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세 미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눈앞..효능 논란에 얼마나 접종할지 '미지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5세 미만 어린이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을 긴급 승인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기구도 접종을 권고하면서 빠르면 이달 21일부터 5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백신의 효능이 성인보다 약한 데다 효능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도 부족해 얼마나 많은 미국 부모들이 접종을 선택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와 국제학술지 네이처 등은 18일 “백신 효능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고 대부분 어린이가 이미 감염된 상황에서 백신의 이점과 어떤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를 두고 전문가들과 부모들의 의문이 있다”고 전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접종 횟수와 시점, 용량에서 모두 차이가 난다. 화이자 백신은 성인과 달리 세 차례 접종해야 하고 2차 접종은 1차 접종 후 3주 뒤, 3차 접종은 2차 접종 후 8주 뒤 투여해야 한다. 매 접종마다 성인 용량의 10분의 1을 주사한다. 모더나는 성인처럼 한 달 간격으로 두 차례 접종해야 하고 접종량은 성인의 4분의 1이다.
FDA는 안전성에서 두 백신 모두 기준을 충족한다고 봤다. 부작용은 주사 부위 통증과 피로감 등 경증이 많았다. 이들 모두 빠르게 해소됐다. 백신과 관련한 심각한 부작용은 드물게 발생했다. 모더나 백신은 접종한 어린이 중 1명이 고열로 발작을 일으켰다고 보고했다. 화이자 백신에서는 백신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발열과 종아리 통증 사례가 보고됐다.
백신 접종의 효능은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모더나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6개월 이상 23개월 이하 어린이에서는 50.6%, 2~4세 어린이에서는 36.8%로 나타났다. 모더나 백신이 2020년 12월 처음 나왔을 때 예방 효과가 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던 임상 결과와 비교하면 낮다.
화이자 백신은 2차 접종에서 FDA의 면역 반응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FDA는 때문에 3회 접종 시험 결과를 볼 때까지 백신 평가를 연기하기도 했다. 3차 접종에서 화이자 백신은 6개월 이상 23개월 이하 어린이에서는 75.6%, 2~4세 어린이는 82.4%로 나타나 높은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모더나가 임상에서 6개월 이상 23개월 이하 어린이 1762명, 2~4세 어린이 3040명을 참가시킨 것과 달리 화이자는 6개월 이상 23개월 이하 어린이 386명, 2~4세 어린이 606명밖에 참가하지 않았다. 도란 핑크 FDA 백신 및 관련 응용 제품 부국장이 승인 회의에서 “추정치가 예비적이고 부정확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접종은 승인됐으나 전문가들은 아직 의문을 해소하지 못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폴 오핏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교수는 네이처에 “다른 연령대에서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이 효능 면에서 나란해 보였던 것과 달리 이 연령대는 처음으로 분리된 모습”이라며 “보호가 가능하다는 확실한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이자 백신은 접종 완료까지 11주가 걸리는 만큼 취약한 기간이 긴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기초해 만들어진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보호를 제공할지도 미지수다. 웨인 마라스코 미국 데이나파버 암연구소 교수는 인체가 처음 대면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종류가 면역 반응을 결정하는 ‘면역 각인’ 문제를 지목했다.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변이에 대한 백신의 보호 효과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부모들은 아직 5세 미만 접종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건강정책기관 KFF가 지난달 4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세 미만 부모 중 18%만 자녀에게 즉시 접종을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27%는 백신 접종을 전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38%는 기다리겠다고 답했고 11%는 필요한 경우에만 접종하겠다고 밝혀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다려보겠다는 답도 많았다.
미국이 5세 미만 접종을 시작하면서 국내에도 해당 연령 백신 접종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미국 외에도 아르헨티나, 바레인, 중국, 쿠바, 베네수엘라 등이 5세 미만 어린이에게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네이처는 "다른 나라들이 아이들에게 백신을 제공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을 따를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전망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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