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버스 탈 줄이야.." 풍요의 나라가 변했다 [i시대 생존전략]
[편집자주] 팬데믹은 세계를 멈추게 했고, 각국은 돈을 풀어 세상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다. 이런 유동성 파티는 이제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는 후폭풍을 부르고 있다. i(인플레이션)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환율을 적용하면 미국 휘발유 가격은 이미 리터당 1700원 수준입니다."
자신의 차로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자택에서 뉴욕 맨해튼 사무실로 출퇴근 하는 한국기업 주재원 A씨는 "기름값 싸기로 유명했던 '자동차 왕국'에서 운전이 부담스러운 것은 상상도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른 기업의 주재원 B씨는 지난달부터 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의 일반휘발유 평균가격은 갤런당(1갤런= 약 3.785리터) 5.004달러를 기록하며 5달러대를 돌파했다.
12일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더 오른 5.010달러. 이를 원/달러 환율과 환전비 등을 적용해 리터(ℓ)당으로 계산하면 1700원이 넘는다. 한국 내 전국 휘발유 판매가격이 리터당 2000원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일 수 있지만, 이는 전국의 '평균 숫자'일 뿐. 캘리포니아주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6.434달러로, 리터당 2176원에 달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6월12일 3.077달러에서 1년 만에 63% 올랐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싼 주유소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주변에서 가장 싸게 휘발유 파는 곳을 찾기 위해 '가스버디'(Gas Buddy), '가스 구루'(Gas Guru) 같은 앱을 사용한다. 주유할 때마다 갤런당 25센트씩 할인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는 '업사이드'(Upside)는 미국 애플 전체 앱 스토어 순위 10위권에 오를 정도로 인기다.
지역 내 가장 저렴한 주유소로 알려진 코스트코와 샘스 클럽은 차량들의 긴 행렬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주변 교통정체가 심해 경찰이 출동할 정도다. 12일 뉴저지 테테보로의 코스트코 일반휘발유 판매가격은 갤런당 4.85달러로, 버겐카운티 평균 가격(5.049달러)보다 4%가량 낮았다. 그러나 이곳 주유소는 회원만 기름을 넣을 수 있다.
C씨는 최근 가족들과 여름 여행 계획을 세우다가 손을 들었다. 미국 국내선 항공권 가격이 지난해 봤던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수치로 확인된다. CNBC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권 가격지수는 25% 급등했는데, 이는 1989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항공요금은 전년 동기 대비 12.6% 올랐다.
IATA(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항공유 가격은 지난 한 해 동안 약 150% 상승했다. 미 항공사들이 높은 기름값과 인건비, 그리고 조종사 및 승무원 부족에 허덕이는 가운데,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는 항공권 가격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물가 지표는 1981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고 소비자들도 이를 피부로 느낀다. 소비심리 역시 흔들린다. 6월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지수는 50.2로 5월의 58.4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 59(월스트리트저널 기준)를 크게 하회한 수치로, 이는 1980년 불황 당시 저점과 유사한 수준이다.
계란 매대를 찾았다. 가장 싼 제품인 12개에 4.79달러짜리는 이미 다 팔렸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면서 매장 내 상품 배치에도 변화가 생겼다. 인기 상품이던 냉압착 방식 오렌지 주스 매대에서 대용량 제품(1.74리터)이 사라지고 0.45리터 소용량 제품이 자리잡았다. 작은 제품의 용량은 큰 제품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가격은 각각 5.79달러와 10.49달러로 소용량이 대용량의 절반이 넘는다. 가격은 지난해 대비 20% 이상 오른 것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저렴하거나 할인 혜택을 주는 제품을 찾고 있다. 커피 원두 판매대를 살펴보니 세일 제품 진열대는 텅 비었다.
근처 대형 소매 유통업체 매장을 찾았다. 곳곳에 세일을 알리는 간판이 붙었다. 그러나 물건을 사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의 비용도 뛰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크기와 중량을 줄여 사실상의 제품 가격을 올리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크리넥스는 최근 소용량 화장지 제품에 넣는 티슈를 기존 65장에서 60장으로 줄였다. 펩시코는 스포츠 음료 게토레이의 용기를 기존 32온즈에서 28온즈 짜리로 변경했다.
이는 미국만의 사례가 아니다. 영국에서 네슬레는 네스카페 아제라 아메리카노 커피캔의 용량을 100그램에서 90그램으로 줄였고, 인도에서는 빔 디쉬 비누의 용량이 155그램에서 135그램으로 줄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공급망 문제를 푸는 데 역점을 둔다. 최근엔 막대한 전략비축유를 풀었고, 원유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움직임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 정유사들에 압력을 넣기도 한다. 외신들에 따르면 14일 그는 정유사들에게 서한을 보내, 러시아의 침공 행위가 인플레이션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면서도 "정유사들의 기록적인 수익이 고통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가격 압박을 가했다.
공급망 압력은 최근 몇 주 동안 완화하는 모습이다. 세계 컨테이너 운임지수(FBX)에 따르면 40피트 컨테이너를 선적하는 글로벌 평균가격은 지난해 9월 최고치인 1만1000달러에서 지난 10일 기준 7261달러로 떨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전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세금도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카드다. 영국 정부는 생계비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을 위해 190억 달러를 지원키로 하고,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의 이익에 25%의 '횡재세'(windfall tax)를 부과키로 했다. 코로나 규제 완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특별한 초과 이익'을 챙기던 에너지 기업에 부담금을 매긴 것.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위험 감수, 혁신, 또는 효율성 제고 때문에 이익이 발생한 것이 아니다"며 "이런 이유로 그 이익에 공평하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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