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日銀총재의 불안한 뚝심..세계 추세와 거꾸로 '돈풀기' 고집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양적 완화를 유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재 기준금리 -0.1%를 계속 유지해 시장에 무제한으로 돈을 푸는 정책을 계속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최근 미국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 인상(자이언트 스텝)한 것을 비롯해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금리를 인상하는 것과 정반대의 길을 택한 것이다. 현재 엔화는 1달러당 133~135엔까지 밀린 상황인데 현 기조가 유지될 경우 150엔 선도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로다 총재는 이날 “(최근의) 급격한 엔저는 일본 경제에 마이너스”라며 “일본의 일반 가정이 물가 상승을 고통스럽게 받아들이는 상황이란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이 그의 정책 수정에는 이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1944년 후쿠오카 출신인 그는 도쿄대 법대 졸업 후, 대장성(현 재무성)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했다. 2013년 일본은행 총재로 취임한 이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추진한 ‘아베노믹스’의 핵심 역할을 맡았다. 그는 ‘구로다 라인’으로 불리는 ‘1달러=125엔’의 주인공이지만 그 라인이 무너진 뒤에도 아무런 대응도 취하지 않고 있다.
구로다 총재의 배수진은 ‘일본 경기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명분론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현실론은 ‘양적 완화’를 멈췄을 때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지난 9년간 일본은 정부가 국채를 무한대로 찍고 일본은행이 사는 방식으로 돈을 풀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금리를 올리면 일본 경제와 기업이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선 ‘구로다 뚝심은 120조엔(약 1150조원)짜리’란 말도 나온다. 일본은행은 국채(10년물)의 이자를 0.25%로 억누르고 있다. 0.25% 넘는 국채를 일본은행이 무제한으로 구매한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일본은행이 국채 금리를 0.25%로 억누르기 위해선 국채 보유액을 현재보다 120조엔 정도 더 늘려야 한다”고 추정했다. 이렇게 일본은행이 산 국채가 지난주에만 6조7000억엔이다. 현재 일본 국채 발행 잔액은 1000조엔(약 9600조원)을 넘었는데 이 중 일본은행이 500조엔 이상 보유하고 있다. 국채 이자가 오르면 일본 정부의 비용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 흐름과 동떨어진 정책에 국민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권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마이니치신문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48%로 이전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지지율이 떨어진 건 2월 이후 처음이다. 이유는 물가 상승이다.
금융 시장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국채 이자율이 한때 0.265%까지 올랐다. 일본은행 정책을 믿지 못하고 국채를 내던진 보유자가 있었던 것이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재무성 차관은 “구로다 총재는 내년 4월 임기 말까지 현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며 “후임 총재로 유력한 아마미야 부총재가 내년 중순 이후 양적 완화를 축소하는 정책을 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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