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영국, 120일마다 우크라 군인 1만 명씩 훈련"

김태훈 2022. 6. 1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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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타임스' 기고문에서 우크라 지원 대책 공개
"전쟁 끝내는 조건, 우크라만이 결정할 수 있어"
'우크라 희생 전제한 평화협상 반대' 의사 확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존슨 총리 SNS 캡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언론 기고문을 통해 “영국은 120일마다 우크라이나 군인 1만명씩을 훈련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하고 돌아온 직후다. 그는 “이 전쟁을 끝내는 조건은 우크라이나가 정해야 한다”고 강조해 우크라이나 의사에 반하는 영토 할양 등을 전제로 한 평화협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존슨 총리는 18일(현지시간) 영국 유력 일간지 ‘더타임스’ 기고문에서 앞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서방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과제를 제시했다. 전날 그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가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영국은 끝까지 우크라이나와 함께하겠다’는 의대 의지를 표명했다. 개전 이래 존슨 총리가 키이우를 찾은 것은 지난 4월 초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월 24일 전면전 발발 후 우크라이나군은 키이우 코앞까지 진격한 러시아군 기갑부대를 격퇴했다. 러시아군이 키이우 점령을 포기하고 철수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승리를 점치는 섣부른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군은 전열을 가다듬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그리고 흑해 및 아조프해와 면한 남부 해안 지역을 타격하는데 주력했다. 최근 들어선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에서 러시아군에 밀리고 있다는 서방 군사 및 정보기관의 분석을 전하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자 ‘결국 우크라이나가 패할 것’이란 비관적 입장에서 즉각적 휴전 및 평화협상 개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여기엔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잃어도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인식이 깔려 있다.

존슨 총리는 “러시아의 과장된 선전과 가짜뉴스 유포에 속지 말라”고 일갈했다. 돈바스 등의 전세가 우크라이나에 다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맞으나 ‘러시아가 이겼다’고 단정할 만한 상황은 결코 아니란 것이다. 러시아 측은 자기네가 돈바스를 거의 다 점령한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존슨 총리는 “러시아군의 진격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더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전쟁은 장기화가 불가피해졌고,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서방도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슨 총리는 먼저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침략자(러시아)보다 더 신속하게 무기, 장비, 탄약,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영국군이 지난 7년간 우크라이나 군인 약 2만2000명을 훈련시킨 경험을 소개한 뒤 “앞으로 약 120일마다 우크라이나 군인 1만명씩을 훈련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우크라이나군을 영국군 못지 않은 강군으로 키워 러시아군을 때려눕힐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한창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 포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두 번째로 전쟁으로 경제가 거의 파탄이 난 우크라이나의 생존 및 전후 재건을 서방이 도와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유럽연합(EU)의 역할이 절실하다. 존슨 총리는 지난 16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등 이른바 EU ‘빅3’ 지도자가 키이우를 찾아 우크라이나의 EU 회원국 가입을 지지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존슨 총리는 세 번째로 러시아 해군의 우크라이나 항구 봉쇄로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밀 등 곡물 수출이 중단된 국면을 시급히 타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닷길이 어렵다면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루마니아 등에 새로운 육상 교통로를 뚫어서라도 식량이 이동할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우크라이나 항구에 대한 봉쇄를 풀고 해상 수송로를 통한 식량 수출이 반드시 가능해져야 함을 역설했다. 존슨 총리는 “영국은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해상 수출을 위한 안전한 통로를 협상하기 위한 유엔의 노력을 지지한다”며 “해상 수송로의 안전 확보에 필요한 무기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그는 이번 전쟁을 끝내는 조건은 젤렌스키 대통령, 즉 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 정부만이 제시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강대국 러시아의 체면도 있고 하니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양도하는 선에서 전쟁을 이만 끝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이른바 ‘영토 할양론’을 겨냥해 존슨 총리는 “그 누구도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그들이 원치 않는 손해를 강요해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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