 12.6% 올랐다.

IATA(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항공유 가격은 지난 한 해 동안 약 150% 상승했다. 미 항공사들이 높은 기름값과 인건비, 그리고 조종사 및 승무원 부족에 허덕이는 가운데,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는 항공권 가격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물가 지표는 1981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고 소비자들도 이를 피부로 느낀다. 소비심리 역시 흔들린다. 6월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지수는 50.2로 5월의 58.4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 59(월스트리트저널 기준)를 크게 하회한 수치로, 이는 1980년 불황 당시 저점과 유사한 수준이다.

뉴저지 클로스터의 대형 유기농 슈퍼마켓 매장 /사진=임동욱 특파원


■ "싼 물건을 찾자"… "물건 크기를 줄여 팔자"

이달 초 뉴저지 클로스터의 한 대형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점. 매장 안은 한산했다. 예전처럼 카트에 물건을 가득 담은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계산대 직원들은 통로 앞으로 나와 손님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계란 매대를 찾았다. 가장 싼 제품인 12개에 4.79달러짜리는 이미 다 팔렸다.

슈퍼마켓 내 계란 판매대 /사진=임동욱 특파원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면서 매장 내 상품 배치에도 변화가 생겼다. 인기 상품이던 냉압착 방식 오렌지 주스 매대에서 대용량 제품(1.74리터)이 사라지고 0.45리터 소용량 제품이 자리잡았다. 작은 제품의 용량은 큰 제품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가격은 각각 5.79달러와 10.49달러로 소용량이 대용량의 절반이 넘는다. 가격은 지난해 대비 20% 이상 오른 것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저렴하거나 할인 혜택을 주는 제품을 찾고 있다. 커피 원두 판매대를 살펴보니 세일 제품 진열대는 텅 비었다.

슈퍼마켓 커피 원두 판매대에서 세일 상품의 진열장이 텅 비었다. /사진=임동욱 특파원
미국 대형 유통매장 내 할인을 안내하는 안내판 /사진=임동욱 특파원

근처 대형 소매 유통업체 매장을 찾았다. 곳곳에 세일을 알리는 간판이 붙었다. 그러나 물건을 사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의 비용도 뛰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크기와 중량을 줄여 사실상의 제품 가격을 올리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크리넥스는 최근 소용량 화장지 제품에 넣는 티슈를 기존 65장에서 60장으로 줄였다. 펩시코는 스포츠 음료 게토레이의 용기를 기존 32온즈에서 28온즈 짜리로 변경했다.

이는 미국만의 사례가 아니다. 영국에서 네슬레는 네스카페 아제라 아메리카노 커피캔의 용량을 100그램에서 90그램으로 줄였고, 인도에서는 빔 디쉬 비누의 용량이 155그램에서 135그램으로 줄었다.

미국의 대표적 그릭 요거트 업체 초바니는 플립 요거트의 용량을 5.3온즈(150그램)에서 4.5온즈(128그램)로 줄였다. /사진=임동욱 특파원
미국 슈퍼마켓에서 고객들이 식료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임동욱 특파원


■ 뾰족한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각국 정부도 치솟는 물가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 외 당장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일레인 카마르크 선임연구원은 "대통령에게 인플레이션은 지옥에서 보낸 문젯거리"라며 "경제적으로 풀기 너무 어렵기 때문에 정치적 측면에서 더 심각하며,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공급망 문제를 푸는 데 역점을 둔다. 최근엔 막대한 전략비축유를 풀었고, 원유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움직임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 정유사들에 압력을 넣기도 한다. 외신들에 따르면 14일 그는 정유사들에게 서한을 보내, 러시아의 침공 행위가 인플레이션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면서도 "정유사들의 기록적인 수익이 고통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가격 압박을 가했다.

(로스앤젤레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항에 있는 USS 아이오와 전함 박물관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에 관해 연설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세계 컨테이너 운임지수(FBX) 추이 /사진=Freightos data 홈페이지

공급망 압력은 최근 몇 주 동안 완화하는 모습이다. 세계 컨테이너 운임지수(FBX)에 따르면 40피트 컨테이너를 선적하는 글로벌 평균가격은 지난해 9월 최고치인 1만1000달러에서 지난 10일 기준 7261달러로 떨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전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세금도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카드다. 영국 정부는 생계비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을 위해 190억 달러를 지원키로 하고,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의 이익에 25%의 '횡재세'(windfall tax)를 부과키로 했다. 코로나 규제 완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특별한 초과 이익'을 챙기던 에너지 기업에 부담금을 매긴 것.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위험 감수, 혁신, 또는 효율성 제고 때문에 이익이 발생한 것이 아니다"며 "이런 이유로 그 이익에 공평하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각오하고 '불'부터 빨리 꺼라? 가시화되는 'S의 공포'

지난 15일 한 소비자가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 플랫부시의 번화가에 있는 식료품점으로 들어가고 있다. 가게 외부에 육류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AFPBBNews=뉴스1
역사적 수준의 인플레이션 공포가 글로벌 시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향후 경기 침체를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글로벌 경기가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반적인 수준의 금리 인상 노력이 '먹히고'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풀리고 경제도 호조를 보이는 '연착륙 시나리오'는 이제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 물가상승률, 역사적 고점 수준…"아직 정점 아니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이달 초 발간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8.8%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 1988년 9.8% 이후 34년 만의 최고치다. 불과 반년 전인 지난해 12월 전망치 4.4%보다 2배 높아진 수치다. 인플레이션 정점이 확인됐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가 무색할 정도로 물가 상승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지난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인플레 우려에 불을 지폈다. 1년 전보다 8.6% 올랐는데, 1981년 이래 최고치다.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물가 상승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공포가 가시화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대되며 세계 증시 폭락으로 이어졌는데, 곧이어 15일 연준은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끌어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28년 만에 단행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인플레이션이 각각 40년, 37년여 만에 최고치에 달하는 등 세계 각국의 물가 상승률은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있는 양상이다. 치솟는 물가에 유럽 중앙은행도 다음달 11년 만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 고꾸라지는 성장률…IMF·세계은행 하향조정 이어가

반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은 거듭 하향 조정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7일 내놓은 '글로벌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전망치보다 1.2%포인트 내린 2.9%로 수정 제시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가 미약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시기로 접어들 수 있다"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높인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오는 7월에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한번 낮출 것임을 시사했다. 그렇게 되면 올해 세 번째 하향 조정이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지난 전망치를 내놓은 이후) 많은 일들이 발생했으며 이는 추가 하향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F는 앞서 지난 4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4%에서 0.8%포인트 낮춘 3.6%로 전망했다.


■ "인플레 대응 이미 늦었다" 질타…내년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론 힘 실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맞이했다는 일부 견해는 힘을 잃고 있다.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을 이끌어낸 예상 밖 물가지표 등으로 인해 기존 견해는 수정되고 있다. 지난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경기침체 위험이 30%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50%에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력한 긴축 정책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경기침체로 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웰스파고 증권의 크리스 하비 주식전략 헤드는 "단기적 불황은 이제 기정사실화 됐다"며 "이제 문제는 경기침체가 얼마나 오래 갈지, 그리고 기업 수익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지"라고 말했다.

전직 미국 관료들도 정부가 인플레이션 대응에 한발 늦었고, 경기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경고한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낙관적 시나리오에서조차 경기는 둔화할 것"이라면서 내년이나 내후년까지도 성장률이 저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기간이 이어질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을 예고했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AFPBBNews=뉴스1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현재 인플레이션이 사실상 역사적인 최고점에 가깝다며 강력한 긴축으로 경기 침체를 이끌어 내는 것만이 물가 상승을 잠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에는 경기침체의 위험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80%로 봤다.

지난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이 경제학자 4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내년 안에 경기침체로 접어든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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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임동욱 특파원 dwlim@mt.co.kr, 박진영 기자 jy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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