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차원 UFO 연구, 외계인 존재 확인할 수 있을까 [세계는 지금]

이병훈 2022. 6. 1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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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2022년 가을 검증 전문팀 구성
미확인 공중현상 UAP 9개월 동안 연구
있는 정보 확인·밝혀지지 않은 정보 수집
'블루북' 종료 이후 50여년 만에 정부 조사
국가정보실 보고서·의회 청문회 분수령
해군정보국 "UAP 사례 400건으로 증가"
스페이스닷컴 "2022년 UFO 규명 전환의 해"
UFO 동호인 흥분.. 시민들 관심도 커져
퇴역 조종사들 증언 증가, 정부 인식 바꿔
中·러 항공 위협 강화 등 국가안보 이유도
NBC "UAP, 美·中·러 무관하면 중대 사건"
사진=AFP연합뉴스
현재 미국에서는 미확인비행물체(UFO) 정체 규명 역사의 새로운 장(章)이 쓰이고 있다.

미국 나사(NASA·항공우주국)는 지난 9일 미확인공중현상(UAP)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전문팀을 구성해 올가을부터 9개월 동안 연구조사를 거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가 단순히 식별되지 않은 물체에 초점을 뒀다면 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나 아직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이라는 의미로 미국 정부가 선호하는 용어다.

미국 정부 차원의 UFO 연구는 어떤 결실을 거둘까. 영화 속에서만 봐 오던 외계 비행접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까.

새롭게 시작하는 나사의 연구는 일단 현재까지 모인 정보를 확인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이번 연구 책임자인 나사 소속 과학자 대니얼 에번스는 기자회견에서 “나사는 수십년간 UAP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해결해달라는 요청에 응해왔다”며 “이번 연구도 (이런 요구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나사의 움직임은 미국의 프로젝트 블루북(Project Blue Book) 종료 이래 50여년 만에 정부 기관이 본격적으로 UFO 조사에 나서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프로젝트 블루북은 1952년 3월부터 1969년 12월까지 공군이 진행한 UFO 연구의 암호명이다.
미국 정부의 UFO 연구 본격화는 지난해 6월 국가정보국장실(ODNI)의 보고서 발표와 지난달 의회(하원 정보위원회 산하 대테러방첩소위원회) 청문회가 분수령이 됐다.

ODNI는 보고서에서 공군 조종사들이 포착한 UAP 144건을 조사한 결과, 한 건을 뺀 나머지는 모두 정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십년간 수면 아래에 있던 UFO 이야기를 정부가 공식적으로 끌어낸 것이다. 다만 이 보고서가 외계 존재를 상정하거나 자연현상일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

이를 계기로 지난달 의회에서 공개청문회가 열렸다. 의회가 UFO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공개청문회를 연 것은 프로젝트 블루북 종료 후 처음이다. 청문회에 참석한 해군정보국(ONI) 측은 UAP 관련 사례가 400건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UFO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목격자 제보가 쏟아진 것이다.

청문회에 출석한 스콧 브레이 해군정보국 부국장은 “UAP가 비지구적 기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어떤 증거도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비행 특성을 가진 소수 사건이 있다”고 인정했다. 브레이 부국장은 당시 미국 해군이 촬영한 검은 구형 물체가 비행하는 영상을 새로 공개하며 “이 물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우주나 UFO 관련 동호인들은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일반 시민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주 전문사이트 스페이스닷컴은 “2022년은 UFO 규명의 전환점이 되는 해”라며 “과학계와 연방정부 모두로부터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환호했다.

UFO 정체 규명에 소극적이던 미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이끈 것은 해·공군 조종사 출신들의 노력과 국가안보라는 이슈다.

과거 해·공군 조종사들이 비행 중 UFO 목격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면 웃음거리가 돼 함구하는 게 관례였다고 한다. 퇴역 조종사의 UFO 증언이 증가하면서 이런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달 의회 청문회를 이끈 안드레 카슨 하원의원은 “UFO와 관련된 낙인(UFO 보고 시 얻는 불명예)이 오랫동안 진지한 분석을 가로막았다”고 지적했다.

UFO 연구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의미는 강력해진 중·러의 항공 위협과 관련이 있다. 현재 미국은 중·러보다 극초음속 무기의 실전배치가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겉으로는 UFO 연구를 내세우며 실질적으로는 중·러 등 적성국의 항공전력 파악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의회 보고서에서도 UAP가 적대국 물체일 가능성이 언급됐다.
2019년 미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프로젝트 블루북((Project Blue Book)’의 이미지. 프로젝트 블루북은 1952년 3월∼1969년 12월 미국 공군이 진행한 UFO 연구의 암호명이다. 나사는 2022년 가을부터 새로운 UFO 연구에 들어간다. 히스토리채널 캡처
미국 NBC 방송은 국가안보 위협은 국방부가 UFO 연구에 매진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러가 미군이 발견한 UAP에 관해 공개적으로 부인하거나 침묵하겠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미국은 중·러에 대해 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정부의 UFO 연구가 인류를 어디로 이끌지는 미지수다. NBC는 “(UAP가) 러시아도, 중국도, 미국도 아닌 것이 100% 분명해진다면 중대한 사건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 순간 새로운 세계에 서게 된다”고 의미심장한 전망을 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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