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스페인 유도 육성 헌신..유도계 대부 이영
국가대표 유도 선수와 지도자 등 스페인 전역의 유도인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긴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함께한 자리.
국가대표 감독과 국립대학 교수를 거치며 40년 넘게 스페인 유도를 탄탄히 다져온 유도계의 대부, 이영 씨도 초대됐습니다.
[마리오 무싸스 / 스페인 유도연맹 회장 : 아주 오래전 이영 선생님이 스페인에 오시고부터 유도를 바라보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스페인 유도는 유럽 방식으로 프랑스의 영향이 컸는데, 선생님이 한국 스타일을 접목한 새로운 경기 방식을 들여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스페인 유도의 질을 상당히 발전시켰다고 생각합니다.]
1971년, 국가대표 유도선수였던 이영 씨는 대한유도회의 추천으로 낯선 나라 스페인에 파견됐습니다.
[이영 / 전 마드리드 국립대 체육대학 교수 : 유럽이 그때가 일본이나 한국을 빼놓고 유럽이 아주 강세란 말이에요. 유도 지도자 초청했을 때 대한유도회에서 한번 가볼 생각 있느냐 해서 스페인은 사실 처음에 올 생각이 하나도 없었어요.]
당시 스페인은 프랑스나 독일 등 다른 유럽국가보다는 약세였지만 20만 명이 넘는 유도 인구가 있었는데요.
이영 씨는 아는 단어가 채 스무 개도 되지 않을 무렵 유도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직접 몸으로 보여주는 수업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런 실전 수업은 이영 씨만의 강점이 됐습니다.
[꾸리뇨 / 전 스페인 국가대표 감독 : 많은 사람이 유도를 말로 가르칩니다. 하지만 그는 유도를 말로만 가르치지 않고 늘 매트 위에서 유도를 실제로 보여줬습니다. 덕분에 저는 눈으로 그의 유도를 직접 보고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이영 / 전 마드리드 국립대 체육대학 교수 : 이영 교수는 스페인 문화를 가장 빨리 적응하더라, 그래서 스페인 사람들 마음을 알아주고 스페인 사람들이 알아듣게끔 자기들을 대해줬기 때문에 그래서 좋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한두 번 들은 게 아니라 많이 들었어요.]
스페인 대표팀 코치가 된 이영 씨는 육군 유도부 시절부터 몸에 익혀온 훈련 방식을 적용해 한국식 유도를 전수했습니다.
이후 유도관을 열고 체대 교수로 활동하며 그를 거쳐 간 제자가 만 명이 넘습니다.
[꾸리뇨 / 전 스페인 국가대표 감독 : 그의 유도 기술은 늘 화려했어요. 그래서 모두가 그에게서 배우고 싶어 했죠. 그의 모습은 젊은 감독들이나 선수들에게 큰 귀감이 됩니다.]
스페인 유도계에서 이영 씨를 거쳐 가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요.
2006년, 교수직에서 퇴임할 때까지 키워 온 제자들이 지금은 스페인 각지에서 또 다른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이영 / 전 마드리드 국립대 체육대학 교수 : 지역 체육 담당 행정, 담당 주라든지 시라든지 거기 체육은 대부분 체육대학 출신들이 가 있는데 지금 나이가 한 50이 좀 넘었다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마드리드체육대학 출신일 거예요. 물론 각 지방 주 체육대학에 학장들은 대부분이 우리 제자들이에요.]
그가 남긴 건 제자들만이 아닙니다.
마드리드대학의 유도관은 '이영' 체육관으로 이름 지어졌는데요.
교내 농구장, 수영장, 배구장 등 여러 체육 시설 중 유일하게 교수 이름을 딴 체육관입니다.
한국과 스페인의 유도 문화 교류의 공로를 인정받아 양국에서 받은 훈장도 여럿인데요.
그렇지만 이영 씨에게 가장 의미 있는 건 따로 있습니다.
[이영 / 전 마드리드 국립대 체육대학 교수 : 저 사진이 제일 중요해요. 정부에서 준 것도 있고 단체에서 준 것도 있지만 저건 훈장보다도 난 더 귀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저건 학생들이 만들어서 가져다준 거고 의미가 있는 게 나는 이미 2006년에 정년퇴직해서 나와 있는데 2008년에 졸업한 학생들이 자기들이 2학년 때 가르쳤다고 해서 만들어서 가져다줬다는 거는 의미가 있다, 이거예요. 그래서 내가 모시고 있는 거예요.]
퇴임 후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유도인의 마음가짐을 지켜 나가는 그의 마지막 목표는 10단 승단.
세계적으로 10단에 등극한 유도계 원로들은 열 명 남짓으로 알려졌는데요.
스페인 유도 역사상 첫 10단 승단을 노리는 이영 씨의 유도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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