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에 '공매도 폭탄'..7일간 4.2조 쏟아졌다

한동희 기자 2022. 6. 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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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 52주 신저가 갈아치우고
아모레·케이카 등도 이달 약세
공매도發 지수 추가하락 예상 속
전문가 "실적 뒷받침 되는 기업
주가 방향성 쉽게 바뀌지 않을것"
[서울경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급격하게 쌓이며 가뜩이나 악재에 민감한 증시에 또 다른 우려를 안기고 있다. 외국인 주도로 쌓인 공매도는 테마 종목뿐 아니라 대형주에까지 손길을 뻗치면서 증시를 짓누르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수급 기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공매도 급증은 지수 추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9일부터 17일까지 공매도 거래 대금은 4조 1806억 원에 달한다. 직전 6거래일(2조 5310억 원)보다 65.2% 급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재점화한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 9일에만 약 7750억 원이 몰렸다. 올 3월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3만 선 아래로 내려앉은 17일에도 7723억 원의 공매도가 쏟아졌다. 이 기간 코스피·코스닥지수는 각각 7%, 9%가량 빠졌다.

이 기간 동안 수급 주체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외국인이다. 7거래일간 외국인의 공매도 금액은 총 3조 1101억원으로 전체의 74.4%에 달한다.

공매도 예비 지표로 불리는 대차 잔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짙었던 지난해 12월 한때 58조 원까지 줄었던 대차 잔액은 이달 들어 68조 원까지 불어났다.

최근 한국 증시가 미국발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흔들리면서 공매도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 변동성이 높아질 때마다 공매도 집중 현상은 어김없이 나타난다.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사서 되갚아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 방식이기 때문이다.

공매도의 타깃이 된 주요 종목들은 주가가 줄줄이 미끄러지거나 정체하는 모양새다. 17일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인 넷마블은 최근 7거래일 간 12.5%나 빠지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아모레퍼시픽과 쌍용C&E(003410), 케이카도 이 기간 거래량의 20%가 넘는 공매도가 쏟아지며 각각 10%, 7.18%, 16.6%씩 주가가 급락했다. 테슬라 공급 호재가 있었던 LG에너지솔루션 정도만이 보합세를 보이며 주가를 방어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크리스에프앤씨(110790)(-5.38%), 이엔에프테크놀로지(102710)(-0.29%), 매일유업(267980)(-4.18%) 등에 공매도의 그늘이 짙었다.

공매도가 금지되기 전까지는 코스피의 바닥을 확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0년 코로나19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하던 상황에서 공매도 금지 법안이 시행되자 코스피지수는 반등에 성공했다”며 “2011년 8월 공매도 금지 정책이 시행됐을 때도 한 달 뒤 지수가 진바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공매도가 추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2020년 3월 초 전체 거래 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 대금 비율이 10%에 육박했지만 법안 시행 후 공매도가 거의 없어졌다”며 “현재 인플레이션 우려 장세에서도 공매도 금지 등 적극적인 정책 여부로 지수 바닥 시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매도 표적이 되기 쉬운 종목을 피해가려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기업의 실적 체력도 공매도를 판단할 또 다른 중요 지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차 잔액이 많은 기업은 공매도 거래로 인해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는 있지만 실적이 담보된다면 주가의 방향성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 당국은 추가적인 공매도 금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당국은 2020년 3월 코로나19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하자 공매도 금지 조치를 1년간 시행했으며 현재는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가 가능하다.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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