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이것은 강의인가, 홈쇼핑인가?..색다른 전략에 화제 폭발
"라이브 상거래 방송을 보는 것이 정말 동기 부여가 돼요.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습니다."
한 네티즌이 둥유후이(董宇辉)가 진행하는 농산물 판매 라이브 방송을 보고 한 말입니다. 대체 농산물 전자 상거래 방송이 어떻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일까요?
■화제의 농수산물 판매 생방송, 직접 시청해 봤더니...
17일 오후 진행자 둥유후이가 갈치와 새우 등을 판매하는 라이브 방송을 직접 시청해 보았습니다.
"바닷가 근처에 사시는 분이라면 그 곳 마트에서 더 싱싱한 걸 사 드셔도 됩니다."
"식감이 탱글탱글한 걸 chewy라고 하는데요. 물건이 탄력 있는 건 bouncy라고 해야 합니다."
둥유후이는 아예 화이트보드를 들고 종종 영어 단어를 썼다 지우며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과연 갈치와 새우를 판매할 뜻은 있는 것인지, 애초 영어를 가르치고 싶은 것인지, 궁금증은 방송을 볼수록 늘어났습니다.
그의 입담은 방송 내내 이어졌습니다. 족발을 판매하기 전에는 "구매할 사람들은 알아서 구매하시면 됩니다."라는 말을 하고는 족발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고향에서 키우던 감자와 아버지와의 추억 등을 흥미롭게 풀어냈습니다.
생방송 시청자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상품 판매를 하고 있지만 하는 말은 상품이랑 전혀 상관이 없네요.", "역시 영어도 배우고 유익하네요." 등 대부분 시청자는 엉뚱하지만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런 판매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방송 도중 실시간 시청자 수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판매 채널인 '둥팡전쉬엔(东方甄选)'의 생방송을 실시간 시청 중인 사람들이 최대 55만 명에 달했습니다.
■둥팡전쉬엔의 탄생 배경
그런데 이 회사, 판매 전략도 신기하지만 그 뿌리도 독특합니다.
'둥팡전쉬엔'은 신둥팡자오위커지 그룹(新東方敎育科技集團) 계열사이자 농산품 라이브 커머스 회사입니다. 신둥팡 그룹은 중국에서 한때 가장 큰 사교육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중국이 학교 교과와 관련된 사교육을 금지 시키면서 순식간에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많은 학원이 문을 닫았고 선생님들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신둥팡 그룹의 창업자인 위민훙 (兪敏洪) 대표는 위기 탈출을 위해 농수산물 판매에 주목합니다. 지난해 12월 둥팡전쉬엔을 만들고 중국 더우인 계정에서 농수산물 판매 생방송을 시작했는데요.
위민훙 대표는 직접 쇼핑호스트로 깜짝 등장해 생방송에서 옥수수 등을 팔기도 했습니다. 특히 사교육 기업 대표답게 판매하는 농산물을 설명하기 위해 관련 지도를 꺼내 들고 인문학적 배경까지 설명해 화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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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변신은 무죄?…인기 폭발의 비결
여기서 착안을 한 것일까요? 둥팡전쉬엔은 신둥팡 학원에서 일자리를 잃게 된 선생님 일부를 쇼핑호스트로 기용했습니다. 하루아침에 선생님에서 홈쇼핑 생방송 진행자가 된 겁니다.
앞서 새우를 팔면서 새우 이야기를 하지 않는 둥유후이를 비롯해 진행자 요요 등은 모두 신둥팡 학원 영어 선생님 출신입니다. 현재도 둥팡전쉬엔 계정에 선생님으로 소개될 때가 많습니다. 시청자들도 진행자라기보다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고요.
하지만 학원 선생들님들의 변신에도 최근까지 둥팡전쉬엔의 라이브 판매 방송은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비슷 비슷한 전자 상거래 생방송이 많은 상황에서 동팡전쉬엔 방송도 그중 하나 정도로 인식된 탓입니다.
'반전'은 15일부터 시작됐습니다. 배움과 재미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실제 영어 교육 경력이 있는 진행자들이 구매를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가르쳐 주면서 큰 웃음까지 안겨준다는 평가가 널리 퍼지면서 채널 구독자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둥팡전쉬엔 구독자는 2일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15일 640만 명에서 17일 1,254만 명이 됐고, 17일 오후 방송을 시청하는 중에도 실시간으로 10만 명이 또 늘었습니다. 판매까지 늘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화제 몰이에는 일단 성공한 셈입니다.
중국 신문망은 '이관분석'의 리테일 업계 분석가 정잉을 인용해 "둥팡전쉬엔은 신둥팡 전문 선생님이 있고 생방송 스타일도 다른 곳과 차이가 뚜렷하다."면서 "지식형 생방송 위주로 관객들에게 다른 시청 느낌을 안겨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다른 매체 관찰망은 신둥팡 그룹이 "장기적으로 내용이 쌓이고 지속 적으로 형식을 탐색해 라이브 방송에서 정확한 길을 찾은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홈쇼핑 생방송의 내용과 형식의 차별화로 단숨에 화제가 된 영어 선생님들, 변신이 자신의 선택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결정의 배경이 갑작스러운 중국 당국의 사교육 금지였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랑 기자 (her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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