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팀 "외계신호 포착"주장에..천문학자들 "인간이 만든 무선신호 오인한 것"
중국 과학자들이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인 ‘톈옌’으로 지구 밖 외계 신호를 포착한 것 같다고 주장하고 나서 전세계 과학계가 논란에 휩싸였다. 국제 천문학계는 일단 중국 측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나타냈다. 당장 중국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한 미국 연구자들도 수신한 신호가 인간이 만든 무선 신호가 간섭 현상을 보인 결과라고 밝혔다. 대다수 천문학자들도 지적 외계생명체 탐사(SETI·세티)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지구 전파를 오인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라이브사이언스 등 외신은 “중국 과학자들이 최근 포착했다고 주장하는 외계 신호가 인간이 만든 전파 신호 간섭일 확률이 높다”며 “천문학계가 수십 년간 외계 생명체를 찾는 과정에서 경험한 오류 신호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과학자들은 앞서 이달 14일 지구에서 470광년 떨어진 지구보다 1.4배 큰 행성 케플러 438b에서 전파 신호를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장퉁제 베이징사범대 천문학과 교수 연구팀은 14일 중국 관영 과기일보에 “톈옌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지구 밖 기술 흔적과 외계 문명 후보 신호를 발견했다”며 “과거와 다른 여러 협대역 전자기 신호를 발견해 팀이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자연에서 전파를 발생하는 물체는 주파수 대역폭이 좁은 협대역 신호를 만들지 않는 특성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연구팀이 포착한 신호가 협대역이라는 점은 누군가 일부러 만든 신호가 분명하기 때문에 해당 천체에서 문명을 가진 생명체가 보낸 무선신호일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연구팀은 2019년과 2022년 지름 500m 규모 구형 전파망원경인 톈옌을 사용해 우주에서 온 것처럼 보이는 신호 3개를 포착했다. 발견된 전파 신호에 관한 연구는 아직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채 우선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리서치스퀘어’에 지난 2월 제출됐다. 이 사실은 일부 외신을 타고 빠르게 퍼졌고 중국에서 외계 신호를 확인했다는 보도로 이어졌다.
하지만 정작 연구에 함께 참여한 미국 연구자들은 중국 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이 신호가 외계 생명체가 아닌 인간에게서 온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댄 워티머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천문학부 SETI 수석과학자는 라이브사이언스에 “신호가 인공적이지만 외계인이 아닌 인간에게서 온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우주를 관측하는 과정에서 우주에서 오는 전파와 인간이 만든 전파가 간섭하게 되면 우주에서 보낸 외계인의 신호로 오인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외계인의 신호를 찾는 과정에서 전파망원경은 엄청난 양의 협대역 신호를 보내는 휴대전화, TV 레이더, 위성 신호를 함께 받게 된다. 톈옌은 수 광년 떨어진 곳에서 작동하는 무선 장치를 감지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너무 민감하다 보니 초당 400억 개 수준의 전파를 관측하는데, 그중 인간의 전파와 인간의 전파에 간섭된 우주 전파를 배제해야 한다.
특히 톈옌은 우주 공간의 19곳을 한 번에 관측할 수 있는데, 간섭이 일부에서만 나타나는 경우 간섭 현상을 배제하기가 더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일부 학자들은 2018년에서야 가동을 시작한 톈옌을 운영하는 과학자들이 데이터에 익숙하지 않은 점도 신호를 오인한 이유로 꼽았다.
워티머 수석과학자는 “전파망원경의 수신기는 매우 민감해 온갖 신호를 수신할 수 있으며 특히 매일 하늘에 점점 더 많은 위성이 생기고 있다”며 “간섭이 어떻게 데이터에 침투해 데이터를 망가뜨리는지 알 수 없는 만큼 발견에 흥분하기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연구팀도 이 신호가 전파 간섭일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장 교수는 과기일보에 “의심스러운 신호가 일종의 전파 간섭일 가능성도 매우 높기 때문에 더 확인하고 배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는 어쩌면 긴 과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기일보의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외계인을 찾는 과학자들이 인간 활동에서 생긴 전파 소음을 오해하는 사례는 종종 일어난다. 2019년 천문학자들은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에서 지구로 보낸 신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년 후 이 신호가 인간 장비의 오작동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연구를 추가 발표했다. 2011년에서 2014년 사이 호주 파크스 전파망원경에서 측정된 외계에서 온 것으로 추정됐던 신호는 실험 결과 과학자들이 점심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서 전자레인지를 여닫을 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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