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고 '위험'과 마주하는 사람들.. 무슨 일이?

김용 2022. 6. 1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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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다른 사람이 보기엔 마른 편인데도 계속 체중 감량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다. 체중이 늘어나는 것에 지나친 공포를 느껴 작은 체중 변화에도 아주 민감하다. 이전에 약간 헐렁했던 옷이 몸에 딱 맞는다는 느낌만 있어도 살이 쪘다고 걱정한다. 어떤 일이 있는 것일까?

◆ 키 165㎝, 몸무게 25㎏... 치료 거부하는 중국 여성

중국 일부에선 요즘 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시도한 키 165㎝의 여성이 체중 25㎏까지 줄어 병원으로 옮겨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 여성은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으나 치료를 거부했다.

17일 중국의 언론 매체들은 중국 북부 허베이성에 사는 30대 여성 A씨가 극단적인 다이어트 후유증으로 다발성 장기부전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A씨는 둘째 자녀를 출산한 뒤 몸무게가 65㎏에 이르자 식단 조절 뿐 아니라 설사약 복용 등 다양한 방법들을 사용했다. 결국 40㎏을 감량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A씨는 다발성 장기부전 외에도 영양실조, 심부전, 위장 장애, 탈모, 월경 중단 등을 겪고 있다. A씨는 사망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경고에도 치료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의사는 "A씨의 증상은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으로 보인다"며 "몸이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인데도 음식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했다.

◆ 우리나라도 일부 10~20대에서 위험한 거식증 동경

17일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는 마약류로 지정된 식욕억제제인 일명 '나비약'을 불법으로 판매하거나 투약한 59명을 마약류관리법 혐의로 조사 중이다. 구매자 51명 중 50명은 여성으로 10대가 47명이나 됐다. 13세 학생도 포함됐다.

일부 10~20대 여성들 사이에서 마른 몸 사진을 SNS에 올리며 동경하는 일이 퍼지고 있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몸을 '뼈마름'이라고 부르며 '뼈말라 인간 되기' 기록용 SNS도 있다. 소수이지만 위험한 질병인 거식증을 동경하기도 한다.

나비약을 구매한 10대들은 만 16세 이하 청소년에겐 처방되지 않는 점 때문에 SNS에서 약을 불법으로 구입했다. '뼈말라' 다이어트를 위해 약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식욕억제제 알약은 나비 모양이어서 이른바 '나비약'으로 불린다. 체중 감량이 필요한 비만 환자에게 단기간 처방하는 의약품이지만, 중독성과 환각, 환청과 같은 부작용이 있다. 잘못 사용하거나 과다 복용 시 위험성이 심각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뼈만 남을 정도로 앙상해진 몸을 선호하는 '뼈말라족'의 모습.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 거식증은 생명 위협... 환자는 건강 문제 의식하지 않아

몸이 한창 자라는 청소년기나 임신을 하면 자연적으로 체중이 늘어난다. 이런 정상 체중 증가에도 두려움을 느껴 더 철저하고 심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는 자신이 말랐다고 생각해도 복부나 엉덩이 등이 살이 쪘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이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살을 빼는 경우가 있다. 이를 의학적으로 '신경성 식욕부진증'으로 진단한다. 거식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거식증 환자는 지나치게 자주 체중이나 몸의 일부를 측정한다. 끊임없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체중과 체형을 관찰한다. 그 결과에 따라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이들에게 체중의 증가는 용납할 수 없는 자기 조절의 실패다. 실제 체중은 극단적으로 말랐는데 다이어트를 계속하려고 시도한다. 이로 인해 생기는 심각한 건강 문제는 아예 생각하지 않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 무서운 병... 거식증 환자의 약 10%가 사망

지나친 체중 감소는 여러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체중 증가를 유도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롭게 될 수 있다. 무월경, 변비, 복통, 무기력, 빈혈, 저혈압, 저체온, 피부건조 뿐 아니라 말단부종, 이하선 비대, 구토로 인해 치아의 법랑질 부식, 만성적 탈수와 저칼륨증과 연관된 신장 장애, 부정맥 등 심혈관 문제, 칼슘 부족과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감소로 골다공증, 무월경이 나타난다. 장기적으로 신경성 식욕부진증으로 입원한 환자의 약 10%가 사망한다(질병관리청 자료).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한 질환이므로 치료 외에도 심리적 요소들을 감안해서 살펴야 한다. 병원의 외래 치료가 원칙이나 저체중으로 인해 영양상태 불량, 심한 합병증, 정신과적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체중회복 및 식사습관의 정상화 뿐 아니라 심리적인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들도 환자와 긴밀한 대화를 통해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설득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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