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NA에 스피드..직원 평균 나이 30세, 세계적 제약사 도약 [톡톡! 경영인]

김시균 2022. 6. 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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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오 USA에서 만난 존 림 대표
삼성바이오로직스 초고속 성장 비결은
위탁생산 능력
스위스 '론자' 앞서
송도4공장 완공땐
총 생산능력 62만L
전체 CMO 중 30%
올 누적수주 79억弗
롯데·CJ·GS 등
바이오진출 환영
"위탁생산(CMO) 능력 면에서는 우리가 스위스 론자(매출 기준 세계 1위 CMO)를 이미 앞서고 있다. 올해 10월부터 부분 가동에 들어가는 인천 송도 4공장까지 완공되면 총 생산능력은 62만ℓ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전체 CMO 물량 중 30% 규모다."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이끄는 존 림 대표는 지난 14일(현지시간) '2022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이 열린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인터뷰하며 "언제쯤 론자를 뛰어넘을 것인가"라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부분 가동을 앞둔 송도 4공장을 포함해 국내외 거래처에서 계속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올해 2분기까지 누적 수주액은 79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해외파 제약·바이오 전문가인 그가 합류한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초격차 수주 경쟁력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견인 중이고 지난달 미국 그린라이트 바이오사이언스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후보물질 임상 원료 생산에 들어갔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계약 체결과 국내 출하, 임상 초기 단계부터 후기 단계 전 과정에서 제공하는 위탁개발(CDO) 가속 플랫폼(에스-셀러레이트) 출시 등 이미 글로벌 최대 CDMO로 도약했다는 평가다. 존 림 대표는 "mRNA를 생산하는 회사는 세계에 두 곳밖에 없다"며 "mRNA 원제를 생산하는 기업이 한국에 있다는 건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개발·유통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100% 확보해 삼성그룹의 '제2 반도체 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바이오젠과 협력하면서 축적한 에피스의 개발·임상·허가·상업화에 걸친 연구개발(R&D) 역량을 온전히 내재화했다. 다시 말해 에피스 지분 인수를 통해 의사 결정 자율성과 민첩성이 높아짐으로써 신규 파이프라인 개발, 오픈이노베이션, 신약 개발 등 중장기 성장을 더욱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존 림 대표는 기존 CDMO 사업을 넘어 신약 개발을 위한 준비도 착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삼성이 처음부터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덜한 위탁생산부터 들어간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며 "위탁생산을 통해 쌓은 경험을 토대로 신약 개발을 위한 펀드 출범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약 사업까지 진출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바이오시밀러·신약을 아우르는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게 된다.

존 림 대표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보면서도 인수·합병(M&A) 가능성은 열어놓은 상태다. 그는 "많은 회사가 세포·유전자 치료제 사업을 위한 공장을 세웠지만,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지금 다 매물로 내놓고 있다. 2024년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면서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아직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기다리면 적절한 가격에 좋은 매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러한 초고속 성장을 실현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존 림 대표는 '훌륭한 인재' '삼성DNA', 이를 바탕으로 한 '스피드'를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삼성의 경쟁력은 삼성DNA를 흡수한 우수 인재를 중심으로 경쟁사를 압도하는 스피드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18년 입사해서 보니 삼성만의 DNA가 확실히 있더라"며 "삼성전자 쪽에서 큰 공장을 지은 경험을 통해 다른 회사는 4년 걸리는 바이오 생산 공장을 2년 내에 짓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반도체 영역에서 다진 기술력과 노하우가 바이오 영역에도 그대로 이식됐다는 것이다. 그는 "돈만 있으면 공장도 살 수 있고 M&A도 할 수 있지만 인재 양성은 그렇지 않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은 총 6000명으로 평균 나이가 서른 살에 불과할 만큼 젊기 때문에 뛰어난 인재로 키우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림 대표는 일본 후지필름,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해외 경쟁사에 대해서도 맞대결 의지를 보였다. 후지필름은 올해 바이오USA가 열린 컨벤션센터에 유일하게 두 군데 부스를 차리며 마케팅 강화에 나섰고, 우시바이오로직스도 대규모 부스를 꾸려 글로벌 고객을 맞았다.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들에 뒤지는 건 아니었다. 빅파마 베링거인겔하임보다 넓은 최대 규모(140㎡)로 노바티스 옆자리에 부스를 차려 글로벌 업계 관계자들에게서 이목을 끌었다. 이 회사가 바이오USA에 단독 부스를 차린 것은 2011년 이래 10년 연속이다.

존 림 대표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20억달러를 들여 북미 최대 바이오의약품 CDMO 공장을 짓고 있는 후지필름에 대해 "후지도 잘하겠지만 공장 면에서는 우리가 뒤질 만한 상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체 바이오의약품은 해마다 10%씩 성장한다"며 "우리는 2년 반 정도면 공장 가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결국 우리에게 수주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롯데, GS, CJ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바이오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속속 업계로 진출 중인 현상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실제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달 13일 바이오 사업에 10년간 2조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해 업계 진출을 공식화한 바 있다. 올해 바이오USA를 통해 데뷔전을 치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인 이원직 상무를 초대 대표로 선임해 "1조원 투자로 인천 송도 등 국내에 대형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CJ는 신약 개발 업체 천랩을 인수해 올해 초 CJ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시켰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신약 개발 업체 암크(AMC)바이오를 설립했고, GS는 국내 1위 보툴리눔 톡신 기업 휴젤을 지난해 사들였다. 존 림 대표는 "이익과 매출도 중요하나 인류를 위해 시장에 경쟁사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반겼다.

年 12번이상 해외 출장 체력 키우려 매일 달려…마라톤 풀코스도 거뜬, 3시간45분만에 완주

존 림 대표는 업계에서 소문난 달리기 예찬론자다. 30대부터 매일 아침 러닝을 즐긴다는 그는 환갑을 넘긴 나이인데도 42.195㎞ 완주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껏 군살 없는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바이오USA 개막일인 지난 13일(현지시간)에도 아침 7시부터 30분가량을 뛰었다는 그는 "미국에 살 때도 매일 아침 뛸 만큼 러닝을 좋아한다"며 "뛰는 행위엔 강한 중독성이 있다"고 했다.

그가 이렇게 러닝을 좋아하게 된 데엔 업무 환경도 한몫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전문가로서 세계 방방곡곡을 출장 갈 일이 잦았다. 그는 "로슈에 있을 땐 1년에 12번 이상 출장을 다녔다. 거의 3주에 한 번꼴"이라며 "시차 적응도 문제이고 몸이 견뎌내려면 체력을 키워야 했다"고 말했다. "살려고"했던 운동이 지금은 그가 가장 사랑하는 취미가 됐다. 그가 러닝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마라톤까지 하게 된 배경이다. 존 림 대표는 "42.195㎞를 3시간45분에 완주한 기록이 있다"면서 "앞으로도 뛰고, 또 뛸 것"이라고 했다.

▶▶ 존 림 대표는…

1961년생으로 미국 스탠퍼드대 화학공학 석사, 노스웨스턴대 MBA 출신이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제넨텍에서 생산·영업·개발 총괄과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 등을 두루 역임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전문가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엔 2018년 9월 합류했다.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의약품 공장인 인천 송도 3공장 관련 업무를 총괄했고, 2020년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샌디에이고 =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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