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에 115억 번 80대 회장님, 지금 받는 연금액은 [행복한 노후 탐구]
“한 달에 연금으로 얼마나 받고 있나요?”
일본 국민들의 관심은 ‘월급’보다는 ‘연금’이다. 전국민의 34%(4100만명)가 국가가 지급하는 노령연금을 받고 있으니 당연할 지도 모른다.
한국은 2050년쯤에 일본과 똑같이 전국민의 34%(1601만명)가 노령연금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된다(국회예산정책처 자료). 2050년은 연금을 타는 고령 세대 숫자가 연금을 내는 현역 세대를 추월하는 우울한 시기다. 워낙 저출산과 고령화 추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2050년이라는 예상 시점도 내년에 실시 예정인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에 따라 앞당겨질 수도 있다.
2050년의 한국은 지금의 일본처럼 연금 생활자들의 고민과 애환을 다루는 TV프로그램이 뜨거운 인기를 끌게 될 것이다.
지난 13일 일본 후지TV는 회사를 세운 뒤 40년 동안 12억엔(약 115억원)을 번 80대 건설사 회장님의 연금 생활을 소개했다. 으리으리한 대저택에 살고 있는 회장님의 연금 증서에는 1년 연금액이 248만3565엔이라고 적혀 있었다. 월 20만6900엔(약 198만원) 수준이다. 2020년 기준 회사에서 은퇴한 일본인들의 월평균 연금액이 14만4366엔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회장님이 받는 연금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후지TV 진행자가 방송에서 “현역 시절 월급에 비해 연금액이 적은 것 같지 않느냐”고 묻자, 80대 회장님은 “지난 40년간 연금 제도에 정해져 있는 보험료 상한액을 납부했다, (현재 연금액이) 많은지 적은지는 제도가 그렇게 정해져 있다고 하니까...”라고 답했다.
회장님과 일반인의 노후 연금액 차이가 크지 않은 이유는, 월급을 일정 수준 이상 받으면 그 위로는 보험료 산정에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현재 소득 상한선이 월 65만엔인데, 65만엔을 받는 월급쟁이나 100만엔을 받는 월급쟁이나 내야 할 보험료는 11만8950엔(소득의 18.3%)으로 똑같다는 얘기다.
한국도 일본과 똑같다. 이달 기준 국민연금 기준소득월액 상한은 524만원이고, 납부 보험료는 월 47만1600원이다. 즉 월 소득이 524만원 이상인 사람들은 모두 국민연금 보험료로 똑같은 액수인 47만1600원을 내고 있다. 단 7월부터는 이 기준이 높아져서 소득 상한액은 553만원이고, 납부 보험료는 49만7700원(553만원*9%)으로 인상된다.
이렇게 최고 보험료를 40년 동안 낸다고 가정하면 65세에 얼마씩 받을 수 있을까? 2022년 기준 국민연금공단의 노령연금 예상월액표에 따르면, 월 159만4740원을 받을 수 있다. 고액 연봉자 입장에선 ‘푼돈연금’이라고 느껴질 만한 금액이다. 일본의 최고 연금액인 30만엔에 비해서도 낮게 느껴지는데, 한국 국민연금 보험료는 소득의 9%이고, 일본은 소득의 18.3%여서 요율이 두 배 차이난다.
40%까지 낮아지는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도 노후 불안감을 높이는 요소다. 소득 대체율이란, 현 소득 대비 나중에 받는 연금의 비율을 말한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본부장은 “지난 1988년부터 가입했던 사람은 소득 대체율이 70%로 높았기 때문에 납부한 돈 대비 연금을 많이 받는다”면서 “소득 대체율은 지난 2009년 50%에서 2028년 40%가 될 때까지 매년 0.5%포인트씩 떨어지기 때문에 신규 가입자일수록 예전만큼 연금을 많지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소득 대체율이 70%일 때는 낸 돈의 최소 2.4배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60%는 1.8배, 50%는 1.5배, 40%일 때는 1.2배까지 낮아진다. 물론 소득 대체율이 40%까지 낮아져도 가입자가 낸 돈의 최소 1.2배는 받을 수 있다. 연금 전문가 A씨는 “연금 고갈을 우려하며 개혁을 외치는 이유는, 가입자가 낸 돈보다 연금으로 많이 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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