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럽 '가스 배급제' 고려..비축량 1월 바닥날 수도

김미향 2022. 6. 1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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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을 대폭 줄이면서 유럽 각국이 에너지 위기에 빠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18일 <블룸버그> 는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유럽에서 가스 배급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독일을 거쳐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는 유럽 각국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끼친다.

유럽에서 러시아 가스를 가장 많이 사는 독일 에너지기업 우니퍼는 주문량보다 60% 적은 가스를 공급받고 있고,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에니도 지난 17일 러시아로부터 요청 물량의 절반만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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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유럽 4개국 우크라 방문과 맞물려
에너지 무기화 가속화한 러시아
올겨울 난방까지 휘청.. "중대 위기"
반도체 제조 가스까지 위기 파급되나
독일 레덴에 있는 서유럽에서 가장 큰 천연가스 저장고 아스토라 천연가스 저장소의 3월 사진. 아스토라는 가스프롬의 독일 법인에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을 대폭 줄이면서 유럽 각국이 에너지 위기에 빠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가스 배급제’ 시행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8일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유럽에서 가스 배급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컨설팅회사 우드 매켄지는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주요 가스관을 완전히 폐쇄할 경우 유럽은 내년 1월에 가스 비축량이 바닥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독일의 전기·가스·통신 규제관청 ‘연방네트워크청’은 만약 정부가 국가 가스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배급제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배급 규제를 통해 여가산업 쪽에 공급을 줄여 의료 같은 필수 공공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클라우스 뮐러 대표는 트위터에 “러시아산 가스 배송의 감소로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도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한 우리는 가스를 절약하고 비축해 그런 상황을 피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독일은 가스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한 3단계 대응 계획 중 첫 단계를 지난 3월 발동한 상태다. 추가로 가스 수요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 주택 소유주들이 겨울철 난방을 줄일 수 있도록 허용하고, 기업이 소비 권한을 팔 수 있는 경매 플랫폼 시행 등을 고려 중이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부 장관은 16일 독일 공영방송 <아에르데>(ARD)와 한 인터뷰에서 “중요하고 긴박한 상황이다.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 사이의 힘겨루기”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러시아의 에너지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독일로 연결되어 있으며 현재 가동 중인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독일 가스 공급량을 평소보다 60% 줄인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가스관 관련 장비가 대러시아 경제 제재 때문에 캐나다 회사로부터 공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독일을 거쳐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는 유럽 각국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끼친다. 유럽에서 러시아 가스를 가장 많이 사는 독일 에너지기업 우니퍼는 주문량보다 60% 적은 가스를 공급받고 있고,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에니도 지난 17일 러시아로부터 요청 물량의 절반만 받았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에너지기업 엔지와 오스트리아의 석유가스기업 오엠파우(OMV)도 타격을 받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유럽 각국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미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미국 액화천연가스 수출 주요 시설인 텍사스주 터미널이 화재로 가동이 당분간 중단되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겨울 초가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너선 스턴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 연구원은 “유럽 각국이 이용 가능한 가스를 어떻게 공유할지 결정하는 것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며 “추위가 빨리 닥치면 문제도 빨리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가스 수출국인 러시아가 지난달 말부터 자국에 비우호적인 국가에 대해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희가스’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17일 전했다. 희가스란 네온, 아르곤, 헬륨 등을 포함하는 비활성 기체다. 세탁기, 자동차, 휴대폰 등 많은 전자제품 제조에 쓰이는 이 세 가스는 수개월 안에 치명적인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고 방송이 전해,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시장연구소 테크셋의 요나스 순드크비스트 선임 연구원은 “삼성이 있는 한국이 가장 먼저 고통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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