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데이터와 인공지능 합친 점성술은 과학일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점술과 과학이 만났다? 외국의 한 스타트업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실시간 별데이터를 기반으로 점성술을 보는 앱을 서비스한다.
생년월일, 장소 등을 입력하면 출력 값이 매일 바뀌고, 인공지능(AI)이 역술인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미국의 한 기업이 만든 점성술 기반의 소셜미디어(SNS) 서비스는 NASA의 관측 데이터로 점을 친다.
운세를 보는 사주나 타로 등 웬만한 점술에는 다 적용할 수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점술과 과학이 만났다? 외국의 한 스타트업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실시간 별데이터를 기반으로 점성술을 보는 앱을 서비스한다. 생년월일, 장소 등을 입력하면 출력 값이 매일 바뀌고, 인공지능(AI)이 역술인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점술과 테크를 합쳤다는 의미에서 ‘점테크’라 불린다. 점테크 시장이 국내외에서 커지고 있다. 그런데 점술에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더했다고 해서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내 사주를 처음으로 봐준 건 컴퓨터 프로그램이었다. 그때가 1990년쯤이었는데, 당시 컴퓨터 학원에 있던 16비트 컴퓨터로 돌릴 수 있는 사주팔자 프로그램이 있었다. 생년월일을 입력한 뒤 ‘찍찍-’ 하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는 프린터로 사주팔자 출력본을 기다리던 기억이 난다. 첨단 문물이라는 컴퓨터를 배우면서 기껏 하는 일이 사주팔자 보는 것이었다니.
과학기술이 훨씬 더 발전한 지금도 점이니 운세니 하는 미신에 관한 관심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은 것 같다. 세계 최초의 컴퓨터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안티키테라 장치도 점성술에 쓰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것으로 보아 당대의 첨단 기술이 점을 치는 데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싶기도 하다. 스마트폰 앱스토어에 ‘사주’나 ‘운세’ ‘점성술’ 등을 검색하면 수많은 앱이 나온다. 심지어는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있다고 광고하기도 한다.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사주를 풀이해준다거나 인공지능으로 사용자의 특성을 분석한 뒤 잘 맞는 역술인과 연결해준다는 식이다.
미국의 한 기업이 만든 점성술 기반의 소셜미디어(SNS) 서비스는 NASA의 관측 데이터로 점을 친다. 인공지능 기반의 알고리즘으로 사용자의 생년월일과 사는 지역, 천체의 움직임 등을 분석해 그에 맞는 문구를 보여준다. 이 서비스가 성공을 거뒀다는 건 많은 사용자가 그런 문구에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포러 효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1948년 미국 심리학자 버트넘 포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격 검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검사는 사실 거짓이었고, 포러는 모두에게 똑같은 분석 결과를 보여줬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고 존경하기를 바라는 큰 욕구가 있다. 당신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경향이 있다”와 같이 이어지는 이 분석은 점성술에서 사용하는 문구를 그대로 복사해온 것이었다. 실제 자신의 성격과 얼마나 잘 맞는지를 점수로 매겨보라고 했더니 5점 만점에 4.26점이 나왔다.
성격 분석만이 아니다. 운세를 보는 사주나 타로 등 웬만한 점술에는 다 적용할 수 있다. 성격이든 앞날의 일이든 두루뭉술하게 늘어놓으면,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 내용을 자신과 결부해 생각하기 마련이다. 진짜 용한 역술인이 있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용하다고 믿게 만드는 기술 좋은 역술인이 있을 뿐이다.
첨단 기술을 접목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생년월일이나 밤하늘에 보이는 천체의 움직임이 사람의 성격이나 운명에 영향을 끼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알고리즘을 복잡하게 만들거나 인공지능을 활용한다고 해서 없는 근거가 생기는 건 아니다. 고대 그리스인이 조각한 안티키테라 장치로 친 점보다 내가 몇 ㎒(메가헤르츠·1㎒는 100만㎐)로 작동하는 16비트 컴퓨터로 봤던 사주팔자가 더 정확할까?
이영도의 SF소설 ‘별뜨기에 관하여’는 지금 우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점성술을 활용하는 존재가 나온다. 예를 들어, 사주에 맞춰 아이를 낳듯이 태어날 아이에게 좋은 팔자를 마련해주기 위해 초광속 우주선을 타고 원하는 별자리가 보이는 곳에 가서 아이를 낳는다. 우주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시기가 올 때까지도 이런 미신이 유지되고 있을까? 지금까지의 역사로 봤을 때 어쩌면 정말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필자소개
고호관. 과학과 SF에 관한 글을 쓰거나 번역하고 있다. 2015년 제2회 한낙원 과학소설상과 2019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관련기사
과학동아 6월호, [엣지사이언스] 점술에도 미래가 있을까?
[고호관 작가 ]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