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잔만" 와인 애호가 단골집 된 돈까스 가게..'이것' 설치한 덕분 [생생유통]
디스펜서에 들인 와인 48종의 한 잔 가격은 1990원대부터 2만원까지. 맛이 궁금하지만 750㎖짜리 병째 살 엄두가 나지 않는 고가 와인도 한 잔 단위로 맛볼 수 있다. 유정석 청담막식당 대표는 "예전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했을 땐 보틀(병)으로만 팔아서 손님에게 와인을 권하기 어려웠지만 이젠 가성비 높은 와인을 한 잔씩 추천한다"며 "여러 종류의 와인을 맛볼 수 있어 와인 동호회의 방문도 잦다"고 했다.
와인 디스펜서를 들여놓는 매장이 속속 늘고 있다. 와인 디스펜서 업체인 비노벤토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디스펜서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약 2배 늘어났다. 비노벤토 관계자는 "와인숍, 와인바, 호텔 등 한 달에 100여 곳 이상 설치 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디스펜서는 버튼을 누르거나 레버를 당기면 노즐로 연결된 와인병에서 와인을 뽑아내 잔에 따라주는 '와인 자판기'다. 와인은 오랜 시간 산소와 접촉하면 신맛이 강해져 식초처럼 변질되는데, 이 기계는 추출분만큼 질소를 보충해 와인 산화를 막아준다. 최장 14일간 신선함이 유지된다.
디스펜서가 와인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와인은 소비자에게 문턱이 높은 술로 꼽힌다. 우선 리스크가 높다. 잔에 따라 마시기 전까지 맛을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국가, 포도 품종, 재배 지역, 와인 메이커의 개성 등 관련 지식을 동원하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지만 내용이 방대하고 어렵다. 비쌀수록 좋은 술이라는 '고고익선(高高益善)'의 공식도 대체로 맞는 편이다. 디스펜서를 쓰면 이런 난점을 해결할 수 있다.
한잔씩 골라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와인 선택의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한 자리에서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데다 고가라 병째 구입하는 게 어려웠던 와인을 경험할 수도 있다. 40대 직장인 최 모씨는 "레스토랑에서 한 잔씩 내놓는 '하우스 와인'은 품질이 낮은 경우가 많고 좋은 와인은 병째 마셔야 해 부담이 컸다"며 "와인 한 병을 사는 것보다 가격이 약간 높은 편이긴 하지만 한 잔씩 마실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식당 입장에선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데다 운영에도 유리하다. 고객이 직접 내려 마시기 때문에 와인 서빙에 필요한 인력을 줄일 수 있다. 외관상 보기 좋아 인테리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디스펜서를 활용해 무한리필 와인 바를 운영 중인 '청담대패당'의 관계자는 "하우스 와인으로 판매하면 개봉 후 6~7잔 정도가 나가야하는데 다 팔지 못해 손실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며 "디스펜서를 쓰면 와인 선도를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팔 수 있다"고 말했다.
보틀벙커 측에 따르면 개장 후 5개월간 테이스팅탭에서 판매된 와인은 누적 6만잔인데, 디스펜서에 넣어 시음이 가능한 와인을 보틀로 구입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 때문에 '디스펜서 와인'으로 선정되기 위한 수입업체들 간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고 한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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