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스마트폰, 이론적으로 만들어봤습니다

김소연 기자 2022. 6. 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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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김치 게임’ 이란 게 있습니다. 채소를 아무거나 말한 뒤, 구글에 그 채소로 만든 김치를 검색합니다. 그런 김치가 실제로 있으면 지는 겁니다. 쉽게 이길 것 같지만 생각보다 엄청 어렵습니다. 자신만만하게 도전했다가 벌칙으로 딱밤을 하도 맞아서 이마가 볼록해진 적이 있죠. 당근 김치도, 민트 김치도 있습니다. 선인장 김치도 있고, 파인애플 김치도 있어요. 로즈마리 김치는 심지어 한국식품영양학회지에 논문도 나와 있습니다. 로즈마리를 0.5% 첨가한 김치가 제일 기호도가 높다고 합니다.

한국인들이 식물이면 일단 김치를 담가 보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전기전자공학에서도 관찰됩니다. 투명 분야입니다. 이 분야는 뭐든 투명하게 만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투명 전지, 투명 디스플레이는 개발된 지 오래입니다.투명한 센서도 있고 투명한 물체를 감지하는 센서도 있습니다. 그러니 인터넷에서 “문과가 아이디어를 다 내줬는데 아직도 투명 스마트폰 안 나옴”이란 글을 보며 정말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던 겁니다. 삼성전자도 애플도 잠잠하니 한번 나서 봤습니다.

투명 스마트폰, 어디까지 왔나

다양한 부품을 조립해 만드는 스마트폰에서도 특히 핵심적인 부품은 네 가지입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카메라죠. 이들 부품으로 ‘투명 스마트폰 게임’을 해보려고 합니다. 규칙은 김치 게임과 반대입니다. 각 부품을 투명하게 만든 연구결과가 있다면 이기는 겁니다.

우선 반도체입니다. 스마트폰에 활용되는 반도체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만큼 아주 작고 정밀한 반도체는 아니지만, 그래도 반도체 자체를 투명하게 만든 연구는 많습니다. 예를 들어 2017년엔 서형탁 아주대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두 종류의 나노 결정 산화물을 붙여 가시광선을 100% 가까이 통과하는 반도체를 만들었습니다. 2020년엔 포스텍과 성균관대 공동연구팀이 투명 P형 반도체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투명 디스플레이는 이미 제품으로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LG의 경우 202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개했습니다. 그 뒤로 지하철 객실 창문이나 가게 쇼윈도 등에 투명 OLED를 결합한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가로로, 세로로 접었다가, 두 번 접어보던 삼성은 이제 투명 디스플레이도 접을 전략입니다. 지난해 7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평상시에는 스마트폰 뒤편에 접어뒀다가 펼칠 수 있는 투명 디스플레이 이용법에 대한 특허를 출시했습니다.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아직 투명화된 연구결과가 없습니다. 대신 다른 형태의 배터리라면 있습니다. 2019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는 에너지 발전과 저장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투명 배터리를 개발했습니다. 태양광 전지가 유리처럼 투명하다면 창문이나 지붕 등 다양한 곳에 활용하기 좋겠죠. 투명 태양광 전지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투명 카메라도 아직 찾을 수 없습니다. 포기. 2승 1무 1패면 그래도 준수합니다. 투명 스마트폰, 마냥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삼성의 투명 디스플레이 이용법. 투명한 디스플레이 너머로 사용자의 손이 비쳐 보인다. 한편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디스플레이의 테두리 부분을 뜻하는 ‘베젤’은 불투명하다. 삼성이 2020년 미국특허청(USPTO)에 출원한 특허 ‘투명 디스플레이 장치와 이의 제조법’의 문서에 첨부된 이미지이다. 정보기술(IT)업계는 이를 보고 “아직 투명화할 수 없는 부품들은 베젤 아래에 숨길 계획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삼성 디스플레이 제공

투명 스마트폰, 왜 필요하냐고요?

2020년 9월 그림 한 장에 정보기술(IT)업계가 술렁였습니다. 삼성이 투명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기술을 미국특허청(USPTO)과 WIPO에 특허 출원하면서 문서에 첨부한 그림입니다. 손으로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 있었습니다. 투명한 디스플레이 너머로 사용자의 손이 그대로 비쳐 보였습니다. 

사실, 이 특허는 기술특허라기보다는 디자인 특허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삼성이 투명 스마트폰과 관련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기엔 충분합니다.

투명 스마트폰을 개발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겁니다. 궁금한 건 왜 이렇게까지 해서 투명한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하냐는 겁니다. 우린 안 투명한 스마트폰을 가지고도 잘 지내는데 말입니다. 

삐딱한 시선으로 자료를 찾던 기자를 설득한 단어가 있습니다. ‘포켓몬’입니다. 주변이 비쳐 보이는 투명 스마트폰은 증강현실(AR) 콘텐츠를 즐기기 딱일 것 같습니다. 투명한 스마트폰으로 책상을 비춰봤더니 그 위에 피카츄가 앉아있다면 얼마나 귀엽겠어요. 언젠가 투명한 스마트폰이 나오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LG가 개발한 투명디스플레이 사용영상 보기 https://youtu.be/zuHbh_V2XoM

※관련기사

과학동아 6월호, [네, 그래서 이과가 일해봤습니다] 투명 스마트폰을 만들어봤습니다

[김소연 기자 leci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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