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발빼는 한전, 증권사마저 손뗀다..사실상 '팔아라' 신호

차창희 2022. 6. 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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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폭등·탈원전 악재
5개 분기 누적 21조원 손실
올해 2분기에도 7조원 적자
외국인 3년새 7800만주 매도
보유율 27%서 15%로 줄어
증권사들 '중립' 의견 제시
사실상 '팔아라' 신호 보내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국전력이 5개 분기 누적 적자 규모만 21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압박 속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전력 보유 주식 수는 3년 새 7786만주 감소했고, 실적 악화에 증권사들도 선뜻 매수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 17일 전 거래일 대비 0.44% 하락한 2만2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국전력 주가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2016년 역사적 고점(6만3700원) 대비 64% 떨어졌다. 6년 연속 음봉(하락)을 기록했고 올해도 보합 상태다.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은 주가 방향성을 좌우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전력 주식 9459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율로 따지면 14.73%다.

이는 3년 전인 2019년 6월(1억7246만주)보다 약 7786만주 줄어든 수치다. 보유율도 26.86%에서 12.13%포인트 감소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전력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것은 지난 정부가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으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지만 2분기에 적자 전환한 후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올해 2분기에도 6조9540억원가량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적자 전환한 지난해 2분기 이후 5개 분기 누적 적자 규모만 21조167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한국전력의 올 한 해 영업적자만 25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영업손실(5조8601억원)의 4배가 넘는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 원자재 값 폭등으로 한국전력의 전기 생산원가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이다. 한국전력이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은 급등했는데, 판매단가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기를 팔수록 오히려 손실이 쌓이는 구조인 셈이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의 전력판매단가는 2분기부터 부과되는 기준연료비 상승분 일부가 반영됨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6.8%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력조달단가는 88.7% 상승하면서 7조원의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높아진 연료비 부담이 모든 것을 압도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을 이루기 위해선 40% 이상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연료비 조정폭 상한제와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대폭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전기요금을 대규모로 인상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대폭 인상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에 증권사들도 한국전력을 매수 목록에서 점차 제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14일 기준 한국전력에 대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한 국내 증권사는 총 13곳이다. 이 중 매수의견을 내건 증권사는 4곳(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에 불과하다. 나머지 9곳은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한 해 동안 매수의견을 95% 이상 제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립 의견은 사실상 '주식을 팔라'는 뜻이다. 목표주가도 현 주가와 괴리율이 그리 크지 않다. 가장 많은 증권사들이 한국전력의 목표주가로 2만3000원을 제시했는데 현 주가에서 상승 여력은 1.3%에 그친다.

문제는 근본적인 주가 하락의 원인을 당장 해소하기 어렵다는 부분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지부를 찍고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하거나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수익구조 정상화가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두 요건 모두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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