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떠나보내고..87세 할머니가 유튜브에 뛰어든 이유
“내가 죽은 뒤, 아이들이 보고 나를 기억해 줄지도...”
2020년 85세에 유튜버로 데뷔한 일본인이 화제다. 할머니 이름은 타라 미치코(87). 오래된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미치코 할머니는 10대 손자의 도움으로 유튜브에 일상 영상을 올리고 있다. 혼자서 밥을 해먹고, 취미로 뜨개질을 하거나 그림편지를 쓴다. 미치코 할머니의 소박하고 잔잔한 일상은 점점 인기를 끌더니 2년 만에 구독자 9만명을 돌파했다. 할머니의 집소개 영상은 조회수 19일 기준 192만회를 넘어섰다.
일본 니혼테레비, 주간여성 프라임 보도에 따르면 미치코 할머니가 유튜브를 처음 접한 건 2년 전이다. 코로나 지원금으로 받은 10만엔(약 96만원)으로 스마트TV를 구입했고, 이때 인생 처음으로 유튜브를 알게 됐다고 한다. TV를 구매한 지 일주일 후, 미치코 할머니는 유튜브를 보고 있던 손자(당시 15세)에게 “나도 유튜브를 해보고 싶다”고 상담을 했다.
첫 영상은 2020년 8월9일에 올라왔다. 제목은 ‘85세 혼자의 일상. 혼자 생활을 즐긴다’이다. 촬영과 편집은 손자가 맡았다.
영상에서 미치코 할머니는 밥을 짓고, 손자들이 좋아하는 새우튀김을 만든다. 요리를 만든 뒤 단지 앞 화단에 핀 꽃에 물을 주며 영상은 끝난다. 별 거 없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일본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조회수는 100만회를 넘겼고, 영상 밑에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보고싶다”, “오래 살아주세요”, “우리 할머니 생각난다”는 댓글이 달렸다. 5060 중년들은 “요리 레시피 배우고 싶다”, “나도 이렇게 늙고 싶다”, “깔끔한 살림 실력이 대단하다”며 부러워했다.
일본 매체 보도에 따르면 미치코 할머니의 남편은 7년 전 세상을 떠났고, 자녀들은 모두 독립했다. 미치코 할머니는 “남편은 9살 연상이었기 때문에, 어느 쪽이 되는 것은 각오하고 있었다. 그래서 남편이 살아있을 무렵부터 내가 즐길 수 있는 걸 여러 가지 하고 있었다”고 했다.
미치코 할머니가 사는 곳은 55년 전부터 살고 있는 작은 아파트다. 할머니는 “집세도 싸고, 관리도 잘 돼 있다. 반세기 이상을 보내고 많이 낡았지만 아늑하다”라고 자랑했다.
미치코 할머니는 ‘낭비’를 절대 하지 않는다. 미혼일 때부터 가계부는 꼭 쓰고 있다. 할머니는 “저는 음식이 없는 시대에 자랐고, 결혼하고 나서도 여유가 없어서 낭비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80대가 넘었음에도 미치코 할머니는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며 건강함을 과시했다. 유튜브에는 할머니의 ‘건강관리 비법’을 묻는 댓글도 많다. 미치코 할머니는 기상 시간은 새벽 5시. 오전 6시에는 단지 광장에서 진행되는 무료 체조 강습 참가한다. 벌써 15년째라고 한다. 체조 덕분에 신체 유연성이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체조 후 집 근처를 10~15분 정도 걷는다.
할머니 자택 층수는 4층. 엘리베이터가 없는 탓에 집에 들어가는 것도 운동이 된다고. 또 지하철역 같은 곳에서도 절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치코 할머니는 “87세라 여기저기 아픈 곳도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큰 병을 겪진 않았다. 매일 습관화된 운동 때문에 의료비가 들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미치코 할머니는 음식을 만들 때도 절대 재료를 남기지 않는다. 양파나 감자는 껍질째로 먹고, 무와 양배추 등 야채 조각 등도 버리지 않고 수프로 만든다. 많이 만들어둬서 냉장고에 보관해뒀다가 카레가루나 토마토를 넣어 맛의 변화를 준다고 한다. 아침에는 건강 스무디, 삶은 계란 1개, 사과 반쪽 등을 먹는다.
혼자 먹더라도 영양 밸런스를 생각해 세끼 식사는 스스로 준비해 제대로 먹는다. 간단하게 먹더라도 좋아하는 그릇에 음식을 담는 게 미치코 할머니의 원칙이다. 미치코 할머니가 정한 하루 식비는 1000엔(약 9600원)이다. 할머니는 “식비는 월 3만엔이면 충분하다. 단지 손자들이 왔을 때는 외식 등으로 조금 더 쓴다”고 했다.
미치코 할머니의 취미는 뜨개질. 유튜브에도 뜨개질 하는 영상이 꽤 있다. 들꽃을 좋아해 화병 코스터를 만들거나, 누가 입던 좋은 소재의 옷을 중고 구매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개조하며 시간을 보낸다.
미치코 할머니가 삶의 마지막을 대하는 태도 역시 특별하다. 할머니의 남편 장례식은 집에서 진행됐다. 할머니는 “나와 아이들, 가족만 참석한 장례식이었다. 남편과의 추억을 이야기했다”고 회상했다. 제단은 준비하지 않았고, 꽃과 사진은 할머니가 직접 준비했다.
할머니에게 남겨진 재산은 현금뿐이다. 부동산 등은 모두 처분했다. 할머니는 “살아 있는 동안 돈을 다 쓰고 싶다. 지금은 손자들에게 다 쓰고 있다. 내게 쓰는 건 아까운데 손자에게 쓰는 건 하나도 아깝지 않다. 돈을 남기고 죽기 보다, 내가 살아있을 때 주면 ‘고마워’라는 말도 들을 수 있고, 서로 행복할 수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글 이어 MS·메타도 호실적...그럼에도 주가 하락하는 이유는?
- [속보] 합참 "북, 동해상으로 미상 탄도미사일 발사"
- 마약해놓고 “판사님이 뭔데 판단해?” 따진 20대, 결국 선처 받았다
- 金 국방 “우크라이나 파병 전혀 고려 안해”
- [Minute to Read] China detains S. Korean on espionage: first case raises diplomatic questions
- [더 한장] 109년 된 호텔이 사라진 이유
- 美의 살벌한 경고 “북한군, 우크라 가면 반드시 시체 가방에 담겨 돌아간다”
- “노후 위해 장기 적립식 투자? 철썩같이 믿었다가 벌어진 일”
- 한 번에 두 켤레, 수십만원 신발드레서 4만원대 실현
- 오래된 도마 위험, 재료별로 쓰는 은도마 3개 세트 2만원대 특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