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의 꽃·나무 카페>접시꽃, 할머니가 좋아하는 꽃

정충신 기자 2022. 6. 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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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우리 할머니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은? 할미꽃이 아니다.

정작 할머니가 좋아하는 꽃은 여름꽃인 접시꽃이다.

청사초롱, 돌담, 한옥을 배경으로 접시꽃만큼 잘 어울리는 꽃도 드물 것이다.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 할머니들이 좋아할 요소를 두루 갖춘 꽃이 접시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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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돈의문박물관마을 한옥 :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돈의동박물관마을의 한 한옥 처마 밑 돌담 옆에 분홍 접시꽃이 곱게 피어 있다. 접시꽃은 시골의 손님맞이 여름꽃이다.
접시꽃 돈의문박물관마을 아이 : 도종환 시인의 애절한 사부곡 ‘접시꽃 당신’으로 잘 알려진 여름꽃. 서울 서대문 돈의문박물관마을을 방문한 소녀가 올해 가뭄이 심한 탓에 타들어가는 접시꽃에 물을 주고 있다.
접시꽃 서울 안산 : 서울 안산의 박두진 시인 ‘오월에’ 시비 옆에 붉게 핀 접시꽃.
접시꽃 흰색 : 접시꽃은 붉은색, 연한 홍색, 흰색 등 색상이 다양하고 꽃잎도 홑꽃, 겹꽃 2가지로 핀다.

도종환의 애절한 사부곡 "접시꽃 당신"…唐 유학 최치원 시로 시름 달랜 꽃

시골집 손님맞이 초여름 꽃…여성 질병 치유 약재, 할머니들이 특히 좋아하는 꽃

옛날 우리 할머니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은? 할미꽃이 아니다. 봄에 피는 할미꽃은 꽃대가 할머니의 굽은 허리처럼 휘어지고, 끝에 흑적색 꽃이 피어 한평생 고생한 할머니를 떠올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둥근 열매’가 연한 깃털을 달고 맺는 모습 또한 호호백발의 하얀 머릿결을 풀어놓은 할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정작 할머니가 좋아하는 꽃은 여름꽃인 접시꽃이다. 서울 서대문구 돈의문 박물관 마을. 한옥 기와 지붕과 돌담장이 정겨운 골목에 6월 초·중순이면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듯 맵시 있는 접시꽃이 핀다. 청사초롱, 돌담, 한옥을 배경으로 접시꽃만큼 잘 어울리는 꽃도 드물 것이다.

어릴 적 시골에는 유난히 접시꽃이 많았다. 기와집,초가를 가리지 않고 대문 앞, 안방 처마 밑뿐 아니라 마을 어귀, 길가나 담장 안팎을 가리지 않고 접시꽃이 피었다. 한번 심으면 저절로 번식해서 잘 적응하는 생명력도 뛰어나다. 큰 잎이 환하게 웃는 듯한 밝은 표정이 더위가 막 시작되는 초여름 더운 태양 아래 볼이 발그레 달아오른 어여쁜 모습이 시골집 손님맞이 꽃으로 제격이다. 줄기, 꽃, 잎, 뿌리를 약재로 쓰고 염증, 이뇨작용, 피부염 등에 좋고, 특히 부인병 등 여성 질병 치유 약재로도 사용됐다고 한다.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 할머니들이 좋아할 요소를 두루 갖춘 꽃이 접시꽃이다.

꽃 모양이 접시와 비슷하게 보이고, 열매도 촘촘하게 바퀴의 타이어 모양으로 둘러싸여 꽃·열매 모두 접시와 닮았다. 꽃가루가 많아서 벌과 곤충이 즐겨서 찾는다. 멀리서 보면 무궁화꽃과 비슷한 모양새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며 꽃잎은 5개가 나선상으로 붙는다. 꽃색은 붉은색, 연한 홍색, 흰색 등 다양하고 꽃잎도 홑꽃, 겹꽃 2가지다. 옛날부터 촉규화(蜀葵花), 덕두화(德頭花), 황촉화(黃蜀花), 일일화( 一日花), 층층화( 層層花), 촉기근(蜀其根) 등으로 불린 오래된 꽃이다.

정치인이 된 도종환 시인의 애절한 사부곡(思婦曲) ‘접시꽃 당신’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접시꽃은 신라시대 고운 최치원이 당나라 유학 시절 ‘접시꽃’ 시를 읊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꽃이다. 신라 출신으로 중국땅까지 유학 가서 관직까지 올랐다가 더 이상의 출세길이 막히자 다시 신라로 돌아온 최치원의 약소국 출신의 서러움을 접시꽃에 빗대 신세 한탄한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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