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소 말대로 그때 집 팔걸, 후회돼"..집주인들 속탄다

박상길 2022. 6. 1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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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연합뉴스>
한 시민이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매물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개업소에서 2000만∼3000만원 싸게 팔자고 할 때 그 말을 들을 걸 그랬네요"

2주택 보유자인 김모씨는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가 시행된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아파트를 팔려고 내놨지만 한 달이 넘도록 매수 문의 한 통 받지 못했다. 오는 6월 1일 보유세 과세일까지 매도가 어려워 보여 시간 여유를 갖고 팔려고 시세 수준에 매물을 내놨더니 매수자들의 입질조차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중개업소에서 애초 2000만∼3000만원 정도 낮춰서 빨리 팔자고 했는데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도 있어서 시세를 고집한 것이 지금 와서 후회가 된다. 현재 5000만원 이상 낮춰 내놓은 급매도 안 팔린다는데 집값이 점점 떨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주택 가격 하락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아파트값은 3주 연속 약세를 기록 중이며 이번주 조사에서는 지난주(-0.01%)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올 초부터 극심한 거래 절벽이 이어져 온 가운데 다주택자 절세 매물은 늘어난 반면 대출 규제에다 금리 인상 부담까지 커지며 매수세가 위축된 영향이다.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 지역과 성북구 일대는 물론 강남권인 송파·강동구, 강북 인기 지역인 마포·성동·서대문구 등지까지 일제히 하락세다. 미국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여파로 매수 문의가 뚝 끊기는 등 더 꽁꽁 얼어붙은 모습이었다. 서울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말 내내 매수자들의 문의 전화를 한 통도 못 받았다. 가뜩이나 역대급 거래 절벽 속에 글로벌 국가들의 금리 인상과 금융시장 불안 소식이 전해지자 싼 매물을 기다리던 매수 대기자들마저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이어 "다주택자 외 1주택자 갈아타기 수요의 매물도 계속 나오는데 집을 팔고 다른 데로 이사를 가고 싶어도 집이 안 팔려 발이 묶인 사람들이 많다. 시세보다 1억원 낮춰 팔겠다는 집주인도 있는데 매수세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는 1∼4단지 3885가구 가운데 올해 매매 실거래가 건수(신고 공개 건수 기준)가 단 2건에 불과하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달 31일 17층이 18억7500만원에 팔리면서 지난해 9월 최고가 19억3500만원 대비 6000만원 떨어졌고, 지난 5월 3일에 신고된 전용 84㎡는 18억4000만원에 거래돼 작년 9월 최고가(19억4500만원)보다 1억500만원 하락했다.

강남권인 송파구 잠실 일대도 매수세가 급감하면서 엘스·리센츠 전용 84㎡의 경우 일반 매물(25억원)보다 최고 2억원 이상 낮춘 22억∼23억원짜리 급매물도 찾는 사람이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그나마 팔린 것들은 최고가 대비 2억∼3억원 이상 가격을 낮춘 매물이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달 22억5000만원에 팔려 작년 11월 최고가인 26억원보다 3억5000만원 낮은 금액에 신고됐다. 또 레이크팰리스 전용 84㎡는 지난달 22억3000만원에 거래돼 이전 최고가인 작년 11월 24억8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 하락했다.노도강 지역도 시세보다 5000만∼6000만원 싼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가 안 된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집값이 당분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전날 기준 6만4450건으로 양도세 중과배제 시행 전(5월 9일)보다 1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기는 13.9%, 인천은 14.2% 각각 늘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 4월 1750건에 이어 5월에도 1594건에 그치면서 작년(4월 3655건, 5월 4901건)의 절반 이하로 급감한 가운데 이달에도 반토막 거래량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관측도 나온다. 2008년 9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후 금리 인하, 규제완화 조치로 주택시장이 회복됐다가 정부가 다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를 강화하고, 일명 '반값아파트'로 불린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확대하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연속 떨어지는 장기 침체를 겪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앞으로 금리가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금리가 계속 더 오르면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거래절벽이 심화되고, 가격도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2008년 외환위기 때와 현재는 경제 상황이 다르고, 새 정부가 공급 확대를 위한 재건축 등 규제 완화, 보유세 감면 등을 추진 중인 만큼 하락폭이나 하락 기간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생애최초주택구입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낮춰주는 등 일부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금리 인상 변수가 워낙 커 대출 규제 경감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국내 주택가격도 일부 조정기를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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