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車 살 필요 없이 '골라 타는 재미'.. "나도 구독해볼까?" [이슈속으로]

백소용 2022. 6. 1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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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 '구독경제' 바람
현대車, 매달 44만∼99만원 구독료 내면
보험료·세금 등 포함 14개 차종 중 선택
BMW선 업계 첫 車관리 프로그램 도입
자율주행 등 특정 기능 '구독형 서비스'
소비자 취향 살리고 경제적 부담 줄여
일각선 "지나치게 수익모델化" 거부감
일정 기간 이용료를 내고 상품·서비스를 제공받는 ‘구독경제’ 바람이 고가의 소비재인 자동차에도 불고 있다. 일정 금액을 내고 차량을 골라 타는 형태에서 시작해 자율주행 기능, 전기차 충전, 차량 관리 등 다양한 영역이 구독의 대상이 됐다. 국산차뿐 아니라 수입차들도 구독 시장에 속속 진입하면서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월 이용료 내고 차량 마음껏 타본다

1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차량 구독 서비스는 다양한 차량을 취향대로 골라 탈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제네시스, 현대차, 기아는 2019년 구독 서비스를 시작해 이달 초 기준 가입자 4만6652명을 확보했다. 현대 셀렉션은 2만2678명, 기아 플렉스는 1만4677명, 제네시스 스펙트럼은 9297명이다. 주 이용 고객은 30∼40대로, 브랜드별로 60∼80%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 셀렉션에 가입하면 월 44만∼99만원의 구독료를 내고 그랜저, 팰리세이드, 아이오닉5 등 최대 14개 차종 중에서 골라 이용할 수 있다. 기아 플렉스와 제네시스 스펙트럼은 각각 7종, 5종 중에서 고를 수 있으며 24∼72시간 단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들 서비스는 모두 별도의 약정기간이 없으며 구독료에 보험, 세금, 정비도 포함된다.
기아는 구독 서비스의 범위를 향후 진출하게 될 중고차 사업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운영 중인 기아 플렉스에서 계약만료로 반납된 차량을 성능·상태 진단과 정비 등의 상품화 과정을 거친 후 구독서비스에 재투입하는 방식이다. 신차 구독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출고 대기 없이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장 한 달간 차량을 체험해본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선구독 후구매 프로그램’도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는 다양한 차종과 우수한 상품성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매력으로 고객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신차 투입,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 완성차 업체도 자사의 차량과 브랜드 경험을 앞세운 고유의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볼보는 북미와 독일에서 구독 서비스 ‘케어 바이 볼보’를 운영하며 중고차까지 구독 범위에 포함시켰다. 포르쉐는 미국에서 ‘포르쉐 패스포트’를 운영 중이고, 혼다는 일본에서 온라인 판매와 구독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능과 충전 서비스도 구독

차량 구독 서비스로 어느 정도 시장의 반응을 확인한 완성차 업체들은 이제 차량의 특정 기능과 서비스를 별도로 구독하는 모델을 내놓고 있다. 원하는 기능과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의 취향을 존중하고 경제적 부담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다.

소비자의 관심이 높은 자율주행 기능은 이미 여러 업체에서 구독 서비스를 내놨거나 준비 중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풀 셀프 드라이빙’과 비디오·음악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커넥티비티 패키지’를 구독 서비스로 내놨다.

제너럴모터스(GM)는 2023년 출시할 반자율주행 시스템 ‘울트라 크루즈’를 구독 서비스로 출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볼보도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라이드 파일럿’ 서비스의 안전성을 검증한 뒤 차세대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부터 구독 서비스로 출시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 이탈리아에서 전기차 EQS의 후륜 조향기능을 구독 서비스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벤츠 온라인 스토어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옵션을 넣었다 뺄 수 있는 형태로 서비스된다.

소니그룹은 혼다와 합작해 영화와 비디오 게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전기차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구독 서비스로 제공할 계획이다.
차량 관리와 전기차 충전 서비스도 새롭게 구독 서비스 대상으로 떠올랐다.

BMW 코리아는 최근 자동차 업계 최초로 구독형 차량관리 프로그램인 ‘BMW 서비스케어 플러스’를 국내에서 시작했다. 차량 소모품 관리 보증기간(BSI) 만료 기간인 출고 이후 6년 이상 된 고객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유료멤버십에 가입하면 엔진오일·오일필터 교체, 수리 할인 등의 차량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BMW 코리아 관계자는 “BMW 그룹 내에서도 한국에서 최초로 시도돼 향후 전 세계 시장에서도 고객 케어와 애프터서비스(AS) 디지털화의 성공 사례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매달 일정 비용을 내면 충전요금을 할인해주는 구독형 전기차 충전 요금제 ‘럭키패스 H’를 도입했다. 월 구독료 1만5000∼3만원을 내고 연 주행거리 최대 2만4000㎞까지 충전요금이 할인된다. 제휴사인 에스트래픽의 급속 충전기 이용 시 충전요금의 50%가 할인되고 에스트래픽과 한국전력의 완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약정량에 상관없이 충전요금의 10%가 할인된다.
◆지나친 수익모델화 거부감도

완성차 업계가 구독 서비스 범위를 넓히며 사업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구독 서비스가 향후 수익성 높은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차량 기능이 비교적 단순했지만 향후 자율주행차량이 보급되면 실시간 교통정보 등의 커넥티비티 서비스와 음악, 동영상, 비디오게임 등 차량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차량 기능 관련 구독 서비스 채택률이 30%에 이른다고 가정할 때 완성차 업계의 서비스 사업 부문 연간 매출액은 1조1830억달러, 영업이익은 11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 세계 주요 11개 완성차 그룹과 테슬라의 지난 3년 영업이익 평균(1090억달러)보다도 높은 수치다.

특히 업체들이 구독 사업을 통해 얻게 될 사용자 데이터의 부가가치까지 합치면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장대석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동차 내부로 침투하는 구독 경제’ 보고서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구독 서비스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향후 자율주행 및 커넥티비티 서비스 관련 기술적·제도적 기반이 안정화될 경우 전통적인 제조업 대비 수익성 높은 시장이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자동차 산업에서 기능 구독서비스를 통한 성장 전략은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은 구독 서비스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고유의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과 같이 기본으로 포함시켜도 될 만한 기능이나 핵심적인 기능을 분리해 별도의 구독 서비스로 판매하는 데 대한 소비자의 저항도 예상된다. 수익성에만 집중해 소비자 경험 측면에서 차별화를 하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이 이탈할 수도 있다. 차량 구독 서비스의 경우 이미 여러 업체가 시작했다가 중단하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구독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고 브랜드 이미지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기본으로 제공할 만한 기능이나 안전과 관련된 필수 기능까지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며 지나치게 수익모델화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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