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60살, 은퇴 2년 만에 다시 출근한다..살인 물가 때문에"
[편집자주] 팬데믹은 세계를 멈추게 했고, 각국은 돈을 풀어 세상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다. 이런 유동성 파티는 이제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는 후폭풍을 부르고 있다. i(인플레이션)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미국에 사는 앤서니는 지난 2020년 다국적 해운회사에서 퇴직했다. 당시 그의 나이 58세. 평소 상사와 관계가 껄끄러웠던 그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계기로 일을 관뒀다. 충동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그는 나름 꼼꼼하게 자산 현황과 소비 규모 등을 분석해 은퇴 계획을 세웠다. 풍족하진 않아도 여생을 보내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계산이 섰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무섭게 오르는 물가 때문에 생활비가 급증했고 올 들어 저축액이 20%나 줄었다. 애초 그의 계산에는 인플레이션(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상승) 변수를 반영하지 않은 오류가 있었다. 최근 예전 직장에서 복귀를 제안했을 때 앤서니는 즉시 수락했다. 60세 이후에는 편하게 쉬고 싶다는 희망도 접었다. 그는 "2년 전과 급여가 똑같아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오히려 수입이 줄었다"며 "그러나 생활물가가 언제쯤 떨어지려나 매일 불안해하는 것보다 다시 출근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55~64세 미국 성인의 64%가 일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과 비슷한 수치로 장년층 퇴직자들이 노동 시장으로 복귀했거나 은퇴를 미루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전미은퇴연구소(NRI) 조사에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 출생)'와 'X세대(1965~1976년 출생)'의 13%가 "퇴직 시기를 미뤘거나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미 노동부 자료를 분석해봐도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미국 5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해 10월 38.4%에서 올 3월 38.9%로 0.5%포인트 증가했다. 미국 정부는 이 기간 55세 이상 인구 48만명이 노동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보스턴칼리지 얼리샤 머널 은퇴연구센터장은 "일련의 통계들은 나이 든 근로자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학업을 내려 놓고 돈을 벌려고 취업시장을 두드리는 대학생들도 늘었다. 미국 국립학생정보센터(NSCRC)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교 봄학기를 등록한 학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만2000명(4.7%) 감소한 1408만5000여명이다. 2·3년제 전문대학교(커뮤니티 컬리지) 등록자 수도 크게 줄었다. 미국 내슈빌주립커뮤니티컬리지 총장인 샤나 잭슨은 "요즘 학생들 사이에선 우선 돈을 벌고 나중에 학교로 돌아간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채용전문회사 헤이스의 가엘 블레이크 이사는 "최근 노년층과 학생들이 노동시장으로 몰리는 것은 재정적으로 압박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40여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전통적인 정년의 개념을 무너뜨렸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오르면 돈의 실질가치가 떨어져 투자로 수익을 내거나 돈벌이 기간을 늘려야 한다. 특히 물가상승률(미국 8%대, 한국 5%대)이 금리(투자수익률)보다 높아진 현 시점엔 더 오래 일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지금보다 사정이 나아져 연간 물가상승률이 4%를 지속한다고 가정할 때 오늘 현금 1억원의 실질가치는 10년 뒤 8200만원, 20년뒤 6800만원, 30년 뒤 5600만원 안팎으로 낮아진다. 돈을 한푼도 쓰지 않고 갖고만 있어도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미국·영국 등 주요국가의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저 수준을 유지하는 배경에도 비싼 물가가 있다. 컨설팅기업 RSM의 조셉 브루스엘라스 수석 경제학자는 "저금리, 저물가 환경에서 고정 수입으로 생활하려던 고령 인구들이 노동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며 "그들은 은퇴할 여건을 만들기 위해 다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브레이브걸스 유정, 글래머 몸매 자신감? 배윤정 "노출증 있다" - 머니투데이
- 고은아, ♥테니스코치와 소개팅…"원래 예뻐"→"연락해도 돼요?" - 머니투데이
- 걸으면서 담배 핀 50대…항의하는 20대에 "이런 가시나들은…" 폭행 - 머니투데이
- 오영실 "남편, 아들이 당한 교통사고-보이스피싱도 숨겨…처참" - 머니투데이
- 조영남 이혼 2번한 이유는? "첫 번째는 내가 바람, 두 번째는…" - 머니투데이
- "37억 집도 해줬는데 외도에 공금 유용까지"…트리플스타 이혼 전말 - 머니투데이
- 트리플스타 녹취록 욕설난무…"난 X신 쓰레기, 걸리지 말았어야" - 머니투데이
- 뒤로 걷다 차에 '툭' 입원한 부부…"2000만원 물어내야" 판결 뒤집혔다[영상] - 머니투데이
- [단독] 野, 윤석열 대통령 겨냥 '임기단축 개헌' 의원 연대 추진 - 머니투데이
- 역대 최대 매출에도 못 웃은 삼성전자…반도체 부진 컸다(종합)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