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안 열고 의원들 줄줄이 해외로, 지금 그럴 때는 아니다
국회가 20일째 ‘개점 휴업’인 가운데 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줄을 잇고 있다. 6~7월 중 해외 출장을 다녀왔거나 계획 중인 의원 일정이 20여 건, 50여 명으로 집계된다. 대통령 특사 방문이나 한·미 수교 행사 등도 있지만 출장지가 유럽과 동남아에 몰려 있어 ‘외유성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방역 모델, 수사 공조, 정책 교류 등을 이유로 덴마크·벨기에·태국·베트남 등으로 떠나고 있다. 코로나와 선거 정국이 풀리자 바로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교육 부총리와 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 기한이 18일과 19일이다. 부총리 후보자의 ‘음주 운전’과 장관 후보자의 ‘정치 자금’ 논란 등은 국회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여야가 법사위원장 등을 놓고 대치하면서 21대 후반기 국회는 문도 열지 못한 상태다. 지금 한국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악의 위기 국면이다. 인플레이션이 덮쳐오고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복합 위기에 빠졌다. 위기 극복을 위해 새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 주 52시간제 보완, 각종 규제 완화 등은 전부 국회의 법 개정 사항들이다. 북한은 7차 핵실험을 예고하고 있다. 미·중 충돌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도 불안하다. 일반 국민은 치솟은 항공료 때문에 업무 출장까지 부담스러워 한다.
의원들의 해외 출장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주변국과 의원 외교를 강화하고 선진국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국민 시름이 깊어지고 나라 안팎으로 위기가 고조되는데 의원들이 국회 구성을 미룬 채 세금으로 해외 출장을 떠나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야당 의원이 ‘유령 국회’를 비판하며 “무노동 무임금을 선언하고 세비를 반납하자”고 했다.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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