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도 전례없는 폭염.. 프랑스는 에어컨 없는 실내활동도 금지
기후변화의 여파로 올해도 세계 각국에서 전례없는 폭염과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70여년만에 가장 이른 폭염이 찾아와 에어컨이 없는 실내활동을 금지하는 고강도 대책이 시행됐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는 홍수와 낙뢰로 50여명이 사망하고 수백만채의 가옥이 물에 잠겼다. 세계기상기구(WMO) 측은 “기후변화로 전세계에서 폭염이 더 일찍 시작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지난 17일 남서부 대부분 지역의 한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었다. 프랑스에서 40도 이상되는 폭염이 이처럼 이른 시기에 찾아온 것은 1947년 이후 처음이다. 프랑스 기상청은 이번 폭염이 북아프리카에서 이동하는 고온의 기단 때문에 발생했다며 “기후변화의 증표”라고 설명했다.
전례없이 이른 폭염이 시작되자 프랑스 정부와 지역당국들은 야외 활동을 아예 금지하는 초강수를 냈다. 낮 기온이 39도까지 오른 지롱드주 보르도시는 콘서트 등 야외 대규모 행사를 폭염이 끝날 때까지 금지한다고 밝혔다. 실내 행사도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금지키로 했다.
폭염은 영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다른 지역도 휩쓸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 지난 15일 수도 마드리드의 최고기온이 40.5도를 기록하는 등 수십년만에 가장 더운 초여름을 맞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라고사는 이미 지난 5월에 34도 안팎을 기록했다.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스페인에서는 산불 피해도 확산됐다. 북서부 시에라 데 라 쿨레브라 지역에서는 90㎢에 달하는 지역이 산불에 휩싸여 200여명이 대피했다. 중부의 퓌 뒤 푸 테마파크에서는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로 3000여명이 대피했다.
미국에서는 거대한 열돔 현상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질 것이란 예보가 나왔다. 열돔은 고기압이 한 지역에 정체되며 가마솥더위가 이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최근 빈도와 강도가 커지고 있다. 열돔은 현재 미국 북부 평원에서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번주 수천만명이 폭염에 노출될 전망이다. 18일 최고 기온 30도를 기록했던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는 21일 최고 기온이 37.7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에는 홍수와 낙뢰 피해가 이어졌다. 인도 북동부에서는 닷새 이상 계속된 폭우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200만명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인도 정부는 군을 동원해 홍수로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하고 식량 등 필수품을 지원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폭풍으로 인해 촉발된 벼락으로 지난 17일 이후 최소 21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지대에 있는 방글라데시는 기후 변화가 심화되며 홍수와 사이클론과 같은 재해 위협이 한층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쟁 이후 각국 정책의 우선순위가 기후 위기보다 에너지 안보에 초점이 맞춰졌고, 러시아산 에너지를 신속히 대체하기 위해 석탄 등 다른 화석연료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7일 “재생에너지에 대한 초기 투자가 충분했다면 에너지 가격 상승을 비롯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오늘날의 어려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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