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람보르기니 꿀벌, 포르셰 벌꿀이 있다
ESG 경영으로 '꿀벌 살리기' 사업
꿀벌 연구소·양봉 생산 등에 앞장
정부는 최근 ‘다부처 공동기획 사업’으로 내년부터 8년 동안 예산 484억원을 꿀벌을 보호하는 데 투입한다고 밝혔다. 꿀벌 실종 사태를 방치했다간 ‘재앙’이 닥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국내 양봉 농가에서는 꿀벌 78억마리가 ‘집단 실종’됐다.
기업들도 요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일환으로 도심에 양봉장을 조성하는 등 꿀벌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 특히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이 양봉에 적극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람보르기니는 지난달 20일 ‘세계 꿀벌의날’을 맞아 자사의 꿀벌 연구 기술을 공개했다.
이탈리아 산타가타 볼로냐의 람보르기니 공원에서는 약 60만마리의 꿀벌이 13개의 벌집을 드나든다. 꿀벌들은 주변의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도 한다.
벌집이 특별하다. 일부 벌집에는 내·외부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꿀벌들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는지 보여준다. 또 다른 벌집에는 출입하는 꿀벌들의 수를 그래프로 그리는 전자식 계산기가 설치돼 있다. 여기서 나오는 정보는 이상기후가 나타날 때 벌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벌집에는 내·외부의 온도, 습도, 풍속을 측정하는 장치가 있다. 꿀벌이 꽃가루를 충분히 수집하고 있는지, 군집이 잘 성장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한다. 측정된 데이터를 전송하는 시스템도 장착돼 원격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지역 내 살충제나 중금속 등 오염물질을 감지할 수 있다. 공원 양봉장에서 채취한 벌꿀은 직원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낸다고 한다.
포르셰도 독일 본사의 라이프치히 주행 시험장에서 300만마리의 꿀벌을 기르며 연간 400㎏의 벌꿀을 생산한다. 이를 고객 서비스센터에서 판매하고 수익금은 꿀벌 보호에 쓴다. 벤틀리는 꿀벌 30만마리를 키우며 꿀벌이 좋아하는 나무와 들꽃 서식지를 조성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도 25만마리의 꿀벌을 키우며 ‘롤스로이스 꿀’을 만들어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약 75%가 꿀벌 등의 수분 매개에 의존하며, 100대 작물 중 87종을 생산하는 데 꿀벌이 영향을 미친다. 2015년 하버드대 연구팀은 꿀벌이 사라지면 연간 142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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