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24시]'탈세계화' 움직임은 되돌려야 한다.

여론독자부 2022. 6. 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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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지금의 발전은 세계화로 이룩한 성과
한·중·일 3국 정상만이라도 자주 만나
통큰 역내 발전 위해 진지하게 논의를
탈세계화는 문명 발전의 퇴보 불러와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서울경제]

탈세계화(de-globalization),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탈동조화(decoupling), 탈도시화, 탈산업화, 탈(비)원전화, 탈육체노동, 탈정규교육, 탈대면수업 등 ‘탈’이 들어간 단어들의 홍수다. 기획된 것도, 예기치 못한 팬데믹으로 비롯된 것도 있다. 세계적 대전환 현상의 단편이다. 어쩌면 종점은 탈부국강병인 탈국민국가일지도 모른다.

그 중에서 탈세계화는 적극 막아야 한다. 이제는 친지들의 국제결혼도 놀랄 일이 아니게 돼버렸다. 현재의 세계 발전은 무역·투자·자본·기술 등의 세계화로 이룬 성과다.

중국이 이만큼 발전한 것은 세계화를 적극 수용했기 때문이다. 개혁·개방정책 채택 10년 만인 1989년에 대단한 위기가 왔다. 톈안먼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았다. 덩샤오핑이 개방정책에 박차를 가했다.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AFC) 대응,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GFC)는 중국 경제에 커다란 전기였다. 외환보유액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GFC 발발로 중간급 기술을 대대적으로 전수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의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이상의 경제력은 국내 축만으로도 버틸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문제는 탈세계화로 최신 기술 교류가 단절돼 세계 일류 국가가 되겠다는 ‘중국의 꿈’ 실현이 좌절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서도록 내몰리게 돼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들린다. 그만큼 고통스럽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에 격렬하게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PEF와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의 안보협의체, QUAD) 등을 통해 천명한 중국과의 안보 경제 경쟁은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다. 탈중국화로 읽히기 때문이다. 당장 IPEF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향하는지. 반도체 부문을 비롯한 신산업에서만 콕 집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민간과 일선 기업인들의 의견 일치가 가능할지. 더욱이 현재의 아시아는 미국이 만들어놓은 체제이고 결과물이다. 1950~1960년대 일본, 1960~1970년대 한국, 1980~1990년대에는 중국을 적극 키워온 것이 바로 미국이다. 지난 한 세대 동안 역내 3국은 경제적으로나 민간 교류 차원에서나 그런 대로 지내온 이웃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갑자기 서로를 경계하기 시작해야 한다면 ‘이게 뭐지’ 하고 곤혹스러울 뿐이다.

일본도 탈세계화에 부담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역내 개방의 최고 수혜자였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활발한 역내 관광으로 내수를 유지할 수 있었다. 얼추 1000만 명에 달하는 중국 관광객이 관광 소비의 40%를 점하고 있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정책의 방점을 탈신자유주의에 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새로운 자본주의(일본의 공식 번역은 ‘New Form of Capitalism’)로 명명했다. 공공과 공익, 격차 시정, 분배 중시, 배려 강화, 시장과 현장의 목소리 중시 등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근저에는 제2의 메이지유신형 혁신적 개방이 깔려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대외 관계에서 미국과의 동맹 회복,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등에 나서고 있다. 바른 방향이다. 특히 우리의 맹방인 미국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 적극 협조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화대혁명의 트라우마, 기시다 총리는 버블 붕괴의 트라우마, 윤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한중일 3국 최고지도자는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다. 세대의 특성상 지나친 권위주의를 극복할 수 있고 소통력도 충분하다. 윤 대통령이 유일하게 60년대생이다. 윤 대통령의 젊고 뛰어난 상상력으로 한중일 3국만이라도 세계적 대전환의 시기에 새로운 역내 발전의 역사를 써내려갈 수는 없을까. 탈세계화 움직임을 되돌릴 수는 없을까. 일단 3국 정상들만이라도 자주 만나 역내 문제를 좀 더 진지하게 논의했으면 한다. 그 핵심 의제의 키워드는 통 큰 역내 발전이다. 탈세계화는 분명히 문명 발전의 퇴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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