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달아나자!" 상하이 봉쇄에 '탈출학' 최고 인기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상하이의 봉쇄 후 '제로 코로나' 정책에 환멸을 느낀 중국인들이 이민을 모색하면서 이른바 '탈출학'이 최고 인기 학문으로 등극했다.
홍콩 명보는 19일 "올봄 상하이의 전염병 상황은 (2020년 초) 우한 이후 최악이었는데 (우한과의) 차이점은 봉쇄 기간 많은 주민이 엄청난 정서적 환멸을 느꼈고 봉쇄가 해제되자 이사를 하거나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상하이 봉쇄의 여파를 5건의 기사를 통해 집중 조명했다.
상하이 봉쇄 기간 인터넷에서 최고 화제를 모은 학문은 '윤학'(潤學·runxue)이다.
언뜻 보면 삶을 윤택하게 하는 학문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에서 도망 나가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윤'(潤)의 중국어 병음은 '룬'(run)으로, 뛰다, 달아나다는 뜻의 영어 '런'(run)과 같다.
즉 '윤학'은 중국에서 도망, 탈출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인 것이다.
명보는 "'윤학'은 이민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며 "일부 이민 컨설턴트들은 상하이 봉쇄 기간 평소보다 문의가 10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며 "일부 학부모들은 국제학교 교사들이 중국을 떠날 것을 우려해 미리 이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 합작 자산관리회사 비안인터내셔널은 기존 고객은 주로 컨설팅·투자 고객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이민을 문의하는 학부모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회사 CEO는 "현재 미국 투자 이민 프로그램(EB-5 비자)의 대기줄이 긴데 모두 어떻게 하면 좀 더 빨리 진행할 수 있냐고 묻는다"며 "이전까지 이민을 고려하지 않던 사람들도 지금은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B-5 비자는 최소 90만 달러 투자가 요구되는 투자이민 프로그램으로 그간 부유한 중국인들이 많이 신청했다.
중국 포털 바이두 인덱스에 따르면 4월 중국 여러 소셜미디어에서 '이민'이라는 검색어의 조회수는 전달보다 400배 급증했고, 5월에는 4월보다 300배 이상 급증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1985년 이후에 태어나 미국에서 유학한 후 2018년 상하이에 정착한 명보 기자 양모 씨는 봉쇄를 계기로 현재 태국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
양씨는 "상하이가 봉쇄되자 지역사회에서는 날마다 다툼이 벌어졌고 주민들은 기본적인 동정심도 잃었다. 많은 사람이 상하이를 떠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코로나19 감염자가 객혈을 하자 놀란 주민들이 그가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묶어놓자고 건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양씨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 위챗 단톡방부터 오프라인까지 사람들은 논쟁을 벌이고 있고 '다바이'(大白·방역요원)들은 문을 쾅쾅 두드려 매우 불안하다. 이것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일로 상하이에 대한 주민들의 애착이나 소속감이 약해졌다"며 "내 친구들은 이민을 가지 않으면 고향이나 홍콩 등 다른 곳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봉쇄 기간 만성 질환자들이 필수 의약품을 구하지 못해 사투를 벌인 일도 사람들을 질리게 했다.
상하이의 지식인 가정에서 유복하게 자라난 리키 씨는 "90대인 내 외할아버지는 의사이고 외할머니는 교수인데 이번 봉쇄 기간 당뇨와 고혈압 약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그분들이 말년에 이런 고생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기존 상하이 출신 관리들은 실용적이고 현장의 문제를 일선에 나가 해결하려고 했지만, 최근 베이징에서 내려보낸 관리들은 현장에 가지도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상하이인들은 그간 상하이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으나 이제 상하이는 점점 고유의 특색이 없어지고 있고 점점 더 많은 관리가 베이징에서 파견되면서 상하이는 이제 베이징의 한 구와 같아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태국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며 조부모들이 안 계시면 최대한 빨리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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