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위기..美 유럽이 말바꿔도 日 구로다는 끝까지 갈까?
세계 경제 위기, 인플레이션, 국채 금리와 같은 경제 기사에는 항상 미국연방준비제도(Fed)이사회 의장의 발언이 주요하게 다뤄진다. Fed 의장은 미묘한 발언 변화를 통해 사전에 금리와 같은 주요 정책 변화를 시사하기 때문이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변화는 곧 세계 금리와 국채에 영향을 미친다. 때론 통화가 약한 국가의 재정을 송두리째 흔든다. 2022년 현재도 같은 모습이다. 다른 점은 파월 Fed 의장 못지않게 요즘은 일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에도 애널리스트들이 집중한다는 대목이다.
왜일까. Fed 파월 의장과 유럽중앙은행(ECB) 르가르도 총재는 작년의 발언을 사실상 모두 철회했고, 지금은 금리인상과 인플레 우려라는 전혀 다른 발언을 하며 입장을 바꿨지만, 구로다는 여전히 ‘경제에 보내는 메시지’가 작년과 똑같다. Fed와 ECB의 큰 기조 변화는 확인했지만, 일본은행은 기조 변화가 있을지조차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일 “인플레, 금리인상, 엔저...흔들리는 세계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이라며 이런 발언의 변화를 보도했다.
파월 의장은 작년 8월 “인플레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단언했다. 작년 10월에는 “금리 인상은 시기 상조”라고 했다. 그러다가 11월에는 상황이 심상치않다고 판단, “일시적이란 발언을 쓰는 건, 그만 두겠다”고 물러섰다. 그리고 올 5월엔 본래 “(자이언트스텝과 같은 0.75% 금리인상은)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가,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 전혀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발언만 보면, 작년엔 ‘인플레 별 문제 아니다’에서 지금은 강력한 인플레 파이터인 셈이다.
유럽중앙은행 르가르도 총재도 마찬가지다. 역시 작년 7월엔 물가상승은 일시적이란 입장이었고, 12월엔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올 2월엔 데이터를 보면서 (금리인상을) 고민한다고 자세를 바꿨고, 5월에는 블로그에 “7월에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번 달에는 “높은 인플레이션은 우리들의 시련”이라고 했다. 그 사이 이탈리아와 같은 남부 유럽에선 국채 금리의 급등으로 위기설이 감도는 상황이다.
유독 다른 행보는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다. 닛케이는 “구로다 총재는 금리 인상에 대해 ‘경기를 압박, 일본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부정적인 자세를 일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7일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구로다의 인식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닛케이는 “현재의 물가상승 원인 중 하나인 엔저에 대한 그의 발언은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로다가 파월 의장이나 르가르도 총재와 같이 입장 선회할지가 현재 세계 경제의 주요 요소가 된 만큼, 그의 발언 무게도 커진 셈이다.
엔저와 관련, 작년말까지만 해도 구로다는 “엔저는 일본경제에 플러스”라고 반복 발언했다. 하지만 올해 엔화 가치의 급락이 이어지자, “이번 변동(엔저)은 다소 빠르다”고 말했고, 17일엔 “가정에서 물건값 상승을 받아들여야하는 힘든 선택을 하고 있다는 대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로다 총재는 이날도 양적 완화의 지속을 결정, 발표했다.
전세계의 주요 국가들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가운데 홀로 ‘금리 동결’과 ‘제로 금리 유지’, ‘무제한 양적 완화’라는 정반대를 가는 일본은행의 행보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구로다 총재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그는 총재 취임 후 9년간 줄곧, ‘시중에 돈을 풀어, 물가를 2%대로 올리고, 그만큼 일본인의 월급이 올라가고, 다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정책이었다. 무제한으로 돈을 풀어댄 것이다. 임기 끝내기 전에 입장을 바꿀지, 마지막까지 신념을 지킬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로 부상했다. 도쿄에서 만난 사카키바라 전(前) 일본 재무성 차관은 “구로다 총재는 퇴임때까지 현재 정책을 일관되게 밀고 나갈 것”이라며 “다만, 현재의 엔저는 이유가 확실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거나, 양적긴축을 시작, 또는 금리인상을 선택하면 해소될 것이란 설명이다. 엔저의 원인과 대책이 불분명할때가 어렵지, 원인과 대책은 확실하기 때문에 일본 경제에 생각만큼의 위험 요소는 아니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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