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가격은 만드는 거예요"

김효신 2022. 6. 1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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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수도권에서는 오피스텔이나 빌라에 전세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사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전세가와 매매가가 별로 차이가 없는데도 집값을 크게 부풀려서 세입자한테서 전세금을 많이 받아내는 수법입니다.

집주인이 어떻게 집값을 주변 시세보다 더 부풀릴 수 있었을까요.

김효신 기자가 이 문제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봉천동의 한 오피스텔에 전세를 살고 있는 김모 씨.

오는 23일 계약이 만료되지만 이사를 할 수 없습니다.

몇 개월 전부터 부동산 중개업소에 집을 내놨지만 번번이 계약이 무산됐습니다.

김씨 집 전세금은 1억 천만 원, 계약 당시 주변 매매가는 6천만 원대로 집값보다 전셋값이 두 배 가량 비쌌기 때문입니다.

[김OO/피해자/음성변조 : "(다른) 세입자를 구하려고 해도, 지금 금액 차이가 이렇게나 나 있다 보니까…. 일단 4,000만 원은 손해 보게 되는 거죠. 지금 안 좋은 생각밖에 안 들어요. 이 돈을 모으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그게 다 한꺼번에 밀려 오고 있으니까…."]

김 씨 오피스텔의 집주인은 빌라의신으로 알려진 권 모 씨.

집값을 어떻게 실거래가보다 수천만 원씩 부풀릴 수 있었다는 걸까?

[부동산 컨설팅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감정을 받기 위해서 매매 하나를 쳐요. 높은 가격으로. 일부러 실거래가를 띄워요. 중간에 브로커가 또 있어요, 돈만 주면 웬만하면 다 만들어주는 거예요, 감정서를."]

이 같은 감정평가서 거래는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단톡방에서 은밀하게 이뤄집니다.

[빌라 감정평가 브로커/음성변조 : "(원하시는 가격이) 공시가로 190%잖아요? 주변 실거래가랑 전용면적이랑 희망 감정금액 맞춰서 뽑아야 할 것 같고요. 자세한 내용은 카톡으로 보내드릴게요."]

450만 원만 내면 공시지가의 250%, 2.5배 까지 부동산 감정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취재진은 감정평가 브로커에게 일주일 전 1억 5천만 원에 거래된 빌라에 대해 1억 9천만 원짜리 감정 평가서를 끊어달라고 주문해봤습니다.

"마지막 결과 받았는데 1억 7천만 원 나왔습니다. 이 이상은 일반 감정으론 어려울 것 같아요."

의뢰인이 원하는 대로 빌라 가격을 맞춰 주는 것.

브로커들은 이것을 ‘찍는 감정’이라고 불렀습니다.

[컨설팅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감정서를 뽑아준다 그러죠 어떻게 해서든 막 금액을 맞춰서 (어떻게 보면 빌라 가격이 정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네요?) 그렇죠. 만들어지는 거죠."]

부풀려진 빌라 가격은 컨설팅 업체와 부동산 중개업자, 집주인이 나눠 갖는다.

결국 세입자만 피해를 입는 구조라고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지적했습니다.

KBS 뉴스 김효신입니다.

김효신 기자 (shiny33@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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