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남부 최전선 미콜라이우 방문

박은하 기자 2022. 6. 1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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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비탈리 김 미콜라이우주지사(오른쪽)과 함께 주정부청사 등을 시내 곳곳을 둘러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남부 최전선 도시인 미콜라이우를 방문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콜라이우 방문 영상을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콜라이우시 주거지 곳곳을 둘러봤다. 3월 말 러시아군 미사일 공격으로 37명이 사망한 주정부청사도 방문했다. 시립병원도 찾아 의료진들을 격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하 방공호로 보이는 곳에서 고려인인 비탈리 김 주지사와 올렉산드르 센케비치 시장, 군인들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그는 군인들에게 “우크라이나 국민과 국가를 대신해 당신들의 위대한 일과 영웅적 헌신에 감사한다”며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키이우 복귀 후 내보낸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군은 그들이 바라는 만큼 미사일이 충분하지 않다”며 “우리는 남쪽을 누구에게도 내 주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모든 영토를 되찾을 것이며, 바다는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콜라이우주는 러시아군에 함락당한 헤르손주와 인접해 있으며 대규모 조선소와 수출항이 있는 오데사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주도 미콜라이우시는 3월 초부터 석달 가까이 러시아군의 총공세를 받아내며 최전방 도시 역할을 하고 있다. 3월 초 러시아군이 미콜라이우시 외곽까지 진입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총공격을 받고 후퇴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전방 순시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북동부에 있는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를, 지난 6일에는 돈바스의 바흐무트와 리시찬스크를 방문했다.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양보하더라도 러시아와 협상해야 한다는 온건론이 나오자 최전선을 찾으며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이 해당 지역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과시하고 자국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행보”라며 “돈바스 쪽에서 희생이 커지는 가운데 자국군이 성과를 낸 일부 지역으로 관심을 옮기려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돈바스 지역에서는 양측의 격전이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루한스크주의 대표적 산업도시 세베로도네츠크를 80% 이상 점령한 상태다. 도시는 폭격으로 초토화됐으며 어린이 40명을 포함해 500명 이상의 민간인들이 아조트 공장에 갇혔다고 추정된다. 러시아군은 세베로도네츠크에서 우크라이나 영토 쪽으로 향하는 다리를 모두 끊었다. 세베로도네츠크와 강 하나를 사이에 둔 리시찬스크에도 집중 포격이 쏟아지고 있다. 주 정부에 따르면 하르키우에서도 폭격으로 아파트 한 채가 파괴됐다.

한편 자칭 도네츠크공화국 측은 18일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민간인 5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헤르손 남부에서는 우크라이나 게릴라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헤르손 북부 지역은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탈환했으나 러시아군도 헤르손과 미콜라이우 경계 지역에 공격을 집중하며 우크라이나 군의 반격을 막아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협상은 지난 3월 말 터키에서 열린 5차 협상 후 중단된 상태이다. 4월 초 부차 학살 등 러시아군의 전쟁범죄가 보고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협상론이 힘을 잃었다. 우크라이나의 협상팀 책임자 데이비드 아라카미아 의원은 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일련의 반격작전을 실행한 후 8월 말에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아라카미아 의원의 인터뷰에 대해 “우리 측에 8월에 협상하겠다는 사람이 있을지가 문제”라고 텔레그램에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업인 및 과학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자신을 스웨덴과의 전쟁을 통해 영토를 넓힌 표트르 대제에 비교하며 우크라이나 영토 역시 “빼앗는 것이 아니라 되찾는 것”이라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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