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썰] 뻔뻔함도 어쩌면 전략..윤 대통령 부부, '의뭉'의 이미지 정치

안영춘 2022. 6. 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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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뚱딴지 같은 답변하고 비판엔 아랑곳하지 않아
전례 없는 언행들, '이미지정치' 노림수 엿보여
'청담동 필' 이미지에 가려지는 김 여사 의혹
연출된 사생활 노출, 공·사 넘나들기는 필연
[논썰] 뻔뻔해 보이면 어때?…윤 대통령 부부, ‘의뭉’의 이미지 정치. 한겨레TV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 스테핑’을 보고 뒷목 잡으신 분 많았을 것 같습니다.

“뭐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거기 때문에 이걸 뭐 공식 비공식 이런 걸 어떻게 나눠야 될지, 대통령 부인으로서 안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이걸 뭐 어떤 식으로 정리해서 해야 할지, 저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한번 국민 여론 들어가면서 차차 이 부분은 생각해보겠습니다.”

“글쎄요. 공식적인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혼자 다닐 수도 없고 그래서 뭐… 그렇다고 어떻게… 방법을 좀 알려주시죠.”

“사진에 나온 그분은 저도 잘 아는 제 처의 오래된 부산 친구입니다. (…) 그래서 들을 게 많아서 같이 간 모양인데, 봉하마을은 국민 모두가 갈 수 있는 데 아닙니까.”

[논썰] 뻔뻔해 보이면 어때?…윤 대통령 부부, ‘의뭉’의 이미지 정치. 한겨레TV

단지 말실수였을까?

아주 많은 뒷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축약하면, 김건희 여사가 봉하마을 권양숙 여사를 방문하는 데 코바나컨텐츠 전 전무를 대동하고, 이 과정에서 경호처의 공식 경호까지 받은 것도 큰 문제지만, 이 사안을 바라보는 윤 대통령의 시각과 인식이 더 큰 문제라는 건데요.

대통령 부부의 처신에 관한 이런 규범적인 문제는 여기서 논외로 할까 합니다. 김 여사와 관련해 시시콜콜한 것까지 미담으로 보도하던 매체들조차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에, 제가 더 보탤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윤 대통령 부부가 왜 저럴까’ 하는 것입니다.

[논썰] 뻔뻔해 보이면 어때?…윤 대통령 부부, ‘의뭉’의 이미지 정치. 한겨레TV

15일 윤 대통령의 도어 스테핑은 상식적으로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 말실수를 한 건지, 진솔하게 속내를 말하는 게 미덕이라고 여겨서 그런 건지, 세간의 비판 따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뜻인지….

하나 더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나름 의도성이 있는 발언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너무 나간 추론일까요? 글쎄요. 오히려 난감한 사건에 대해서는 익숙한 프레임을 내려놔야 숨은 답을 찾을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의도한 발언이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얘기를 풀어가 보겠습니다.

“저도 시민과 늘 함께 어울려서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한 시민으로서의 모습을 좀 가져야 하지 않겠나.”(12일 영화 <브로커> 관람 뒤)

[논썰] 뻔뻔해 보이면 어때?…윤 대통령 부부, ‘의뭉’의 이미지 정치. 한겨레TV

나쁘지만은 않은 ‘부부 나들이’ 반응

윤 대통령은 취임 뒤 김건희 여사와 주말이면 신발 사러 가고, 영화 보러 가고, 사저 가까운 데 있는 분점 놔두고 굳이 멀리 떨어진 본점 찾아가서 빵을 샀습니다. 부부가 워낙 나들이를 좋아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윤 대통령의 저 말에서 시민과 늘 함께 하는 대통령 부부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은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마뜩찮으실 수도 있습니다. 교통 통제해가면서 취재진 대동하고 요란하게 행차하는 속내가 빤히 보인다고 말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신선하다는 반응도 의외로 적지 않았습니다. 정치 비평가들도 ‘경호를 가볍게 하라’ 같은 충고 정도이지, ‘하지 말라’고 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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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통령의 ‘제왕적 대통령’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더욱 그런지도 모릅니다. 1968년 신동엽 시인이 발표한 ‘산문시 1’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는데, 이런 시구로 끝납니다.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에 놀러 가더란다.”

권위를 내려놓은 대통령의 모습은 시인에게도 대단히 이상적인 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루과이에서 30년 넘은 소형 중고차를 직접 운전하고 다녔던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 전 대통령 얘기에 우리 국민이 열광한 사정도 비슷할 겁니다.

[논썰] 뻔뻔해 보이면 어때?…윤 대통령 부부, ‘의뭉’의 이미지 정치. 한겨레TV

당연히 실재와 이미지는 괴리가 클 수 있습니다. 신동엽 시인이 그렸던 대통령 상이나 무히카 전 대통령이 보여줬던 대통령 상과 윤 대통령 부부의 실제 모습은 거리가 매우 멀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정치는 ‘이미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정치의 상수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이미지의 존 에프 케네디 후보가 논리적인 이미지의 리처드 닉슨 후보를 TV 토론에서 압도한 덕분에 대선에서 승리했던 1960년 미국의 이야기는 이미 고색창연한 고전이 됐습니다.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보이느냐, 즉 ‘재현’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대입니다. 두툼한 정책 공약집과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 단문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센지, 우리는 얼마 전에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논썰] 뻔뻔해 보이면 어때?…윤 대통령 부부, ‘의뭉’의 이미지 정치. 한겨레TV

반드시 정치 영역만의 일도 아닙니다. 미디어 이론가인 장 보드리야르는 1991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이라크전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명제로 유명한데요. 미국의 미사일 폭격을 CNN 방송이 생중계하면서 이라크 민간인 폭사라는 참극을 전자오락의 스팩터클 이미지로 바꿔놓은 것을 일갈한 것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손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이미지는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 가운데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대단히 독특합니다. 애써 찾아본다면, 진솔한 느낌의 화법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겹치는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사태의 본질을 바로 치고 들어가는 화법이었다면, 윤 대통령은 시치미 떼기나 뚱딴지 같습니다. 본질에서는 정반대인 셈이지요. 노 전 대통령은 대선 때 장인의 좌익활동 경력에 대해 공격이 들어오자 “그럼 마누라를 버려야 합니까?”라고 반격했습니다. 우리의 아픈 과거사와 연좌제 등을 파고든 겁니다.

[논썰] 뻔뻔해 보이면 어때?…윤 대통령 부부, ‘의뭉’의 이미지 정치. 한겨레TV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지인 동행 논란에 대해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거기 때문에”라거나 “봉하마을은 국민 모두가 갈 수 있는 데 아닙니까”라고 했습니다. 동문서답이자 본질 비틀기입니다.

윤 대통령은 저 말을 하고 나서 대다수 언론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후회하고 있을까요? 저는 윤 대통령이 손해를 봤다고 여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철저하게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권력기관뿐 아니라 대통령실 살림과 국무총리를 밀착 보좌할 비서실장 자리에까지 측근 검사들을 앉혀놓고 “미국 같은 나라를 보면 ‘거버먼트 어토니’ 즉 정부 변호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나”라고 말했습니다. 팩트도 맥락도 없습니다.

모든 현실을 1인칭으로 재구성해 사고하고, 그 사고를 거리낌 없이 말로 표현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그는 그런 이미지가 자신에게 손해를 입히기는커녕 차별적인 가산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과론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으니까요.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지인 동행 논란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이 말실수만은 아닐 가능성, 더 나아가 의도성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가 염두에 두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스스로 그런 이미지를 연출하려고 세세하게 신경을 쓴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리 이미지를 연출하려 해도 자신의 습관이나 무의식, 정치·사회·문화적 DNA 같은 건 완전히 분리될 수 없고, 불현듯 밖으나 나타나 이미지로 재현되기 마련입니다. 윤 대통령의 투박한 이미지에는 그런 측면이 강하게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논썰] 뻔뻔해 보이면 어때?…윤 대통령 부부, ‘의뭉’의 이미지 정치. 한겨레TV

이미지 정치의 주연은 김건희 여사

정작 이미지 메이킹의 고수는 김건희 여사입니다. 그가 대선 기간에 윤 대통령의 에스엔에스를 관리했다는 건 아주 작은 단서에 불과합니다.

김 여사가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를 떠올려 보죠. 허위 이력 기재와 주가 조작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어 직접 사과 회견을 했을 때입니다. 그날 이미지의 압도적 특성이 ‘비현실적인 분위기’라고 느낀 건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표정과 눈길 모두 대국민 사과라는 장소, 때, 내용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철저히 계산된 연출로 무구한 이미지를 재현하려 한 게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그는 그날 ‘조용한 내조’를 다짐했지만, 시나브로 역대 가장 자주 언론에 노출되는 영부인이 됐습니다. 그 과정 전반에 걸쳐서 이미지 정치가 있었던 겁니다. 이미지 정치가 언론의 담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건 따로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논썰 84화 ‘김건희 ‘이미지 메이킹’에 숨은 의혹들…하나둘 ‘순삭’ 진행중’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다만 김건희 여사가 언론에 언어를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는 건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지만을 제공해온 것입니다. 직접 제공하지도 않습니다. 팬클럽을 통해서 제공하면, 언론이 이를 옮겨 대서특필해왔습니다. 디지털 바이럴의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경로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대단히 능동적입니다. 역대 어느 영부인한테서도 볼 수 없었던 면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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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스타일’에서도 차별성이 도드라집니다. 비싸 보이지 않는 후드티 차림을 노출하는가 하면, 명품 스니커즈를 신고 사진에 등장하고, 유명 빵집은 굳이 본점까지 찾아가는 오리지널 취향도 드러냅니다. 엄숙한 권위주의형 스타일이나 화려한 귀부인형 스타일, 요란한 졸부 스타일, 어느 것과도 확연히 다릅니다. 그렇다면 실용성과 가깝냐. 아닙니다. 이 또한 거리가 멉니다. 청담동 필의 세련된 미니멀리즘 스타일을 추구하는 잉여로운 소비 주체 이미지입니다.

그런 이미지 연출의 결과가 뭡니까? 탈권위적이면서도 선망을 자아내는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끝도 아니고, 목적도 아닙니다. 논문 표절과 허위 이력과 주가 조작 의혹은 가뭇없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 드린 장 보드리야르가 미사일 폭격이 전자오락이 됐다고 한 것과 흡사합니다. 원본보다 훨씬 더 원본 같은 짝퉁 복제품이 되는 것이죠. 보드리야르는 그걸 ‘시뮬라크르’(simulacre)라고 명명했습니다.

왜, 공·사의 경계가 무너질까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또 다른 특성 가운데 하나는 공과 사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원래 두 사람이 공사 구분에 취약해서일까요?

그런 요인도 없다고 할 수는 없겠죠. 다양한 분야의 인재 대신 지인이나 ‘데리고 일해본’ 검찰 출신들을 주요 포스트에 도배해놓은 윤 대통령의 인사에서도 엿볼 수 있는 일입니다. 김 여사가 받고 있는 과거 이력 관련 의혹도 사익을 위해 공적 가치와 규범을 수시로 넘어선 것입니다.

[논썰] 뻔뻔해 보이면 어때?…윤 대통령 부부, ‘의뭉’의 이미지 정치. 한겨레TV

하지만 좀 더 구조적인 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자신들에 대한 이미지 연출과 공과 사의 모호한 경계는 깊은 상관성이 있습니다.

사생활이라고 간주되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전략을 추구한다면 당연히 공과 사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쉽습니다. 더구나 이런 이미지 연출을 위해 기꺼이 대통령실과 경찰이라는 공조직을 움직여, 경호도 하고 교통통제도 합니다.

그런데 공조직만을 통해 이미지를 디테일하게 기획하고 연출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팬클럽 같은 사적 영역이 움직여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2부속실 같은 게 얼마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김건희 여사는 자신에 대한 이미지 연출을 넘어 배우자 윤석열 대통령의 이미지 연출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2부속실의 범주를 크게 넘어서는 것이죠. 이런 연출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른바 ‘배우자 리스크’는 상수가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논썰] 뻔뻔해 보이면 어때?…윤 대통령 부부, ‘의뭉’의 이미지 정치. 한겨레TV

물론 과거 정권에서도 최고 권력자가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전두환·노태우가 거둬들인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생각해보십시오. 다만, 그런 행위는 공적 권력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챙김으로써 공화주의를 음성적으로 유린했다면, 이미지 정치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일들은 공화주의의 원리와 규범을 안에서부터 내파하는 거라 할 수 있습니다.

뻔뻔함도 어쩌면 전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설령 제2부속실을 복원한다고 해도, 그는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지 못한 것에 크게 개의치 않을 거라고 봅니다. 윤 대통령은 고뇌형이 아닙니다. “방법을 좀 알려주시죠”라는 말은 솔직함과 겸손함의 표현이 아니라 “그 문제로 깊이 고민하지 않겠다”는 표현입니다.

다만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좌고우면하지 않습니다. 누구 말을 들었든지간에, 어느날 갑자기 에스엔에스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메시지를 올립니다. 노골적인 젠더 갈라치기를 해놓고, 국민 통합을 외칩니다. 대통령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고 했다가, 별안간 용산으로 옮기겠다고 하고, 관저 문제도 이렇게 말했다 저렇게 말을 바꾸는 데도 아무 서슴거림이 없습니다.

[논썰] 뻔뻔해 보이면 어때?…윤 대통령 부부, ‘의뭉’의 이미지 정치. 한겨레TV

김건희 여사는 어떻습니까.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행동합니다. 쭈뼛거림 같은 건 없습니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습니다.

적지 않은 이들에게는 뻔뻔함의 이미지가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조차 전략의 일부인지 모릅니다. 내숭, 위선을 떨던 기성 엘리트 문법보다 욕망을 거리낌 없이, 때로는 교묘하고 세련되게 드러내는 새로운 엘리트 문법에서 자신들을 대변한다는 느낌을 받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사적 욕망에 노골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러스트벨트의 강력한 지지를 얻어 미국 대통령에 오르고, 4년 동안의 처참한 실패에도 재선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대선 결과를 본 지지자들이 연방의회로 쳐들어가 점거하는 사태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의 지난 대선 과정, 그리고 그 이후 정치 지형과 닮아 보이지 않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의 0.73%포인트 우위로 끝난 결과에는 이미지 정치가 반영돼 있습니다. 물론, 그것 때문에 얻은 표도 있고 잃은 표도 있었을 테지요. 그 복잡한 수식은 확인할 길이 없지만, 윤 대통령 부부의 이미지 정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최고 권력자가 이미지 정치를 추구할수록 이성과 합리성의 입지는 축소된다는 점입니다. 이미지 정치의 실체를 심각하게 보고 대처하지 않으면, 정치적 규범에 대해서만 계속 목소리를 높인다면, 정치 지형은 갈수록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쪽으로 기울 것입니다. 그만큼 정치의 공공성도 멀어지게 되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1조 1항도 공허해지게 될 것입니다.

‘한겨레 논썰’이었습니다.

· 기획·출연: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 도움: 채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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