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에서도 첫 노조 설립..미 대기업 '무노조 경영' 연달아 무너져
미국의 대표적인 휴대폰·컴퓨터 업체인 애플에서 첫 노동조합 설립이 가시화됐다. 아마존, 스타벅스 등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미국 대기업에서 최근 노조 시도를 성공시킨 ‘노조 설립 바람’이 애플에도 불어닥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미국 매릴랜드주 볼티모어 인근 토슨의 타운 센터에 있는 애플 소매점 ‘애플 스토어’에서 18일(현지시간) 실시된 노조 설립 찬반 투표거 찬성 65표 대 반대 33표로 가결 처리됐다. 노조 설립 투표를 관장하는 연방정부 기구인 전미노동관계위원회가 투표 결과를 승인할 경우 미국 내 애플 스토어 가운데 처음으로 노조가 설립되게 된다.
토슨 타운 센터 애플 스토어의 상급단체인 ‘국제 기계·항공 노동자 연합’의 로버트 마르티네스 회장은 “토슨의 애플 스토어 핵심 구성원들이 이 역사적 성취를 거두기 위해 보인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그들은 이번 투표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지켜본 전국 수천명의 애플 노동자들을 위해 엄청난 희생을 감수했다”고 밝혔다. 마르티네스 회장은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토슨 애플 스토어 노조와 조속히 단체협약을 맺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전역에 270여개 애플 스토어에 6만5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뉴욕과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애플 스토어에서도 노조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노조 조직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기준 민간 부문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이 6.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노조 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소재 아마존 물류창고 노동자 수천명은 올 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역사상 최초로 노조 설립을 결정했다.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 역시 첫 노조 설립 관문을 통과한 다음 250여개 점포에서 노조 설립 투표가 시도되고 있다. 통신업체 버라이즌과 아웃도어 소매기업 REI 등에서도 노조 설립이 시도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 노조 설립 붐이 일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노동자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진데다, 노동력이 부족해 노동자들의 힘이 전보다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용자 측에서는 노조 설립 투표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반대표를 던지라고 회유·압박하는 등 노조 설립 봉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조가 설립된 사업장의 경우 노조원을 일부 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시키거나, 온갖 구실로 해고하면서 분쟁이 생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편으로는 사용자 측이 노조 설립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급여 인상 및 복지 확대를 약속함으로써 노조 설립 바람 자체가 노동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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