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디스플레이 2노조 출범..열흘만에 200여명 모여

오문영 기자 2022. 6. 1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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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1단지 모습./사진=이정혁 기자 utopia@


삼성디스플레이에 두 번째 노동조합이 등장했다. 출범 열흘도 안 된 시점에 200명이 넘는 직원들이 가입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존 회사 내 노사 구조가 새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디스플레이 두 번째 노조 출범…교섭창구 단일화 목표
19일 삼성디스플레이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 제2노조가 지난 10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며 출범했다. 노조명은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동조합이다. 천안지청은 지난 15일 노조 설립을 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열린노동조합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와 연관이 없는 별개의 노조로 설립됐다. 1노조인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이 2020년 2월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로 출범한 것과 다른 점이다.

전체 임직원을 위한 노조를 지향한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1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조합원들에게만 적용되는 복리후생 안건을 협상하는 등 조합원 권리를 우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열린노동조합은 오는 10월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을 거쳐 교섭 대표권을 얻어낸다는 방침이다. 이후 이듬해 1월 단체협약때 회사에 불합리하고 투명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제도들에 대해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다.

유하람 열린노동조합 위원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연차사용 촉진제 악용, 포괄 임금제 악용, 투명하지 않은 페이존 제도 등 개선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출범 열흘도 안돼 200여명 모여…사내게시판 '비판글'이 화두
지난해 5월18일 오후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제2캠퍼스 정문앞에서 삼성디스플레이노조원들이 규탄대회를 열었다. 삼성디스플레이 정문 일대에 노조기가 휘날리고 있다./사진=뉴스1
회사 안팎에서는 열린노동조합이 빠른 속도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네이버카페에 240여명,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200여명의 예비 조합원들이 가입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다음주중 가입 절차를 개시하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열린노동조합 출범 전부터 임직원들로부터 적잖은 관심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유 위원장이 지난 4월 사내게시판에 남긴 간단한 문의글이 시작점이었다.

유 위원장은 당시 우연한 기회로 회사가 현행법상 최소 기준의 연차(법정휴가)만을 보장하고 있을뿐 아니라 휴가(약정휴가)는 일절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에 회사가 휴가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게시글을 올렸다. 회사의 복지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아니냔 질문도 함께였다.

사측에서는 연차도 휴가라는 내용과 함께 복지 수준은 휴가뿐만 아니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답을 남겼다고 한다. 유 위원장은 사외 채용사이트에선 최고의 복지는 휴가라고 홍보하고 있지 않느냐고 재차 문의했고 회사에서는 채용사이트에 공식적으로 해당 내용을 제공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다시 달았다.

이후 유 위원장은 '그렇다면 지금껏 매년 행해진 일련의 행위들은 법정휴가와 약정휴가의 차이를 알면서도 여름휴가를 연차를 쓰고 가야하는 것처럼 임직원들을 속여온 것이냐'는 내용의 글을 작성했다. 해당 게시물들은 당시 회사 내에서 큰 이슈가 됐다. 지금도 사내게시판 내 추천수 기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 위원장은 "처음에는 그저 의문이었고 이후엔 근거있는 비판과 함께 정당한 권리를 주장했을 뿐이었다" 면서 "하지만 돌아온 것은 평소에 존경하던 고과권자 세 분과의 면담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저로 인해 주변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고 저 또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1노조 부진' 반사이익 효과?
회사 일각에서는 열린노동조합이 기존 노조의 대안으로서 직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노조가 최근 1년간 각종 사건으로 부진하는 모습을 보이자, 2노조가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1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업까지 벌였으나 제시했던 요구안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여기에 집행부의 독단적인 행동과 협의회 비용문제로 인한 내부 갈등이 발생하면서 임직원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이 여파로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 대다수가 교체됐고, 조합원 상당수가 노조를 탈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열린노동조합은 "다른 노조와는 방향성 및 추구하는 바가 조금 다를 뿐"이라며 "타 노조의 가치관을 존중하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회사와 상생하고 임직원들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발전해가길 바랄 뿐"이라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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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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