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등산객 몰리면서 위험해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200~400m 아래로

박근태 기자 2022. 6. 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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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네팔의 국경에 위치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의 높이가 m로 정해졌다. 위키피디아 제공

네팔 정부가 에베레스트산(해발 8848m) 정상 정복의 관문인 베이스 캠프를 빙하가 없는 아래쪽으로 이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팔 정부는 에베레스트 정상 정복 인근 해발 5364m의 쿰부 빙폭에 있는 베이스캠프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빙하인 쿰부 빙하의 꼭대기에 있는 이 빙폭은 길이가 약 700m로, 이곳에 있는 베이스캠프는 봄 등반 시즌에 최대 1500명이 몰린다. 하지만 최근  곳곳에 크레바스(빙하속의 갈라진 틈)가 입을 벌리고 있는데다 녹으면서 이동을 계속하면서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  

네팔 정부는 1년 내내 얼음이 없는 낮은 고도의 지역에서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네팔 관광부 타라나트 아디카리 국장은 BBC와 인터뷰에서  "현재 베이스캠프 이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곧 모든 이해 관계자와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등산 사업 자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베이스캠프 이전은 필수적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아디카리 국장은 “새 베이스캠프는 현재 고도보다 200m에서 400m 낮은 지역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에베레스트 만년설이 녹으면서 쿰부 빙하가 히말라야의 다른 빙하처럼 빠르게 녹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영국 리즈대 연구팀은 2018년 베이스캠프에 가까운 부분이 연간 1m의 비율로 얇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연간 950만 입방미터의 물을 잃는 것과 맞먹는 양이다. 

빙하의 대부분은 암석 파편으로 덮여 있지만 얼음 절벽이라고 불리는 노출된 얼음 지대가 있다. 연구자들은 빙하를 가장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은 얼음 절벽이 녹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스콧 왓슨 연구원은 “얼음절벽이 녹을 때 얼음절벽 꼭대기에 있던 바위와 암석의 잔해물이 떨어진 곳이 녹으면서 물이 고인다”며 “그 결과 빙하 표면의 암석이 떨어지고 녹은 물의 움직임이 증가하는 확인했다"고 말했다 등산가들과 네팔 당국은 베이스캠프 중앙에 있는 하천이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빙하 표면의 균열과 균열이 이전보다 더 자주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2018년 봄철 등반시즌에 베이스캠프에 머물며 청소작업을 지휘한 키쇼르 아디카리 네팔군 대령도 BBC와 인터뷰에서 “불과 하룻밤 사이에 잠자는 곳에 크레바스가 생기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베이스캠프에서 텐트를 치고 등반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하룻밤 사이에 크래바스 호수에 빠지는 위험에 노출됐다는 뜻이다. 

통계에 따르면 쿰부 빙하는 매년 평균 약 20m씩 내려앉고 있어 거대한 눈사태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도 이 지역에선 빙하가 움직이거나 암석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소음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현지 관계자들은 전했다. 평평했던 공간이 2~3주만에 부풀어 오르는 현상도 매주 끊이지 않고 있다. 

네팔 정부 관계자들은 기후변화도 문제지만 베이스캠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에베레스트는 이제 등반코스가 아니라 트레킹 코스가 되고 있다. 쿰부 빙폭은 전문 산악인들의 정상정복 관문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반 상업 등반이 늘면서 전문 등반가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와 서양 등반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일반 등반객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혼잡'을 부추기고 있다.  

네팔 관계자는 “지금도 베이스 캠프에서 매일 약 4000L의 소변이 배출된다”며 “요리와 난방을 위해 등유와 가스와 같은 엄청난 양의 연료를 태우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빙하 얼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스캠프 위치를 낮은 지역으로 옮기면 다음 번 캠프로 올라가는 거리가 늘어난다. 현지 사정을 잘아는 세르파들이 현재 베이스캠프가 의외로 견고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반면 네팔 정부는 2024년까지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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