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스관 60% 죄자..독일 '가스 배급제'까지 거론
유럽 에너지 가격 급등 ‘진통’
프랑스, 총선 결선 앞둬 초긴장
반도체 핵심 네온가스 금수
서방 압박…“한국 먼저 고통”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에 맞선 러시아의 원자재 공급 제한으로 각국이 진통을 겪고 있다. 가스 수급이 급감한 독일에서는 배급제 시행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으며, 프랑스는 19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총선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희소 가스(noble gases) 수출 제한은 한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줄이며 난관에 봉착한 독일의 상황을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대응해 독일 등에 대한 가스 공급을 크게 줄였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통해 독일에 수송되는 가스 물량의 경우 60%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최근 자국의 가스 수급과 관련해 “심각하고 긴박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내에서는 가스 배급제 시행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앞서 독일은 가스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3단계의 대응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이 중 마지막 단계인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일반 소비자와 학교, 병원 등 필수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한 배급제를 실시하게 되며 문화·레저시설이나 일반 기업들의 가스 공급에는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가스 분배와 관련된 유럽 각국의 통제가 몇 달 안에 시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굵직한 선거가 진행되고 있거나 조만간 예정돼 있는 국가들에선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제한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치솟은 에너지 가격으로 인한 민심 이반이 당장의 투표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선 19일 치러지는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연립정당 앙상블은 과반 확보가 불투명한 것으로 예측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280억달러(약 36조원) 규모의 저소득층·기업 지원 정책으로 민심을 달래려 했으나 지지층 붙잡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가 이끄는 좌파연합 뉘프(NUPES)는 약진이 예상된다.
러시아는 에너지 이외에도 희소 가스 수출 제한을 통해 ‘비우호 국가’들을 압박하고 있다. 희소 가스는 아르곤·헬륨·네온 등 자연 상태에 극미량만 존재하는 원소로 이뤄진 가스를 뜻한다. 이 중 네온 가스는 반도체 제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네온 가스 공급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러시아는 지난달 말부터 비우호적인 국가에 대한 네온 가스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네온 가스의 공급 차질은 반도체 수요가 큰 서방 국가들이나 한국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 그룹인 테크셋의 요나스 순드크비스트 선임 연구원은 “삼성이 있는 한국이 가장 먼저 고통을 느낄 것”이라며 “한국은 희소 가스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미국이나 일본, 유럽과 달리 생산을 늘릴 대형 가스 회사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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