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당벽화로 유명한 日 사찰 호류지.. 인터넷 모금 나흘 만에 목표의 3.8배

정지섭 기자 2022. 6.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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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관람객 급감해 재정난.. 사회적 관심사 되며 기부 쇄도
/호류지 홈페이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일본 나라현의 사찰 호류지(法隆寺)가 코로나로 급감한 관람료 수입을 충당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인터넷 모금)에 나섰다가 나흘 만에 목표액의 네 배 가까이를 확보했다. 현금만 받는 가게가 대부분이고, 팩스와 손도장이 각종 행정·사업 절차에서 통용될 정도로 디지털화 속도가 느린 일본에서 이 같은 초고속 디지털 모금은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19일 일본 NHK방송과 호류지에 따르면, 사찰 측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주 수입원인 관람료 급감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크라우드 펀딩으로 기부금을 모금한다고 알렸다. 사찰 홈페이지에 모금 사이트로 연결되는 배너와 QR코드도 올렸다. 모금 마감 기간은 7월 29일 밤 11시까지였고 목표 금액은 2000만엔(약 1억9204만원)이었다.

일반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모금 시작 불과 하루 만에 목표 금액을 채웠다. 나흘이 지난 19일 현재 목표 금액의 3.7배인 7422만2000엔이 모였다. 현재까지 4200여 명이 모금에 참가했다. 산술적으로 한 사람당 평균 1만7671엔(약 17만원)씩 기부했다는 얘기다. 마감까지는 아직 40여 일이 남아있어 기록적인 액수가 모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호류지의 관람료는 12세 이상 청소년과 어른은 1500엔이고, 어린이는 750엔이다. 이 관람료가 사찰의 핵심 수입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사찰 수입에 타격을 가했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 연간 65만명에 달하던 관람객은 이후 절반으로 줄었다. NHK는 “지난 2년간 사찰은 인건비를 억제하고, 경내 수목 손질 회수를 줄이고, 국보나 중요 문화재 등으로 지정돼 있지 않은 건조물이나 소장품의 복원 작업을 중단하는 등 지출을 줄였다”면서 “하지만 이 정도로는 재정적 어려움을 이겨낼 수 없어 크라우드 펀딩 모금을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호류지는 7세기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쇼토쿠 태자가 세웠다. 지난 1993년 일본 문화재로는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한국인에게는 고구려의 승려 담징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금당벽화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오사카·교토·나라 지역을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들의 필수 관람 코스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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