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의 온차이나] 제로 코로나, 중국 청년들의 비극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2022. 6. 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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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청년실업률 18.4%로 사상 최고 기록, 7~8월 졸업 시즌엔 20% 넘어갈 듯
중 네티즌, "유럽 청년실업률 보고 웃었는데.."

6월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5월 경제 지표를 발표했습니다. 공업 생산이 플러스(0.7% 증가)로 돌아섰고, 수출도 15.3% 증가로 반등했더군요. 하지만 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은 마이너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계속 침체 상태이구요. 통제 완화로 일부 지표가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제로 코로나’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5월 경제 지표에서 가장 눈길을 끈 항목은 청년 실업률이었어요. 16~24세의 청년 실업률이 18.4%로 2018년 관련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18.2%에서 더 늘었어요.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실업률이 18.4%라는 게 맞는 수치냐” “유럽 청년실업률 높다고 웃었는데...” 등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이 쏟아졌어요.

푸링후이 중국 국가통계국 국민경제종합통계국장이 6월15일 5월 경제 지표를 발표하고 있다. 그는 "청년 실업률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국신문망 캡처

◇올해 대졸 1076만명인데...

중국 대학생들은 7~8월에 졸업을 합니다. 올해 전문대와 대졸, 석·박사 과정 졸업생 숫자는 1076만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해요. 두어 달 뒤엔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럽을 휩쓸 당시 유럽 일부 국가의 청년 실업률이 20~30%까지 올라간 적이 있죠. 그걸 비웃었던 중국이 비슷한 처지에 빠질 상황이 됐습니다.

중국은 한해 1300만~1400만명의 청년이 사회로 진출해요. 전문대 이상 졸업생이 900만~1000만명, 고교 졸업생이 400만~500만명 정도 됩니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게 정부의 중요한 책무죠. 중국 총리는 매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에서 그해 목표 성장률을 발표합니다. 성장률 목표를 잡을 때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가 바로 일자리예요. 매년 13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성장률을 잡습니다. 중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정도 일자리를 마련하려면 잠재성장률 선인 6% 정도 성장해야 한다고 해요.

◇봉쇄 충격에 헤매는 중국 경제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6% 성장을 못 하고 있습니다. 2020년은 2.3%, 2021년에는 8.1%를 기록했죠. 연평균 하면 각각 5.2% 정도 성장한 셈이 됩니다.

올해 중국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목표도 6%에 못 미치는 5.5%예요. 중국은 작년 국내총생산(GDP)이 17조7000억 달러로 미국의 77% 선까지 올라왔습니다. 1인당 GDP도 1만2000달러를 넘어섰죠.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성장률 끌어올리기가 만만찮은 일이 됐습니다.

그런데, 연초 톈진을 통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되면서 이 정도 성장도 어려운 상황이 됐어요. 전파력 강한 오미크론을 기존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막으려고 하다 보니 시안, 선전, 상하이 등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중국 주요 공업도시들이 줄줄이 봉쇄에 들어간 겁니다. 도시가 봉쇄되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소비도 곤두박질을 쳤죠.

중국 경제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상하이 봉쇄가 치명적이었습니다. 상하이와 장쑤성, 저장성으로 이어지는 화동 지역은 중국 첨단기술 제품 생산기지이죠.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상하이 양산항은 중국 컨테이너 화물의 23%를 처리하는 중국 최대 항구이죠. 도시 봉쇄로 이 양산항이 마비되면서 이 지역 기업들은 수출도, 원자재 수입도 끊긴 채 발이 묶여 버렸습니다.

◇서비스업 부진이 치명타

6월1일 두 달 만에 상하이 봉쇄가 풀렸지만, 올해 중국 성장률은 크게 떨어질 전망이에요. 1분기 4.8%였던 성장률이 2분기에는 0.5%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올해 전체 성장률 예상치는 3~4% 선이에요. 골드만삭스는 4.0%, 블룸버그통신은 3.6%, 씨티그룹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4.2%로 예상했습니다. S&P 글로벌은 상하이 외 다른 지역에서 다시 봉쇄가 일어나면 성장률은 3.5%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더군요.

이렇게 성장률이 떨어지는데 일자리가 생길 리가 없겠죠. 특히 대학생들이 주로 첫 직장으로 많이 들어가는 서비스업종인데, 이 분야가 제로 코로나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습니다. 5월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작년 동기 대비 -5.1%를 기록했어요.

중국 4월 청년 실업률이 18.2%를 기록했다는 국가통계국 발표 이후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훙수(小紅書)에 올라온 그래픽. '청년실업률이 유럽과 미국을 넘어섰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 /샤오훙수

많은 중국 지식인들이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루펑(虜鋒) 교수는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는 기존 방역정책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런데도 최근 쓰촨성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다시 한번 “제로 코로나 정책은 추호의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최고 지도자의 망상과 아집에 중국 경제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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