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에 열었던 지갑, '고물가'에 다시 닫는 미국인

노정연 기자 2022. 6. 1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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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소매판매 하락세로 전환
소비심리 지수 사상 최저 수준
저소득층·부유층 가리지 않고
외식·휴가 등 일상 소비 줄여

코로나19 회복세와 함께 지출을 늘렸던 미국인들이 다시 지갑을 닫고 있다. 코로나19 방역해제와 함께 살아나던 소비심리가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막혀 다시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미국인들이 외식, 휴가, 이발, 청소 등 일상적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출 감소는 각종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발표한 5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3% 감소하며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미국 미시간대가 발표한 미국 소비심리 지수 역시 5월 58.4에서 이달 50.2로 급락하며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소비자 지출은 최근 물가상승률이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는 와중에도 4월까지 강세를 보이며 팬데믹 이후 경제 성장 전망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지출 행진이 끝날 수 있다는 징후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올해 초 미국인들의 여행, 외식, 미용과 같은 서비스 지출은 작년 대비 30% 증가했으나 현재 증가세가 절반으로 꺾였다.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5월 미국 항공편 예약은 한 달 전보다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 예약 사이트 오픈테이블은 지난 일주일간 식당에서 외식한 사람의 수가 2019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고 밝혔다.

WP는 “사람들이 비행기 예약, 머리 손질, 뒷마당에 수영장 만들기, 낡은 누수 지붕 교체 등을 미루기 시작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경제 성장에서 소비자 엔진이 활력을 잃고 있다는 징후”라고 전했다.

소비심리 위축의 배경에는 지난 1년간 8.6%나 치솟은 물가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

소비 감소는 저소득층과 부유층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바클레이스는 신용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모두 최근 4~6주 동안 서비스 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는 저소득층뿐 아니라, 고소득층도 주식 등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분기에 미국 가계 재산이 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은 3조달러 규모의 주가 폭락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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