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카자흐스탄에 "구소련도 역사적으론 러 일부"..추종 압박

김연숙 2022. 6. 1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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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구소련 국가들도 러시아 영토에 속해 있으며, 러시아의 뜻에 반할 경우 우크라이나와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으름장을 놨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등 외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세력인 도네츠크공화국(DPR)과 루한스크공화국(LPR)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푸틴 대통령이 이에 응수하는 과정에서 경고성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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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동부 친러세력 인정 안한다" 토카예프 발언에 '으름장'
마주 앉은 토카예프-푸틴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에 참석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구소련 국가들도 러시아 영토에 속해 있으며, 러시아의 뜻에 반할 경우 우크라이나와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으름장을 놨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등 외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17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 전체회의 중 나왔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세력인 도네츠크공화국(DPR)과 루한스크공화국(LPR)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푸틴 대통령이 이에 응수하는 과정에서 경고성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EFE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당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DPR과 LPR에서 친러시아계 주민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진행자는 옆자리에 있던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이 같은 견해를 지지하는지 물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우리는 대만, 코소보, 남오세티야, 압하지야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분명 같은 원칙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준국가 영토'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국제법은 유엔 헌장에 기초하는 것으로, 이에 따른 영토 보전의 원칙과 국민의 자기 결정권 사이에 갈등이 있더라도 새로운 국가가 수백개 출현한다면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번 SPIEF에 참석한 몇 안 되는 해외 정상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동맹국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했다고 전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의 답변에 한동안 가만히 있던 푸틴 대통령은 "소련이란 무엇인가? 이건 역사상 러시아"라고 운을 뗐다.

이어 카자흐스탄을 러시아의 '형제 국가'라고 칭찬하면서 "물론 우크라이나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었지만, 그들은 우리의 동맹국이 아니었다"고 은근한 압박을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전문가들은 이웃 국가에 대한 '명백한 위협'으로 해석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러시아판 다보스포럼' 국제경제포럼(SPIEF) 전체회의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카자흐스탄의 한 전문가는 토카예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지지자들 앞에서 그를 모욕했고, 푸틴 대통령의 위협은 '진짜'라고 평가했다. 카자흐스탄이 러시아의 다음 희생자가 될 수도 있음을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인식시켰다는 것이다.

또 다른 카자흐스탄 전문가는 "푸틴 대통령은 '당신이 좋은 이웃이라면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선을 넘어 친서방으로 간다면, 우리는 당신 땅을 정복할 수 있다. 왜냐면 그건 우리 것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1월 대규모 유혈 시위를 겪은 카자흐스탄의 토카예프 대통령은 권력 기반이 취약한 상태다. 당시 그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파병을 요청했고, 러시아 공수부대가 포함된 병력이 파견돼 시위를 진압했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막시밀리안 헤스 선임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명백한 위협'이라며 "토카예프 대통령은 국내에 권력 기반이 없고, 1월 이후로 자신이 푸틴 대통령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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